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곧 하늘이니...’
2012-04-26 최동철
1893년(대한제국 고종 30년) 음력 3월11일부터 4월2일까지 20일간 사회개혁과 외세침탈을 배격하고 자주근대화를 이루려는 역사상 최초의 최대 민중항쟁 집회가 열렸었다. 이 집회를 계기로 동학교도들의 교조신원운동은 사회개혁과 반외세투쟁으로 본격 전개됐다.
당시 보은에는 장안마을(장안면 장내리)에 동학교단의 본부라고 할 수 있는 대도소가 있었다. 대규모 집회가 열린 이래 보은은 지도부가 주재하는 동학의 거점이 됐다. 전국의 수많은 동학교도들이 세상사의 중심지였던 보은으로 이주해 왔다.
이는 결국 북실마을(보은읍 종곡리, 성족리) 일대 시냇물을 핏물로 변해 흐르게 하는 동학농민운동의 최후 격전지 중 하나가 되게 했다.
단발소총보다 죽창, 농기구 등이 대부분 병장기였던 동학농민군은 몰이사냥 당하듯 속절없이 전사했다. 사거리가 훨씬 긴 신식 연발소총과 기관총으로 무장한 일본군과 훈련받은 관군을 농민군은 당해낼 수가 없었다.
그들은 그 계곡 구덩이에 집단 매장됐다. 가슴 아픈 역사였다. 이젠 의미만이 남았다. 보은군은 2003년부터 ‘보은 동학제’를 매년 개최해 ‘동학농민운동’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있다. 올해도 5월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열린다.
동학(東學)은 1860년(철종 11년) 최제우가 창건한 한국종교다.
조선 후기에 이르러 각지의 반란, 외국의 간섭, 정치의 문란, 사회적인 불안과 긴장이 계속되던 시기였다. 종래의 종교는 이미 부패 또는 쇠퇴하여 민중의 신앙적인 안식처가 되지 못했다.
이에 수운(水雲) 최제우는 제세구민(濟世救民)의 뜻을 품고, 서학(西學: 천주교, 가톨릭)에 대립되는 한민족 고유의 종교 ‘동학’을 창교했다.
유(儒)·불(佛)·선(仙)의 교리를 토대로 '인내천(人乃天 사람이 곧 하늘이므로 모든 사람은 멸시와 차별을 받으면 아니 된다)' '천심즉인심(天心卽人心 하늘의 마음이 곧 민중의 마음이다)'의 사상을 전개했다.
'인내천'의 원리는 인간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지상천국의 이념이다. 즉,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새로운 세상을 세우자는 것이다. 또한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인권과 평등사상을 주창했다. 이외에도 동학은 조선의 지배논리였던 양반과 상사람 구분의 반상제도(班常制度), 적자와 서자 차별의 적서제도(嫡庶制度) 등을 부정했다. 이 같은 현실적, 민중적 행동은 민중들의 지지를 받았다. 지금은 천도교(天道敎), 시천교(侍天敎), 수운교(水雲敎) 등으로 분파되어 각 종파 별로 교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 시절 그 때 세상을 변화시켜보겠다는 웅지의 중심지였던 보은을 새삼 한번 돌아본다. 영웅호걸은 오간데 없고 현실과 미래는 암담할 뿐이다. 십 수 년 째 타 지역출신 국회의원을 뽑아놓고 박수치며 환호한다. 한심하다. 사람이 곧 하늘이니, 보은 인물을 키워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