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민심이 천심 밝히는 해

2011-12-29     최동철
‘지나가 버린 것은 모두가 아름다왔다. 여기 있는 것 남은 것은 욕이다 벌이다 문둥이다’라고 시인 한하운이 ‘삶’을 읊었다. 이틀만 있으면 또 한 해가 간다. 가만히 있어도 해가 뜨고 해가 진다. 만고불변의 진리다. 해가 바뀔 때는 또한 늘 이렇게 춥다. 특히 올 연말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와 난방비 덕에 유난히 더 추위를 타고 있다. 불우이웃과 홀몸노인 등 주변 소외된 이들은 과연 방풍막이나 제대로 하며 칼바람을 막아내고 있는지 우려스럽다.

이러한 서민들 삶의 실상을 아는지 모르는지 흔해빠진 이른바 ‘정권 실세’들은 동떨어진 대책이나 허울 좋은 정책만을 내놓고 있을 뿐이다. 민생고가 어느 지경인지 파악조차 안 되어있는 모양새다. 혹시 지금이 태평성대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 보고 싶은 심정이다. 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과 구직자에게 올 한 해를 축약하는 사자성어를 물었더니 직장인은 수무푼전(手無分錢), 구직자는 망자재배(芒刺在背)를 많이 선택했다고 한다.

수무푼전은 ‘땡전 한 푼 없다’는 말 표현대로 ‘수중에 가진 돈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즉 열심히 일을 했으나 물가가 워낙 많이 올라 저축은커녕 쓸 돈도 없다는 의미다. 집 가진 빈곤층을 이르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라는 신조어도 있다. 비싼 집 한 채를 가지고는 있지만 정작 생활비 등이 없어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살아가는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집을 가졌다는 것은 부의 척도이자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인식됐었다. 그래서 자칭 중산충인 직장인들이 2-3억씩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했으나 대출이자와 자녀 학자금, 물가고 등에 발목 잡혀 매달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망자재배는 가시를 등에 진다는 뜻으로,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편하지 않다는 의미다. 국내외 경기가 안 좋아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 대출받은 학자금은 졸업했으니 갚아야 하고 집에서도 눈칫밥 먹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구직자들의 심정을 십분 표현하는 사자성어다. 어찌됐든 올 한해는 직장인이든 직장이 없어 노심초사하는 사람들에게든 그리 즐겁지 않은 한 해였던 것 같다.

그렇다면 새해는 어떠할까. 흑룡의 해이니 뭔가 꿈틀꿈틀 하늘거리며 치솟아 오르는 느낌이 와 닿기는 한다. 내년에는 민심의 힘으로 천심(天心)을 밝혀줄 총선과 대선이 있다. 그래서 누가 뭐라 해도 공명선거(公明選擧), 네 글자가 강조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공명선거란 선거과정에서 선거법이 지켜지고 국민의 의사가 선거결과에 왜곡됨이 없이 반영되는 선거를 말한다. 즉 후보자는 선거법규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유권자는 외부의 압력 없이 자기의 의사에 따라 투표하고, 선거관리기관은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함으로써 유권자의 의사가 왜곡됨이 없이 선거결과에 정확하게 반영되어 그 결과에 대해 누구든지 승복할 수 있게 하면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5년차인 내년에 남북관계 개선, 물가안정, 학력철폐,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 `경제 연착륙'을 국정 핵심과제로 선정했다고 한다. 부디 내년에는 전쟁 불안 없이 물가 안정으로 민초들의 편안한 생활이 영위되길 기대해본다. 더하여 보은군내 모든 이들의 만사형통(萬事亨通)이 되길 염원한다. 그동안 읽어주신 독자들께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