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욕심에 뽕나무도 흔들겠다’

2012-06-14     최동철
우리 속담 중 ‘그 욕심에 뽕나무도 흔들겠다’는 말이 있다. 중국 명나라 태조 주원장(朱元璋)의 설화에서 비롯됐다.

주원장은 양쯔 강(揚子江) 하류지역 안후이 성의 빈천한 집안에 막내로 태어났다. 17세 되던 해에는 전염병과 기근으로 부모형제를 잃고 고아가 됐다. 말상 곰보에 돼지 코, 주걱턱까지 마구잡이로 생긴 그는 거지 땡중으로 유리걸식해야 했다. 그러다가 농민반란군의 무리인 홍건적이 되었고 23년간의 온갖 고초 끝에 드디어 천하의 권력을 쥔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것도 몽골족의 원나라를 초원으로 쫓아버리고 한족(漢族)의 명나라를 세웠다.

그런 주원장에게 아끼는 두 사람이 있었다. 첫 번째는 황후가 된 부인 마수영이다. 마 씨는 걸식하던 주원장을 거두어주었던 홍건적의 대장 곽자흥의 양녀다. 두 사람은 고락을 함께하며 금슬이 매우 좋았다. 광포한 주원장도 후덕한 아내의 충고는 잘 들었다. 훌륭한 아내이자 국모였던 마황후가 생을 마감하자 그는 황제의 체면이고 뭐고 다 버리고 목 놓아 통곡했다고 한다. 그리고 황후의 자리를 영원히 비워두어 아내와의 의리도 지켰다.

또 한사람은 갖은 산전수전과 숱한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친구이자 전우인 상우춘 이었다. 상우춘 역시 정승의 자리에 올라있었다.
어느 날, 황제, 황후, 정승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담소를 나눴다. 그러다가 주원장이 불쑥 ‘우리가 이제 황제가 되고 황후가 되고 정승이 되었다. 인생의 최고 목표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다. 허기야 이제 더 무슨 욕망이 있을까마는 그래도 아직 무슨 욕망이 남아있는지 우리 서로 속마음을 숨김없이 말해보자. 우리들의 말이 참이라면 저 뜨락의 뽕나무가 분명 흔들거릴 것이다’고 하니 모두 찬성했다.

먼저 주원장이 나서서 말했다. ‘옥황상제 다음가는 천자(天子)가 되었으니 사람으로서의 영광과 욕심을 다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물질적으로 부족함은 한 가지도 없다. 허나, 지금도 알현 오는 사람들이 빈손으로 오면 밉상스럽다. 반면 푸짐한 예물을 가지고 오면 마음이 흐뭇하고 가장 기쁘다. 아직도 욕심이 남아있는 것이다’ 뜨락의 뽕나무가 크게 흔들거렸다.

마 황후는 ‘여자로서 남편이 황제이고 나 또한 황후가 되었으니 부족함이 무엇 있겠는가. 하지만 조회 때 만조백관이 들어선 가운데 건장하고 잘 생긴 젊은 사람이 있으면 마음이 쏠려 저러한 사나이를 한 번 가까이 해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자꾸 난다. 참말로 사람의 욕심은 한계가 없는 모양이다’ 뽕나무가 또 한 번 크게 흔들거렸다.

마지막으로 상우춘이 말했다. ‘폐하의 은덕을 입어 벼슬이 재상의 지위에 이르렀습니다. 황제 만이 윗사람인 일인지하만인지상( 一人之下萬人之上)의 자리입니다. 그럼에도 폐하가 앉아계신 용상에 한 번 앉아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참말로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나 봅니다’ 이번에도 뽕나무가 크게 흔들거렸다. 이로부터 뽕나무가 세 번 흔들거렸다 해서 상삼진(桑三振)이라고 하기도 하고, ‘그 욕심에 뽕나무도 흔들겠다’는 속담도 생겨났다.
지방자치 관련 선출직의 임기가 중반이 됐다. 노파심에서 ‘사람의 끝없는 욕심’과 관련한 고사를 인용해 보았다. 임기 중반이후부터는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온갖 욕심을 절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