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삼월(閏三月)의 세상사’
2012-04-19 최동철
하기야 아지랑이 피는 저 고개 너머로 곧 가실님이지만 선뜻선뜻 가고 싶겠는가. 오로지 새로 올 님만 마음이 여삼추(如三秋)일 것 이다.
사실 올해는 양력과 음력 모두 윤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다소 쌀쌀했던 양력 삼월을 지냈고, 음력 삼월을 보낸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음력으로는 내일모레(4월21일)부터 윤삼월이 또 한 번 시작된다. 가실님을 좀 더 붙들듯이 아이러니하게도 봄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윤달로 인해 올해 우리나라와 중국의 석가탄신일(부처님 오신 날, 음력 4월8일)은 한 달 정도 차이가 나게 생겼다.
올 우리나라는 윤삼월이라 음력 3월이 두 번이다. 반면 중국은 우리보다 표준시가 1시간 늦은 연유로 음력 4월이 두 번인 윤사월이 된다. 때문에 석가탄신일이 중국은 양력 4월28일이지만 우리나라는 5월 28일이 된다.
달의 변화를 기준으로 삼는 음력은 한 달이 29.53일, 1년은 354.37일이다. 태양의 움직임에 맞춘 365일 양력보다 일 년에 11일이 적다. 즉 달이 지구를 12번 돌고난 뒤에도 11일쯤 더 지나야 비로소 1년이다. 이 상태가 3년이 되면 음력의 날짜와 양력은 거의 한 달쯤 차이가 나면서 계절의 흐름과 동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양력보다 모자라는 11일을 모아 3년에 한 차례 씩 음력 12달에 한 달을 더 추가한다. 음력 3월 다음에 윤달이 들면 윤삼월, 4월 다음에 있으면 윤사월이 된다. 19년에 7번 정도 조정한다.
물론 태양력이라고 오차가 없는 건 아니다. 4년에 한 번 윤년을 둔 율리우스력도, 여기에 400년 동안 세 번의 윤년을 평년으로 하는 그레고리력도 완전하지 않다. 1년 길이가 태양년(太陽年)으로는 365.242일, 항성년(恒星年)으로는 365.256일이다. 이 또한 중력의 영향으로 조금씩 느려진다. 양력에서의 윤달은 2월이 29일까지 있는 달이다. 대략 4년에 한 번, 정확히는 400년에 97번 윤달이 있다.
예로부터 윤달은 덤으로 생겼다는 뜻에서 덤달, 여벌달, 공달, 군달이라고 했다. 이때에는 1년에 음력달이 13달이 되는 셈으로 인간의 일을 1년 12달 주관하는 신이 관여치 않는 달이 된다. 즉 부정을 타지 않고 탈이 없는 달이므로 평소에 쉽게 하지 못했던 이사, 집수리, 산소 이장이나 단장을 하고 수의(壽衣)마련 같은 일들도 거리낌 없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윤달에 상(喪)을 당했을 경우 제일(祭日)을 정함에 있어 전통적 제례법에서 윤달에는 제사를 지내지 않기에 '본달(먼저오는 달)' 에 지낸다.
높새바람 불다 그친 윤삼월 저물녘/ 자목편꽃 소리없이 지는 처맛기슭/ 그대 목련처럼 가고난 뒤엔/ 뜻도 꿈도 육신도 허전하여서/ 사람에게 걸었던 그리움마저/ 허전하고 허전하고 하 허전해서/ 몸도 따라 하염없이 저무는 윤삼월
민주당 비례대표로 이번 19대 국회에 진출한 도종환시인의 시 ‘윤삼월’이다. 잠깐 머물다가는 이승일지언정 인연을 중시해 보은군 발전에도 관심 가져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