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육상, 선수 못 키워 명맥만 유지
각종 시합 때마다 참가 곤혹…인적인프라 없는 전훈유치는 한계
2012-05-03 김인호 기자
충북 중장거리를 대표하는 보은중 2학년 육승진 군. 작년 보은군에서 진행된 ‘추계전국중고육상대회’ 1500m에서 6위를 기록하는 등 충북의 간판선수지만 주종목인 1500m 대신 올해 전국소년체전 3000m 트랙경기에만 출전한다. “잦은 대회출전으로 체력이 달려 정작 자신의 주종목에서 전국소년체전 출전 티켓을 놓쳤다”는 평이다.
이 두 사례에서 보은군의 열악한 육상계의 단면이 읽혀진다. 보은군 육상계가 난국이다. 일 년에 두 번 열리는 충북도내 역전마라톤 대회의 경우 20명의 건각들을 내보내지만 정작 나가야할 선수는 손에 꼽는다. 그것도 일반인을 대신해 어린 학생들이 전부 그 자리를 메운다.
한때 보은군은 도내 상위권에 랭크되는 등 육상 강군으로 군림하기도 했지만 대회 참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정도로 인적구성이 힘들다. 육상 관계자는 “마라톤 대회나 육상대회 때마다 선수 조달하기가 매우 힘들다”며 “역전마라톤의 경우 땜질 선수라도 채워 나갈 수밖에 없는 여건”이라고 고충을 털어 놓는다.
육상은 체육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종목이다. 그런데 초·중학교에서 육상이 기본육성 종목으로 전환되면서 현재 군내에서 육상을 전문으로 키우는 학교는 없다. 전에는 도교육청이 육성종목으로 분류해 지정을 받은 학교는 싫든 좋든 육상부를 양성했지만 방침이 전환되면서 각 학교는 정규 교육과정에서만 육상을 접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다보니 전문가의 체계적인 지도는 받지 못하고 순수 재능과 자질만 갖고 대회에 임하게 된다. 매년 봄, 가을 열리는 보은군 교육장기와 평가전에는 그때그때 선수를 구성해 출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육상부를 구성한다 해도 삼산초, 동광초, 보은중, 여중 등 대상이 몇 학교에 지나지 않는 여건이다. 앞으로 육상선수의 발굴은 해가 거듭할수록 더욱 어려워질게 틀림없다.
성인부는 아예 육상대회 출전 엄두를 못 낸다. 충북에는 보은과 단양, 청원군만이 실업팀을 보유하지 못했다. 단양군은 그나마 고등부 선수라도 배출하고 청원군은 청주와 인접, 인적교류가 가능해 보은보다는 사정이 훨씬 나은 편이다.
보은군 속리산은 지대가 높아 다른 지역에 비해 여름철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고 산악훈련을 하기에 제격인 곳으로 체육전문가들로부터 전지훈련지로 높게 평가받는 지역이다.
군에 따르면 올해 1월에만 육상 꿈나무 142명이 보은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것을 시작으로 익산시교육청육상부, 부산시육상체육부, 경북의성군 육상부 등 8개 팀 700여명의 전지훈련팀이 훈련을 다녀갔다. 지난해에는 하계 전지훈련으로 308개팀 3860명의 선수 및 임원을 유치해 20억 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거둔 것으로 군은 평가하고 있다. 이들 전지훈련팀의 대부분은 육상이다.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황영조와 이봉주를 길러낸 한국 마라톤의 대부 정봉수 전 코롱 육상감독이 속리산으로 전지훈련을 왔을 때 “보은군은 전지훈련장으로 태백시 이상의 자연조건을 갖춘 지역”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보은군이다. 태백시의 경우 여름철 전지훈련장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한해 60억 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한해 방문객만도 20만 명에 달한단다.
스포츠마케팅을 위해 대규모 스포츠파크 조성을 계획하고 있는 보은군이 전천후육상보조경기장, 보은국민체육센터, 공설운동장, 생활체육공원 등 각종 시설인프라를 기반으로 하계 및 동계 전지훈련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엘리트 체육인들을 양성하지 못하면 대회 유치 및 전훈 유치에도 한계를 보일 것이란 지적이다.
/김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