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들러리만 서려는 가”
2012-02-09 최동철
어느 언론은 이용희 국회의원의 의정보고서를 인용해 ‘옥천과 비교해 보은지역 사업에는 소극적 이었다’고 어줍은 지적을 했다. 하지만 이는 겉과 수치비교에만 연연한 다소 억하심정격인 우리네 어리석음을 탓한 것 외에는 어떤 의미도 아니다.
생각해 보면 매우 간단하다. 일례로 예전과 달리 옥천은 인구가 보은보다 많다. 물적 인적 인프라도 대부분 보은을 앞서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겠지만 사실이다. 유망지역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지는 것은 불문가지다. 또한 팔은 안으로 굽는다. 옥천출신 국회의원이 자기 고장에 더 관심을 갖고 신경 쓰는 것에 누가 왈가왈부할 수 있는가. 문제는 정작 다른 곳에 있다. 우리가 앞으로 지역출신의 후보를 내지 못한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격차는 점점 더 커져만 갈 것이다. 바로 이것이 문제다.
이번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자들 모두는 타군 출신들이다. 따라서 그들이 아무리 보은·옥천·영동이 하나의 단일선거구인 만큼 차별 없이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언한다 해도 인지상정의 마음으로 이해해야 바른 해석이다. 비근한 예로 예비후보 거의가 ‘출판기념회’니, ‘기자회견’이니 하는 것조차 보은군민은 철저히 무시된 채 옥천이나 영동에서만 행사를 치렀다.
‘뭐 그런 정도를 가지고 좀생이처럼 시시비비냐’고 면박을 준다면 아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보은군의 앞날이 우려스럽다. 군민의 자존심마저 실종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타군과는 달리 보은군에는 은은한 존재감이 하나 있다. 바로 동학이다. 보은동학의 의미가 무엇인가. 한말, 외세에 의해 나라의 안위가 풍전등화인 상태에서, 무능과 시정잡배 권력에 무시당했던 민초, 농민들이, 내 나라, 우리 백성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죽창에 자존심(恨)을 담고 떠오르는 태양 앞에 아침이슬처럼 스러졌던 역사현장이 아니던가. 당시 보은지역은 ‘사람이 곧 하늘’이라며 꿈꾸었던 민초들이 세상의 중심에 있었다.
허나 지금은 구름에 달 가듯 시간이 흐르면서 변방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그 사이 영동에는 영동대학, 옥천에는 도립대학이 들어섰다. 법원과 세무서는 영동에 있고 대한상공회의소 충북인력개발원, 노동부 고용지원센터는 옥천에 있다.
보은지역은 산부인과조차 없는 곳이 되었고 제1금융권으로는 농협중앙회 보은군지부가 유일하다. 거두절미하고 이웃 옥천, 영동군에 비해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훨씬 더 많은’ 보은군이 되었다.
여하튼 4.11총선에서는 타 시군 출신 후보들이기는 하지만 그 중 한명의 성실한 인재를 골라내야만 한다. 먹자니 그렇고 남 주자니 아깝다는 계륵(鷄肋, 닭갈비)처럼 난감한 선택 사항 중 하나를 정할 때 그래도 제일 첫 번째 기준은 ‘나의 이익’이다.
부끄럽게도 우리의 후보를 내지 못했으니 숟가락 들고 남의 잔치라도 끼어 들 수밖에 없다. 이런 처지라면 보은지역 발전을 위해 누가 무엇을 얼마만큼 어떻게 노력해 줄 것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물론 당선만을 위한 수단인지 여부도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네 보은군 유권자들에게 주어진 올해의 운명적인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