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을 다녀와서
2011-08-18 박영옥 (보은군여성회관)
처음에는 내 손톱에나 해볼까하는 생각으로 배워 주위 사람들에게 해주다보니 아는 사람이 자원봉사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오는 것을 직장문제도 있고 하여 좀 힘들겠다고 하였다.
‘좀 힘들게다.’ 라는 말을 하는 나를 다시 한 번 쳐다보더니 직장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봉사활동을 못한다는 것은 이유 같지 않은 핑계라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휴가 또는 시간 있으면 당연히 놀러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시간을 이용해서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에 몸은 작아지고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분의 말을 듣고 마음속에 반성문을 줄줄이 써내려가면서 서투른 솜씨이지만 군 연합 봉사단에 등록하여 매월 셋째 주 화요일 날 읍, 면 소재지에 있는 경로당, 노인정 등을 다니면서 네일아트 봉사를 하기로 하였다.
무덥게 볕이 내리쪼이는 어느 날
나는 할머니들을 만나 볼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을 하였는데“안녕하세요. 여기는 연합 봉사단 입니다. 오늘 12시까지 오시는 것 아시지요.” 하고 전화가 왔다
나는 잊지 않았다는 대답을 해놓고 네일도구 함을 정리하여 봉사단이 만나기로 한 장소로 나아갔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나와 계셨다.
봉사단에는 시각장애인도 계시는데 내가 도착 한 것을 목소리로 알아듣고는 아주 반갑게 맞이하여주신다
봉사 하시는 분이라서 그러한지 모두 다 밝은 모습 즉 행복자체였다
봉사하는 사람들이 돈이 많아서, 가진 것이 많아서 행복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봉사를 하면서 얻어지는 행복이 더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행복해 보이는 것이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봉사활동을 다녀오면 몸은 힘들지만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고 욕심과 탐욕으로 가득 차 삐걱거리는 나에 삶에서 여유로움을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나를 다듬을 수 있고 사람의 향기를 맡을 수 있어 행복하고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파란 이파리가 반짝반짝 빛나는 매실나무 가로수를 가르며 찾아 간 곳은 시골 작은 마을 경로당이다
경로당마당에 들어서니 옹기종기 모여 계시던 어른들께서 주름 가득한 얼굴에 환한 미소를 머금고 우리를 반기신다.
경로당 주방에 작은 밥상을 가져다 네일 도구, 칼라를 꺼내어 놓고는“ 할머님 이리로 오세요. 예쁘게 해드릴게요.”
제일먼저 키 작은 할머니 한분이 소녀처럼 웃으며 다가오시더니“ 손이 엉망인디. 손이 더러운디. 씻고 올까.”하시면 수줍은 듯 살며시 두 손을 작은 밥상위에 올려놓으신다.
“할머니. 할머니 손 예뻐요. 더럽지 않아요. 할머니 이손으로 자식 공부시키고 출가 시키고 다 하셨잖아요. 할머니 이손 위대한 손이예요. 할머니 이 예쁜 손톱에다 제가 더 예쁘게 꽃을 피워 드릴게요.”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일만하여 달아버린 손톱 손질하고 분홍빛깔의 칼라를 바르고 그 위에 흰 꽃을 그려드렸다.
“아이고 내 손톱 좀 봐. 내 손톱에 꽃이 피었네. 칠십 평생 처음으로 이런 것 발라봤네. 오늘 내 손톱이 호강하네 그려”하시며 이른 봄부터 태양에 그을린 얼굴에 하얀 치아를 드러내시며 밝은 미소로 만족스러워 하신다.
그 모습을 보는 내 마음도 덩달아 즐겁고 행복하였다.
심지어 어떤 할머니께서는 오늘 메니큐어를 바르려고 며칠 전부터 농사일로 찌든 손톱을 철수세미로 벅벅 문질러 씻었다고 하시는 분도 계셨다
그렇게 작은 마을 할머니들 손톱에 빨, 주, 노, 초, 파, 남, 보 무지개 색깔로 바르고 있는데 저 뒤에서 처음부터 곁 눈길로 나를 바라보시는 백발인 할머님이 계셨다
거의 다 마무리가 될 무렵 그 할머님께 다가가서“ 할머니 어디 불편하세요.”
“아니여. 아픈데 없어. 근디. 선생님~~.~”하시고는 또다시 말문을 닫아버리신다
“할머니 저한테 하실 말 있으세요.” “아니여. 할 말은 뭔.......할 말 없어”하시는 것이었다.
돌아 와 네일 도구를 정리하려는데 “저 선생님 이런 손톱에도 저거 발라줄 수 있나.” 하시면 투박한 손으로 탁자위에 나란히 올려져있는 메니큐어를 향해 손짓을 하는 것이었다.
“물론 해드리지요. 해드릴 테니 이리로 오세요.”하였다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고 볕에 검게 그을린 손을 작은 밥상 위로 어렵게 올려놓으시고는“ 내가 젊었을 때 소 여물 썰다가 손을 다쳐서 손이 흉헌디.” 라고 들릴락 말라한 목소리로 말끝을 흐리신다.
일평생 일만하여 억세진 할머니 손을 잡고 잠깐 가슴이 뭉클 해지더니 나도 모르게 푼수처럼 눈물이 나는 것이었다.
“할머니 손 흉하지 않아요. 걱정 마세요. 예쁘게 해드릴게요.”
일생을 농사로 찌들어 검버섯이 검게 핀 손을 먼저 맛사지하고 손톱정리를 한 다음“ 무슨 색깔로 발라드릴까요.” 물었더니 할머님께서는 한 치 망설임 없이 “꽃 분홍.”하면서 고개를 끄덕이신다.
작두로 소 꼴 썰다가 반이 잘려나가 얼마 남지 않은 손톱에 꽃 분홍 색깔의 칼라를 바르고 그 위에 꽃을 그려드렸다.
“ 고맙네. 내 평생에 흉한 내 손을 이렇게 따뜻하게 만져 준 사람이 없었는데... 정말 고맙네.”하신다
우리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을 할머니께서는 얼마나 좋았으며 ‘고맙다’라는 말을 연신 되뇌신다.
나는 주름 가득한 얼굴에 하얀 틀니를 드러내고 행복해 하시는 할머니 모습을 보니 흰 쌀밥에 등 푸른 고등어 구워 밥숟가락에 올려 주시던 친정엄마가 보고 싶어 그리움이 목젖까지 차오르는 것이었다.
목젖까지 치밀어 오르는 그리움 때문에 아무 말을 할 수 없어 그저 눈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하였다
“할머니 저희가 자주 찾아올게요.
그리고 할머니 짊어지고 왔던 무거운 짐 이젠 그만 내려놓으셨으면 좋겠어요.
할머니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