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잃은 리더십, 되살릴 수 있겠나’
2012-06-07 최동철
(※니체는 기독교적ㆍ민주주의적 윤리를 약자의 노예 도덕으로 간주하며 ‘신은 죽었다’고 선언했던 독일 실존 철학의 선구자다)
신뢰가 없으면 ‘동기를 의심하게 되고 그 순간 그 사람의 모든 행동이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간디(Gandhi, Mohandas Karamchand. 1869~1948)의 말도 있다.
(※간디는 인도의 정치가, 민족 운동 지도자로 무저항ㆍ불복종ㆍ비폭력ㆍ비협력주의에 의한 독립 운동을 지도했다. 대성(大聖)의 의미를 지닌 ‘마하트마(Mahatma)’라고도 부른다)
군정현안인 ‘호국원 유치’와 관련하여 정상혁 군수가 장안면 구인리 주민들에게 신뢰를 상실한 것 같다. 것도 약간정도가 아니라 ‘매우 대단히’ 정도다. 지난 1일 구인리 주민 수십 명이 군수 면담을 위한 부속실 방문사태를 언뜻 들어도 알 만하다. 아마 삼척동자라도 단박에 눈치 챌 것이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당시 정 군수는 출장 업무 중 이었던 것 같다. 구인리를 세거지(世居地)로 하는 예안이씨 문중의 종가 댁 최고 어른인 90세 며느리도 노구를 이끌고 직접 군수실을 찾았다. 이들의 군수 면담 목적은 ‘호국원 유치 전면 백지화’를 건의 또는 요구할 참이었다. 이해관계가 얽힌 당사자들로서 나름 따질 각오도 작심하고 왔으니 약간의 으름장은 용납되는 분위기였다.
반면 보은군청은 비상이 걸렸다. 부랴부랴 담당자와 주무과장 그리고 기획감사실장 까지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출장업무 중인 군수가 직접 면담할 수 없는 사정을 설명하고 최근 보은군이 보훈처에 보낸 공문서 사본을 확인 시켜주며 양해를 구했다.
공문서 내용의 골자는 이러했다. ‘호국원 유치 찬반여론을 호도(好道)하기위해 보은군이 6개전제조건안을 보훈처에 건의했으나 20여일이 지나도록 회신이 없어 현 상태에서는 유치 추진이 어렵다’는 사실상 ‘유치 포기’를 시사하는 보은군의 입장 표명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막무가내 믿을 수 없다고 버텼다. 공문서 내용이 ‘딱 부러지는 내용이 없고, 두루뭉술할 뿐만 아니라 이제는 보은군이 보훈처로 업무와 책임을 이관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보은군의 현재 입장이 공문내용과 같다면 자신들이 믿을 수 있게끔 군수가 직접 설명을 해주던가, 보는 앞에서 보훈처에 전화를 해보라고 할 정도였다.
군과 주민 간 불신의 골은 깊었다. 구인리 주민들은 비밀리에 유치를 추진한 보은군이 자초한 결과라고 했다. 보은군은 ‘군 단독사업이 아닌 대형 국책사업을 결정도 되기 전에 사전 주민설명을 하는 것은 장점보다 단점이 많기 때문’ 에 생략됐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하튼 호국원 건과 관련하여 정 군수는 리더십에 얼마간 흠집이 났다고 할 수 있다. 리더십은 신뢰에서 비롯된다. 신뢰는 일치된 말과 행동이 뒷받침한다. 노력하면 되살릴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