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 지역정계 ‘세대교체’
이용희 의원 정계은퇴…심규철 전 의원 몰락
박덕흠 당선자 시대 서막…이재한 대응 주목
2012-04-19 김인호 기자
5선의 이용희 국회의원이 18대 국회를 마지막으로 정계 은퇴를 앞두고 있는데다 지난 4.11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배수진을 치고 나온 심규철 전 의원도 국회 입성에 실패함으로써 사실상 지역구에서 설자리가 사라졌다. 세습논란에 휘말려 선거운동 이전부터 힘겨운 싸움이 예상됐던 이재한 민주통합당 남부 3군 위원장도 지역구에 발을 들인지 1년 반 남짓한 박덕흠 새누리당 신인에게 참패함에 따라 앞날이 명확치 않게 됐다.
이에 따라 이번 총선을 기점으로 남부 3군에서는 적어도 이용희 의원과 심규철 전 의원이 물러나고 박덕흠 당선자의 시대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재한 위원장의 거취, 지역구를 사수할 경우 어느 정도의 심혈을 기울일지 그렇지 않으면 박 당선자를 상대할 새 인물의 등장 여부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박 당선자는 3만196표(40.7%)를 얻어 2만2963표(31%)에 그친 이재한 후보를 7233표 차이로 여유 있게 따돌리고 당선됐다. 남부 3군에서 비교적 고른 득표를 올렸다. 보은과 옥천에서 각각 42.7%와 52.8%를 얻어 차점자 이재한 후보(보은 34.2%, 옥천 35.8%)를 크게 앞섰다. 영동에서도 26.8%를 얻어 이 지역출신인 심규철 후보(48.6%)와 표차를 좁혔다.
지역에서는 박 당선자의 승리요인으로 재력을 가장 우선순위로 올려놓는 분위기다. 성공한 기업인으로 500억대의 재산가인 박 당선자의 역량을 높게 사 낙후된 남부 3군의 성장 동력을 견인 할 적임자로 지목했다는데 이견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제 관심은 그의 롱런 여부다. 지역정가는 의정활동에 모가 없고 지역구 관리를 잘 한다면 그의 독주시대가 열릴 것으로 분석한다.
민주통합당 이재한 위원장은 이번 선거에서 무엇보다 초반 세습논란의 벽에 막혀 기선을 제압당한 후 단 한 번의 반전의 기회도 잡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결과론이지만 아버지 이용희 의원의 후광이 선거에서 역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민간인 사찰과 정권심판론이 선거쟁점으로 부각되지 못하고 오히려 김용민 막말 파동이란 악재를 만나 초반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민주통합당 입당 자체만으로 힘을 발휘하리라고 기대를 모았던 남부 3군의 수장들도 영향을 주질 못했다. 계파가 틀린 민주통합당 내 모든 세력을 끌어 않지 못했으며 이용희 의원의 지지 세력을 흡수하는데도 한계를 보였다. 보은과 옥천에서 전략만큼 표를 얻지 못한 점도 패인으로 지적된다.
시선은 총선 이후 이 위원장의 거취에 쏠린다. 박 당선자란 암초에 부딪혀 지역구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세습논란에서 자유로워졌고 한창 젊은 나이인데다 당장 12월 대선과 2014년 지방선거를 겨냥, 전열을 재정비한 후 후일을 기약할 것이란 분석이 대체적이다. 총선 후 정확한 패인진단과 푹 가라앉은 분위기를 보듬는 것 그리고 2세 정치인으로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 과제다.
이 위원장은 총선 후 “지역을 위하고 고향을 위해 역할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남부 3군 위원장으로 앞으로 있을 대선과 다음 지방선거 등에서 할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지역구 활동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심 전 의원은 새누리당 경선을 회피하고 무소속 출마란 벼랑 끝 승부수를 던졌지만 단독 출마한 영동에서조차 바람몰이에 실패했다. 최소한도 영동에서 60% 이상 표를 회득했었어야 승산을 바라볼 수 있었지만 보은(16%)과 옥천(9.9%)은 물론 영동(48.6%)에서도 심 후보 지원에 인색했다. 심 전 의원은 때문에 잇단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패하고 16대를 제외한 17, 18, 19대 총선에서 연거푸 세 번 낙선함으로써 다시 나올 기력도 가능성도 희박해졌다고 지역정가는 보고 있다.
다만 심 전 의원이 50대 중반인데다 정치에 오랫동안 몸을 담아왔기 때문에 공사 수준의 사장이나 비중 있는 공직을 역임한다면 10여 년 간 다져온 지분을 바탕으로 지역구에서 리턴매치를 벌일 수 있을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또 안철수 교수가 독자세력으로 대선을 출마할 경우 안 교수 진영에 합류하는 것도 재기할 하나의 출구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심 전 의원은 일단 “당분간 쉬면서 생각을 정리할 것”이라며 거취표명을 유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은출신 조위필 한국민속소싸움협회장은 이번 선거에서 얻은 표가 미미해 뜻과 마음이 가도 재출마가 쉽지 않은 입장이다. 조 회장은 선거 이후 “이번 선거에서 표가 나오지 않아 아쉽지만 할 말을 다해 출마가 후회되지 않는다”며 “도와 준 성원에 깊이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했다.
/김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