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공사와 궁 저수지 이주민 ‘불편’
배스 이번 기회에 제거…물 빼면 농사에 지장
이주단지조성 토목공사비 부담가면 ‘입주 안 해’
올해 구입한 씨앗값 보상약속은 언제고 ‘딴소리’
2011-10-06 김인호 기자
수몰이주민 발전위원회(대표 강연창)에 따르면 저수지 증설 사업이 진행될 때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어종 배스와 블루길을 제거할 적기다. 강 대표는 “2~3년 전만해도 겨울철 빙어를 잡기 위해 하루 500~600명의 빙어잡이객들이 궁 저수지를 다녀갔지만 빙어 씨가 말라 마을을 찾는 방문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이번 궁 저수지 사업을 시행할 때 물을 빼고 외래어종을 솎아내야지 그렇지 않으면 외래어종을 퇴치할 기회는 없다”고 말했다. 외래어종의 개체수가 증가하면서 토종 어족자원을 감소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한국농어촌공사 보은지사는 이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다. 어대수 지사장은 “내년 농사를 위해 물을 뺄 수 없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 보청저수지와 궁 저수지 저수률이 70% 초반대로 올 가을과 겨울 비가와도 자연증발을 감안하면 내년 농사철까지 저수률에 변동이 없기 때문에 물을 절대 뺄 수 없다는 것이다. 대신 얼마 전 속리산 국립공원사무소가 비룡저수지에서 큰입배스 수정란 제거를 위해 인공산란장을 설치하고 산란을 유도한 뒤 이를 수거하는 방안을 해결책의 한 예로 들었다.
이주민이 입주할 단지의 토지비용 책정도 난제다. 주민들은 “평당 1만4000원 이상이 나오면 들어갈 수 없다”며 이주민에 대한 토지분양을 거부할 태세다. 지난달 30일 주민들에 따르면 당초 이주단지 택지분양가 예상을 평당 4~6만원으로 설명했지만 이후 21만원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1만3000~1만4000원선까지 떨어졌다. 이후 분양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한국기반공사 측이 앞뒤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1주택 당 300평까지 분양할 수 있음에도 200평으로 축소분양하려는 점도 못미더운 부분이다. 수몰이주민 발전위 권영수 총무는 “직접 답사해본 결과 전라도의 경우 준설토를 이주단지 내 채워 토목공사비를 주민이 부담하지 않았다”며 “입주단지 예정지도 산 중턱 그늘지역이 아닌 볕이 드는 날망을 선호했지만 이런 부분을 얘기 못한 것은 조성비용과 설계를 이미 해놓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은지사 측은 “택지분양가격이 20만원 15만원, 1만4000원 하는 말들은 확정된 금액이 아니다. 와전된 측면이 있고 잘못 전달된 것이다. 이주단지 택지조성은 조성원가, 분양가, 정산가로 나눠지는데 누군가 설계 중에 이 정도 금액이 나올 것이라고 한 추측성 말들이 떠돈 것”이라고 받아쳤다. 보은지사는 이주단지에 대한 토목공사비를 전국 공동의 방식으로 산술해 최저가로 주민들에게 부담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이 마을 주민들은 이주단지를 한옥으로 지어 관광객을 끌어들인다는 구상이다. 군에 따르면 전체 27가구 중 14가구가 한옥으로 주택을 지을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이주단지 택지비용 등락여부에 따라 한옥마을 조성사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한옥을 짓겠다는 주민이 만일 10가구 아래로 나오면 한옥마을 조성사업은 충북도의 지원을 받을 수 없어 무산된다.
올해 초 공사로 인해 농사를 못 짓고 포기함에 따라 고스란히 남은 씨앗값을 놓고도 한국농어촌공사와 주민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현장 사무실을 짓는데 주민들이 협조한다는 조건부로 시공사가 5000만원에서 2500만원, 이후 2000만원으로 낮춰 보상해준다고 했다가 이제 와 말을 바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거짓증언을 하고 있다”며 불쾌해하고 있다.
보은지사는 이에 대해 “강제할 수는 없고 당사자들끼리 알아서 할 사항”이라면서도 “웬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주민과 시공사 간 중재할 용의는 있다”고 말했다. 또 주민들이 “주민숙원 사업으로 사업 시행 전 마을회관을 지어주겠다는 지원 대신 주민 수익사업으로 황토돛배 건조로 전환을 희망하는 것”에 대해 시공사 측은 “해줄 수 없다”고 말해 이 부분도 주민과 시공사 간 불편하다. 주민은 “올해 남은 공사비 70억원을 어떻게 사용할지 두고 보겠다”며 우회적으로 사업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궁 저수지 둑 높이기 공사는 내년까지 사업비 473억원(올해 200억원 계획)을 들여 205만톤에 불과한 담수능력을 822만톤으로 늘리는 사업으로 내년 완공을 목표로 삼부토건(주)과 (주)삼양건설이 공사 중이다.
/김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