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산버섯 맛보기 어려워

늦더위로 채취량 급감…기온과 습도가 변수

2011-09-22     김인호 기자
올해 자연산 버섯이 극도의 흉작이다. 송이 뿐 아니라 능이, 싸리 등 물량부족으로 가을철 버섯을 맛보기가 쉽지 않다. 가격도 지난해보다 비싸졌다. 이달 중순까지 이어진 늦더위가 품귀현상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19일부터 선선한 가을 날씨로 돌아섰고 앞으로 적당량의 비가 뿌려준다면 다소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은장날인 지난 16일 오후 5시 보은시장. 예년 같으면 좌판에 팔려고 내놓은 자연산 버섯을 구경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올해는 그렇지 못했다. 점포에서의 자연산 버섯은 종적을 감추었고 그나마 노점상인도 불과 3~4명만이 적은양의 자연산 버섯을 바구니에 담아 팔고 있었다.
장안면에서 싸리 등 잡버섯을 들고 나왔다는 한 좌판 상인은 “올해는 자연산 버섯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며 “물량이 없다보니 실상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송이의 경우 “핀 벌송이 4개를 10만원에 판 것이 전부”라고 전했다. 이날 시장에서 송이버섯은 1㎏에 10~30만원, 능이는 10만원, 싸리 등 기타 버섯은 소량의 바구니에 담은 것이 2~3만원에 거래됐다.
보은시장통 내에서 직접 채취한 버섯으로 전문 버섯찌개업을 하는 식당주인은 이날 “올해는 버섯 해갈이를 하는 해인데다 날이 너무 더워 버섯이 귀하다”며 “버섯채취를 아예 포기하고 작년 따서 염장해놓고 남은 1000㎏만으로 장사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상인은 매년 이 맘 때 하루 10㎏ 이상 자연산 버섯을 채취해 생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가을에는 버섯이 넘쳐났다. 송이의 경우 2009년 90~100만원을 호가하던 가격이 지난해에는 ㎏당 15~25만원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올해는 다시 가격이 상승세다. 지난 20일 속리산에서 판매되는 가격은 송이 1등급 30만원, 2등급 25만원, 3등급 22만원, 능이는 10만원, 기타 버섯은 2만원대에 내놓았다. 지난해에 비해 5~15만원 오른 가격이다.
속리산을 향하는 길목에서 길거리 버섯판매를 하는 한 상인은 “그나마 물량이 없어 1등급송이는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강원도와 경상도에서도 송이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선물용으로 많이 판매되는 추석이 지나 더 이상 송이가격이 오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도 했다. 추석 이후 인텃넷 쇼핑몰 옥션에서는 67만원, 현대백화점에서는 70만원, 강원도 양양송이영농조합에서는 30만원에 1등급 송이가 판매되고 있다.
올해 자연산 버섯이 귀한 이유는 무엇보다 늦더위와 많은 강우량에 따른 과습이다. 속리산 만수리 주민은 19일 “버섯채취기간은 백로(지난 9일)를 기점으로 한 달여 간 본격 출하된다”며 “올해는 절기가 빠르지만 서리가 내린 이후에도 버섯을 딴 적이 있어 조건만 맞아떨어지면 아직은 버섯을 채취할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버섯채취업자인 이 주민은 이날 아침 6시에 산에 올라 오전 11시까지 달랑 싸리버섯 1개만 건졌다.
자연송이는 대게 9월초부터 중순쯤까지 주로 나며 양식은 불가능하다. 18~24도 기온에서 가장 왕성한 생장을 하며 그 이하나 이상이 되면 생장이 급격히 둔화되는 성질을 갖고 있다. 또 4~5일 주기로 10~15㎜ 강우량이 있어야만 자연송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자연송이는 기온과 습도 등 기후가 잘 맞아야 비로소 버섯 머리를 내민다는 점 때문에 가치를 높게 쳐준다.
한편 올해 단풍이 예년에 비해 다소 늦어질 것이란 일기예보에 따라 송이채취기간도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