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해- 선거관리의 책무
2012-01-12 최동철
한편에서는 소박하고 아담한 농촌지역에서 굳이 살벌하게 엄격한 부정감시를 할 필요가 있겠는가하는 반응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 지역에서도 이미 지난 지방선거에서 부정으로 당선됐다가 당선무효 처리된 군 의원 사례가 있다. 보은군선거관리위원회는 이를 적발하고 또 적법하게 처리했다. 책임과 의무를 다한 박수 받을 일이었다.
건국 이래 대통령 직을 빼놓고는 다해본 인물로 이회창 국회의원을 꼽는다. ‘대쪽’이미지를 갖고 있는 그는 사실 타락과 맞서 싸운 공명선거 파수꾼으로 더욱 이름을 알렸다. 지난 88년 7월 여소야대 시절, 중앙선거관리위원장직을 맡게 된 그는 불과 1년3개월만인 89년 10월 도의적 책임을 지고 스스로 사표를 던지며 자리를 떠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는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당시의 선거풍토에 고발로 맞섰다. 동해시 와 영등포 재선거에서 당선된 여당인 민정당 후보는 물론 여타 출마후보와 사무장 등 거의 전원을 선거법위반혐의로 무더기 고발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뿐만 아니었다. 노태우대통령의 총재서한을 문제 삼았는가 하면, 김영삼 민주당총재에게 친필경고 서한을 보내는 강단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대부분을 ‘무혐의’처분했다. 또한 노대통령의 서한이 여권 내에서 문제가 되자 홀연히 자리를 물러나게 된 것이다.
그는 짤막한 사퇴이유서에서 ‘두 차례의 재선거에서 불법선거운동을 규제하고자 최선을 다했으나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사퇴의 변’을 남겼다. 그의 사퇴는 ‘책임질 줄 아는 공직자 상을 보여주었다’며 세상사람 모두가 찬사를 보냈다.
그런 그가 선거의 의미에 대해 ‘선거는 민주주의 정치 활동의 핵심이요 결정체이다. 특히 국회의원선거나 대통령 선거는 국가통치조직의 인적구성을 형성하는 결정적 절차다. 그런데 그 절차가 법을 위반하고 짓밟는 과정 속에 이뤄진다면 이미 그것은 스스로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백번 들어도 옳은 말이었다.
예전 한 시절에는 유권자들이 ‘먹을 것은 먹고 찍을 때 소신대로 찍으면 된다’는 식의 자기합리화가 유행했던 때도 있었다. 그 같은 인식은 후보자들의 불법행위를 지속시키게끔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선거법을 무시하고는 당선될 수도 없고 당선이 된다 해도 무효가 되어 소용없다’는 인식이 후보 당사자들이나 유권자들에게 심어지게 됐다. 정치풍토가 변하면서 생각도 바뀌게 됐다. 이제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적발, 고발한 후보는 절대로 찍지 않아 당선되지 못하게 하겠다는 방향으로 인식이 전환되고 있는 시점이다.
그래서 선관위의 책무가 더욱 무거워졌다. 감시의 눈은 모두 감아서도, 한 쪽 눈만을 뜨는 편파적 자세를 취해서도 안 된다. 공명정대해야 한다. 조선후기 실학자 최한기는 천하우락재선거(天下憂樂在選擧)라고 했다. 천하의 근심과 즐거움이 선거(사람을 뽑는다는 의미)에 있다는 뜻으로, 선관위가 모토로 삼는 말이다. 보은군선거관리위원회 건물 정면에도 우뚝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