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째 수다쟁이 ‘보은신문’

2012-02-23     최동철
옛말에 공동체인 한 마을이 잘 되려면 구성원 중에는 반드시 세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즉, 경험 많은 나이 지긋한 노인 한분, 동네 욕이란 욕은 다 뒤집어쓰는 싹수없는 무뢰배 한 놈, 수다쟁이 여편네 한분이 바로 그들이다.

지역사회의 원로격인 노인은 씨족사회의 촌장처럼 정신적 지도자로 옳고 그름과 지혜로움을 명확히 하니 마을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할 것이 분명하다.
무뢰배 또한 자라나는 자녀들은 물론 선량한 이웃들이 절대로 그 놈처럼은 살지 말아야지 하는 교훈을 얻을 수 있으니 교육가치적 측면에서 역시 나름의 쓰임은 있었을 것이다.
나머지 수다쟁이는 그 역할이 온 동네를 싸돌아다니며 ‘왈가왈부’도 하고, ‘대추 놔라 밤 놔라’ 훈수를 한다. 이말 저말 옮겨 때때로 서로 간은 물론 이익집단 사이에 싸움질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그럼 입방아 찧는 이런 수다쟁이 역할은 왜 필요한 것일까. 바로 소통이다. 좋은 일이든 궂은일이든 소식을 전하고 정보를 교환한다. 마을을 병들지 않게 정화시키고 활기차게 만든다. 마치 마른땅 물길 내려고 꿈틀대며 흐르는 물줄기처럼 무뚝뚝한 지역사회를 정감어린 사회로 변화시킨다. 제대로 된 객관적 시각과 사고의 소통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이렇듯이 중요한 수다쟁이 역할을 요즘에는 언론이 대신한다. 보은신문은 무려 22년간 수다를 떨어왔다. 그리고 벌써 23년째를 시작했다. 지역 언론으로서 22살의 나이는 우리나라 전체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의미의 숫자다.
보은신문은 1990년 당시 서울에서 출판, 인쇄업을 하던 이환욱씨가 창간했다. 사심은 없었다. 신문을 이용해 사업 번창이나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도 없었다고 했다. 오직 바랐던 건 ‘정론직필’ 언론 본연의 역할로 고향 보은군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었다는 것이 전부였다. 특히 공정성과 객관성, 편집권 독립을 위해 주식회사로 만들어 경영과 편집을 분리했다. 그 후 20 여년 약관(弱冠)의 보은신문은 대한민국 지역 언론의 선구자적 모범사례 역할을 해왔다.

약관이란 유교 경전 중 오경(五經)의 하나인 예기(禮記)의 곡례 편(曲禮篇)에 실려 있다. 즉, 남자나이 스무 살이 되면 관례(冠禮)를 했다고 하여 일컫는 말이다. ‘나이어림’ 또는 ‘어린나이’를 말하기도 한다. 약년(弱年), 약세(弱歲)도 같은 말이다. 약(弱)의 원래의 뜻은 부드럽고 약한 것을 의미한다. 즉 아직 기골이 장대한 장부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한사람 구실을 하는 젊은이가 된 것을 뜻한다.

따라서 보은신문도 비록 청년기에 접어들기는 했지만 아직은 미흡한 부분도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를 기대한다. 그간 과욕이었건 불찰이었건 아니면 고의적이었건 간에 일부 불성실하거나, 불공정, 왜곡 보도 등에 대해 자성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지역 언론을 선도하는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 22살 수다쟁이 ‘보은신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올곧은 언론인 노릇을 지향하는 뜻있는 이들이 병아리 기자시절부터 귀감으로 삼는 고사성어가 있다. 바로 ‘직필인주(直筆人誅) 곡필천주(曲筆天誅)’다. 즉, 바른 글을 쓰면 권력이 그냥 두지 않는다. 하지만 그릇된 글을 쓰면 하늘이 그냥 두지 않는다.
보은신문 창간 22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