‘적반하장(賊反荷杖)’

2012-07-12     최동철
신문 등 언론을 이를 때 흔히 사회적 ‘공기(公器)’라고 한다. 이는 주관적 판단이 아닌 오로지 객관적 진실에 근거하여 공익(公益)을 우선하는 언론인의 처절한 고민과 노력이 늘 뒤따르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오직 법률과 사회적 윤리, 관습에 근거하여 범죄유무와 경중을 판단하는 판검사 등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한 사회의 건강척도는 언론에서 찾는 것이고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는 법을 지키는 헌법재판소 등 법원과 유권자인 국민이라고 표현되는 것이다.
그런데 언론 등 사회적 공기가 공익을 우선하다보면 간혹 예기치 못한 불행한 일들이 빚어지기도 한다. 세상 모든 일이 음양조화에서 비롯되듯 모든 사물에는 상반관계가 있고 이해당사자가 생기게 마련이다.

이해관계라는 것은 좋았던 관계를 부지불식간에 사이가 멀어지게 하거나 심하면 원수가 되기도 한다. 사회적 인식과 상식이 같아 맞장구치던 내용도 한 순간에 기를 쓰고 따지고 드는 처지로 돌변시키기도 한다. 공통의 이익을 추구할 때는 한 목소리로 주장하던 것을 상충된 이해관계가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뒤집어버리기도 한다.

비슷한 사유로 억울함을 호소했던 피해자 입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어버린다. 공익이 우선인줄 알면서도 숨겨야할 치부가 드러난 것에 못내 섭섭하다며 이제는 가해자 입장이 된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운다. 부끄러움도 사회적 체면도 내동댕이쳐 버렸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이란 말이 있다. 도둑이 되레 매를 든다는 뜻으로, 잘못한 사람이 도리어 잘한 사람을 나무라는 경우를 빗댈 때 쓴다.
즉 잘못한 사람이 잘못을 빌거나 미안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성을 내면서 잘한 사람을 나무라는 어처구니없는 경우에 기가 차다는 뜻으로 흔히 쓰는 말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누구한테 큰소리냐", "사람을 때린 놈이 되레 맞았다고 큰소리니 적반하장도 정도가 있지." 등의 꼴로 쓰인다.

주인과 손님이 서로 바뀌어 손님이 도리어 주인 행세를 한다는 뜻의 주객전도(主客顚倒), 객반위주(客反爲主)와도 뜻이 상통한다. 또 내가 부를 노래를 사돈이 부른다는 뜻으로, 나에게 책망을 들어야 할 사람이 오히려 나를 책망할 때 쓰는 아가사창(我歌査唱)도 같은 뜻이다.

적반하장과 비슷한 뜻의 우리말 속담도 여럿 있다. 제가 잘못하고서 도리어 성을 낸다는 속담 '방귀 뀐 놈이 성낸다', 자기가 잘못해 놓고 오히려 남을 나무란다는 뜻의 '문비(門裨)를 거꾸로 붙이고 환쟁이만 나무란다', '소경이 개천 나무란다' 등이 그 예다.

사실 보은군 같은 규모의 자치공동체에서 언론을 하기란 매우 까다롭다. 옆 동네 닭 울음소리가 들릴 정도의 지역사회이다 보니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모두가 친분이 있거나 한 다리 건너 알 만한 사람들뿐이다.
사회적 공기 역할이 언론의 본령(本領)이라지만 보도와 관련해 안타까운 사연을 비일비재하게 겪게 된다. 하지만 어쩌랴. 묵묵히 언론의 정도를 갈 수 밖에 없다. 공익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