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오른쪽, 위험반원!
2011-09-01 김승옥 추풍령기상대장
작년 9월에만 해도 두 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상륙하거나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태풍은 올해도 어김없이 발생해 지난 8월 초에는 아홉 번째 태풍 무이파가 서해상을 통과하면서 지리산 일대를 포함한 남부지방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달력 한 장이 넘어간 지금도 태풍에 대한 공포는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적어도 9월까지는 태평양상에서 발생한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태풍은 중심최대풍속이 17m/s 이상의 열대저기압이다. 열대저기압은 지구상 여러 곳에서 연간 80개 정도가 발생하고 있으며, 그 발생장소에 따라 북태평양의 남서해상(5~20°N)에서는 태풍, 남인도양에서는 윌리윌리, 벵골만·아라비아해에서는 사이클론, 대서양과 북태평양 동부에서는 허리케인 등으로 불리고 있다. 태풍 영향권에 있는 14개 회원국에서 각 10개씩 만들어 제출한 140개의 이름을 발생 순서에 따라서 순차적으로 번호와 함께 붙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태풍이 우리나라로 북상하거나 가까이 지나갈 때 태풍의 예상경로에 따라서 피해지역을 예측할 수 있다. 흔히 태풍의 중심을 기점으로 원을 그렸을 때, 태풍 진행방향의 오른쪽 반원을 더 위험한 지역으로 보고 ‘위험반원’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편서풍의 영향으로 태풍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진행하고 태풍 내부에서는 반시계방향의 바람이 불기 때문에, 태풍 진행 방향의 오른쪽을 위험반원으로 보면 된다. 이곳은 태풍 내부의 바람 방향과 태풍의 진행 방향이 일치해 강력한 바람이 발생하여 반대쪽 ‘가항반원’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한다. 2002년 루사, 2007년 나리, 2010년 곤파스 등 우리가 기억하는 무시무시했던 태풍들은 대부분 한반도를 직접 통과하거나 우리나라를 오른쪽에 두고 지나가면서 많은 피해를 입힌 경우이다. 그러나 강한 태풍의 경우에는 중심 부근에 강한 비바람이 있으므로, 가항반원이라고 해도 절대 안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올해는 앞으로 10여개의 태풍이 더 발생해, 이 중 1~2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적도 부근의 더운 열기를 찬 곳으로 실어 나르는 태풍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해마다 되풀이되는 피해는 최대한 막아야 하기에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태풍정보에 각별히 귀를 기울여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