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간오지 낙후지역의 시내버스 운용실태
2011-10-20 나기홍 기자
경북 영양군의 시내버스 운용
보은을 출발 상주를 지나 문경 예천을 거쳐 안동에 다달았다.
여기까지 소요시간이 2시간 30분 다시 안동에서 산길을 돌고 돌아 한 시간을 달렸다.
산과 산, 내와 내 사이로 좁은 편도 1차선 도로를 달리다 확 트인 곳이 나타나면서 왼편으로 영양읍 소재지가 수줍은 듯 모습을 드러냈다.
보은으로 치면 속리산 상가지역 규모 정도의 시가지 모습이었다.
점심 식사를 위해 한 식당을 찾았더니 한사람에게는 밥을 팔지 않는다했다.
근처 다른 식당으로 가 식사를 하고나니 신 열무에 몇가지 나물을 넣어 비빔밥을 내어주었다. 계란하나 띄우지 않은 비빔밥이었다. 계산을 하려고 카드를 내미니 카드체크기가 아예없다고 한다. 국수 한 그릇만 먹어도 카드로 계산할 수 있는 보은과는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영양군의 열악한 환경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영양군청은 보은읍사무소 규모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공간에 단아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영양군의 열악한 지역세를 보여주는 듯하여 씁쓸하다.
여기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까 먼길 달려온 것이 허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통계는 기획감사실에 배속되어 있었다.
사전에 협조를 구한 터라 교통계 담당자를 찾았다.
담당자는 물론 교통계장도 반갑게 맞이하며 각종자료 요구에 성실히 답변을 하고 어떻게든 만족한 결과를 얻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하는 자세가 역력히 보였다.
시장 식당에서 겪었던 첫 인상을 이들이 충분히 지웠다.
조지훈, 이문열 배출한 문향
영양군은 경상북도 동북부 태백산맥 내륙에 위치하고 있으며 동쪽은 울진군과 영덕군, 서쪽은 안동시, 남쪽은 청송군, 북쪽은 봉화군 등 5개 시 군과 인접해있는 전형적인 농산촌이다.
총면적 815.10㎢에 1읍 5면의 행정구역에 18,666명(2009년말 기준)이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다.
전체 인구 18,666명중 13,203명이 농업인구로 70.7%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영양군의 주요 농작물은 연간 7,615Mt이 생산되는 사과와 5,708Mt을 생산하는 고추로 특히 고추는 그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특히 영양군은 청록파시인인 조지훈을 비롯해 서정시인인 오일도, ‘젊은 날의 초상’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집필한 소설가 이문열을 배출한 문향의 고장으로 그 자부심이 대단하다.
영양군민의 발 (주)영양여객
고난은 있어도 좌절은 없다
영양군민의 발로 시내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것은 (주)영양여객(대표이사 권영갑)으로 영양여객은 6년 전인 2005년 버스기사들의 노사분규로 당시 버스회사가 직장을 폐쇄하는 아픔과 고난이 있었다.
이때 (주)영양여객을 설립하고 시내버스를 운행하기 시작한 사람이 권영갑 사장이다.
(주)영양여객은 12대의 버스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소형버스 (16인승)이 3대로 공영버스는 단 한 대도 없다.(표위치)
자치단체에서 사준 공영버스가 한 대도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보은군의 공영버스 16대와는 너무도 대조적인 일이다. 영양군에서는 지난해 벽지노선 손실보상금으로 10억 2천6백만원과 재정지원금 2억1천8백만원 유가보조금 8천2백만원등 총 13억 2천6백만원을 지원했다.
반면 보은군은 (주)신흥운수에 벽지노선 손실보상 10억 7백 6십만원, 재정지원 4억7천3백만원, 유가보조금 2억 3천2백만원등 16억 7천 8백여만원을 지원했다.
(주)영양여객에서는 경영합리화를 위해 중형버스를 소형버스로 점진적으로 바꿔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감가상각비, 연료비, 보험료, 수리비등에서 중형버스에 비해 50%이상 운영비가 절약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12대의 버스 중 이미 3대를 소형버스로 교체하고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또한 재정지원에 대한 투명성 확보를 위해 군에서 외부기관인 회계법인에 의뢰한 재정지원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 군과 주민들로부터의 재정지원에 대한 의혹을 불식시키고 있었다.
실제로 영양여객 소형버스3대중 1대는 여성기사가 운행을 하고 있어 버스를 이용하는 주민들과의 마찰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왕복 2시간 30분 노선
아무 보상없이 회사차원 운행
주민은 시내버스 외면 얌체 짓
“어디까지 가능교?” “청기” “청기까지 얼만교?” “2,200원 요” 영양군 청기면으로 가는 한 시골 어주머니와 버스기사와의 대화다. 우리가 들으면 다소 묵둑뚝한 대화지만 나름대로의 정겨움이 묻어있다.
왕복 2시간 30분이 걸린다는 이 지역 최대오지라는 영양-죽파-기산 노선을 탑승했다.
길이 좁아 중형버스는 가지 못하고 소형버스를 운행하고 있었다. 영양을 출발하면서 학생 6명 일반인 7명 총 13명이 버스에 탔다. 중간 거점인 수비면 죽파리에서 승객은 12명이 내렸다. 여기까지는 길은 좁지만 도로사정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죽파에서 기산까지 가는길은 하늘아래 첫동네였다. 주위의 산들은 깍아지른 절벽으로 그길이나 높이가 보은에서는 구경할 수 없었다. 길은 차한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였고 길 한쪽은 산이고 한쪽은 수 미터에서 수 십 미터의 계곡이다. 자칫 옆으로 잘못 빠지기라도 하면 큰 사고로 연결될 수 있는 위험한 지형이다. 죽파에서 기산까지 가는 동안 한 명 남았던 중학생이 중간에 내리고 40여분을 비포장도로와 콘크리트 포장길을 달려 도착했지만 종점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길을 돌려 나오는 동안 버스 백밀러에는 간간히 나뭇가지가 부딛혔다.
이 노선은 벽지노선 지정도 비수익노선 보상도 없는 노선이라는 버스기사의 귀뜸이다. 영양여객이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서비TM차원에서 운행하는데 버스를 보내달라고 할 초기 외에는 나올 때는 동네 주민들차로 나오고 들어 갈 때도 동네차를 들어가 하루4번 운행하도록 두 세명 태우는 것이 고작이란다.
버스회사나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입장에서는 기가찬 노릇이며 주민들의 얌체 짓에 분개감 마저 느껴질 만하다.
농촌버스 특히 벽지노선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버스이용이 절실함을 느끼게 한다.
/나기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