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통재로다!
2012-02-02 최동철
행사장 곳곳 입구마다에는 여지없이 손을 내미는 그들이 세를 과시하듯 서있다. 무릇 투쟁에서는 ‘주도권 장악’이 최선이다. 손자병법 군쟁 편에 이일대로(以佚待勞)라는 사자성어로 매우 중요함을 강조했다.
즉, 아침은 기운이 왕성하고 대낮은 누그러지며, 날이 저물면 기운이 완전히 떨어진다. 그러므로 싸움 잘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기운이 왕성한 때를 피하고 누그러지거나 떨어졌을 때 공격한다. 잘 훈련된 군대로서 적의 혼란한 시기를 기다리고 냉정한 태도로써 적이 경솔하게 나올 때를 기다린다. 또 싸움터에 미리 도착해 휴식을 취하며 적이 멀리서 쳐들어와 지치기를 기다린다. 이쪽은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고 상대 적은 식량부족으로 배고프기를 기다린다. 깃발이 질서정연한 적과 맞서 싸우는 일은 피하고 기세당당하게 진을 치고 있는 적을 공격하는 일은 피한다는 내용이다.
각설하고 이번 총선에 출마를 선언한 이는 아직까지는 4명이다. 이 중에서 16대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지낸 심규철은 지난 17,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후보로 출마했으나 당시 이용희 후보에게 연이어 패한 바 있다. 나머지 세 명중 이재한은 최근 민주당으로 다시 당적을 옮긴 이용희 의원의 아들로서 정치에 갓 입문하는 신출내기나 진배없다. 박덕흠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서울 구로 을선거구에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 한 경험이 있다. 무려 14명이 공천을 신청한 치열함 속에서 4배수 까지 포함이 되었고 공천이 유력시 되었으나 여성들 간의 전략선거구로 급변하면서 탈락했다. 손만복은 민주당에서 오랜 당료생활을 했다.
낯선 박덕흠과 이재한 이 두 사람이 보다 낯익은 심규철 예비후보보다 조금이나마 더 관심을 끄는 것은 기업인 출신이라는 점에서다. 보은 옥천 영동 선거구의 이른바 남부3군 출신 국회의원 중 기업인 출신은 두 명이 있었다. 11대 민정당 국회의원을 지낸 주방용 가구인 오리표 싱크 박유재 에넥스 회장과 15대 자민련 국회의원을 지낸 토비콤으로 유명한 제약회사 안국약품의 어준선 회장이 그들이다. 물론 이 두 기업인 출신 정치인이 지역발전에 특별히 기여한 바는 없다.
짚고자 하는 것은 남부3군에서 기업인 출신의 정치 도전이 처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기업인 출신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있다. 자신의 사업 영역에서 보여준 성공신화를 정치로 이식하겠다는 것이다. 기업 경영의 리더십을 정치에서도 보여주어 낙후된 지역개발과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유권자는 막연한 기대심리가 발동하고 당사자는 인기몰이를 하게 된다. 그러나 기업인 출신의 리더십은 정치적 리더십과는 대조된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씨이오(CEO) 리더십'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압도적으로 당선됐다. 그리고 집권 내내 기업가치인 효율성을 우선했다. 목표만을 향해 가는 통치스타일은 여론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오고 있다.
그들이 건네는 손을 힘주어 잡아본다. 그러나 어쩌랴, 아직은 욕망만이 전달될 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심전심이 아닌 통과의례에 의한 가식으로 다가올 뿐이다. 오호 통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