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잡는 여성들

2011-08-11     최동철
태국 사상 첫 여성총리가 탄생했다. 그녀 ‘잉락 친나왓’은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뒤 해외로 도피한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 여동생이다. 미국에서 공부했고 기업경영의 경험은 있지만 정치 경험은 전혀 없는 44세의 법적 미혼모다. 남편과 아이가 있으나 결혼증서는 없는 서구적 사실혼 상태다. 따라서 태국국민은 잉락을 ‘아바타’로 정한 그녀의 오빠 탁신 전 총리를 다시 뽑은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어찌됐던 잉락은 푸어타이당의 총리 후보로 발탁돼 정계에 입문한 지 불과 두 달 반 만에 대권을 거머쥔 여성이 됐다.

직선에 의한 세계 최초 여성 수상은 스리랑카에서 1960년 선출된 ‘시리마보 반다라나이케’다. 진보적 개혁성향의 남편 솔로몬 반다라이케 수상이 정적에 의해 피살 된 후 ‘울보 미망인’이란 별명을 얻으며 대권을 잡았다. 세계 최초 여성 대통령은 아이슬란드의 ‘비그디스 핀보가도티르’다. 그녀는 1980년부터 16년간을 통치했다. ’철의 여인‘이란 별명의 원조 격인 이스라엘 첫 여성총리 ’골다 메이어‘는 건국의 시금석을 놓은 유능한 정치인이었다. ‘시장바구니를 든 철의 여인’으로 불리며 영국 첫 여성총리이자 사상 가장 오래 집권했던 ‘마가렛 대처’는 강력한 탄광 노조를 굴복시켜 안정을 이룩해 찬사를 받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촌스러운 옷차림 때문에 언론의 비웃음을 받았지만 ‘독일판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한명으로 꼽힌다. 또 아프리카 대륙의 첫 여성대통령인 ‘엘렌존슨 설리프’ 라이베리아 대통령을 비롯해 ‘코라손 아키노’ 필리핀,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미첼 바젤레트’ 칠레,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 ‘줄리아 길라드’ 호주 첫 여성 총리, ‘율리아 티모센코’ 우크라이나 전 총리 등 그야말로 세계는 여성시대로 치닫고 있는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대권을 잡았던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정치지도자에 오른 여성들도 많았다. 인도의 첫 여성총리 ‘인디라 간디’는 네루 수상의 딸로 경호원에 의해 피살당하기 전까지 두 차례나 대권을 잡았다. 파키스탄 ‘베니자르 부토’도 2007년 암살당하기 전까지 두 번 대권을 잡은 이슬람 첫 여성 총리였다. 필리핀의 두 번째 여성 대통령 ‘글로리아 아로요’도 국민적 인기가 높았던 디오스다도 마카파갈 전 대통령의 딸이었다. 인도네시아의 첫 여성 대통령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역시 인도네시아의 독립운동 지도자이자 초대 대통령인 수카르노의 딸이다.

반면 지난 달 치러진 페루 대통령선거에서 첫 여성 대통령이자 일본계 부녀 대통령을 꿈꿨던 36세의 ‘게이코 후지모리’는 그 꿈을 일단 접어야했다. 그녀의 아버지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저지른 학살과 납치, 횡령 등으로 25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따라서 그녀는 당선을 위해 아버지의 집권 시기를 독재라고 규정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아버지가 이뤄낸 안정적인 경제발전과 좌익 게릴라 소탕은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도 폈다. 하지만 민심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훔쳐야 했다.

한나라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로 유력시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국회의원은 과연 어떤 의지를 품고 대권가도를 달려 나갈까... 단지 첫 여성대통령과 첫 부녀대통령 ? 혹은 ‘섶에 누워 쓸개를 씹는다’는 와신상담(臥薪嘗膽)처럼 꼭꼭 숨겨뒀던 아버지의 명예회복 또는 당시 등 돌리고 떠났던 이들에 대한 보복? 역사에 남을 ‘한국판 철의 여인’?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