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부자의 의미

2011-11-03     최동철
‘돈이 많다고 해서 저절로 멋져지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고 갑부 중 한 명이었던 ‘스티브 잡스’가 죽음을 맞기 훨씬 전에 제작됐던 그의 성공기를 다룬 ‘다큐드라마’에서 나온 말이다. 미혼모의 사생아로 태어나 학교도 중퇴하고 차고에서 사과 한입 베어 먹으며 만들었던 ‘애플컴퓨터’로 일약 돈방석에 앉았던 그다. 그러나 곧장 비싼 차 몰고, 부티 나는 의복을 입었다해서 ‘인정받는 진짜부자가 되지는 않더라’는 의미다. 결국 부자로서의 체면과 품위를 갖추지 못했다면 ‘진주목걸이 한 돼지’요, 하는 짓이 치졸한 졸부에 다름아니다는 뜻 일게다.

잡스가 “발명품은 하나도 없고 운영기법만을 통해 자리 잡았다”고 혹평한 마이크로소프트사(MS)의 빌 게이츠 또한 세계 부자 중 한명이다. 잡스와는 운명적 인연을 맺고 동반자적 경쟁자였던 게이츠는 역시 같은 다큐드라마에서 ‘훌륭한 예술가는 모방을 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도용을 한다’고 읊조린다. 당시 독보적 존재였던 아이비엠(IBM)이 도스(Dos)체제에 안주하고 있을 때 잡스의 애플사는 마우스 기술을 싼값에 인수하여 디자인전문 매킨토시 컴퓨터를 만들었고, 게이츠는 그 기술을 도용(?)해 윈도우 프로그램을 개발, 마이크로소프트를 반석위에 올려놓았다.

여하튼 진짜부자 게이츠가 얼마 전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에 위치한 워싱턴대학에서 강연을 했다. 그는 먼저 '엄청난 부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 다고 언급한 뒤 "일정 수준 이상의 부를 가지고 있게 되면 재물을 자녀들에게 물려줄 것인지 또는 영리하게 기부를 할지 등이 부담감으로 다가온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것은 자녀들에게 좋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또 “어느 정도의 부는 의미 있는 자유를 가져다 준다"면서 "그러나 주머니에 수백만 달러를 더 가지고 있든 아니든, 결국 같은 햄버거를 먹는다”고 말했다.

게이츠는 이어 "억만장자와 관련해서 나와 워런 버핏(※기업인수합병으로 부를 창출)은 미국에서 가장 부자지만 부자들은 세금을 더 많이 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부자들은 현재 하는 것보다 더 많은 부를 기부해야하며 우리는 이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왔다"고 강조했다. 요약 종결하면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로 귀착된다. 이는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말한다. 높은 자, 힘 있는 자, 가진 자 즉 기득권층은 소외된 자, 가난한 자 등 이른 바 하위 계층과의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베풂의 미덕도 함께다.

복잡하고 수준이 높아 보이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보다 이해하기 쉬운 다음과 같은 ‘진짜 부자’론도 있다. △자녀가 보통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면 부자다. △이웃이 잘될 때 흐뭇한 마음이 들면 부자다. △자신보다 못한 남을 위해 돈을 쓸 때 주저하거나 아까운 생각이 들지 않으면 부자다. △식사할 때 건강함과 주어진 음식에 대하여 감사한 마음이 들면 부자다. △남을 비판하기보다 염려와 축복을 더하면 부자다. △과거를 후회하거나 현재를 한탄하기보다는 내일에 대한 꿈이 더 크면 부자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할 수 있는 감성을 가지고 있으면 부자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면 당신은 정말 큰 부자다.
보은의 자칭 부자들에게 ‘진짜부자’가 되어 ‘멋진 부자’노릇 해주길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