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장 가꾸기

이준표(보은장속/ 재경보은군민회 사무총장)

2002-04-06     보은신문
농촌출신으로 어릴때부터 자연을 벗삼아 고향산천 논밭둑에서 뛰놀고 자란 나는 작년 이맘때 신문 한구석에서 눈에 띄는 흥미있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다름아닌 서울 변두리 상수원 보호구역의 농장을 서울시에서 관심 있는 시민들에게 임대분양해 주겠다는 것이다.

평소 도심 한복판의 숨막히는 건물 숲속에서 생활로 경치 좋은 시골에 조그마한 주말 농장이라도 가꾸며 살고 싶어한 나에게는 마침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되었다. 연락처인 서울시에 전화를 걸고 2구좌(10평)을 5만원에 계약한후 1년간 친환경 농장 가꾸기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봄 파종시기를 맞아 복잡한 서울 도회지를 떠나 팔당댐을 지나 정말 산좋고 물좋은 남한강 지류의 퇴촌근처 농장이 있는 도마리라는 동네를 찾아갔다. 거기는 때마침 봄날, 개나리, 진달래며 산벗나무, 조팝나무등 빨갛고 노란꽃 하얀꽃등 온갖 꽃이 어우러져 피어있어 어릴때 부르던 "고향의 봄" 노래가 절로 나오는 꽃동네 바로 그곳이었다.

농장 관리인의 안내로 씨앗과 농기구를 지급받고 상추며 쑥갓 열무등 봄채소를 심은후 물을 흠뻑 뿌려주고 돌아왔다. 일주일이 지나 다시 찾아본 농장에는 파릇파릇 새싹들이 돋아있어 생명의 신비를 느끼며 무공해 채소를 얻게 돼 흐뭇한 마음도 들었다. 이 농장은 서울시 상수원 보호구역에 위치해 있어 절대로 화학비료나 농약등을 쓰지 못하게 하고 있다. 심지어 인체에 유해한 수질오염이 된다고 비닐사용도 금지하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유기질 비료를 밑거름으로 많이 뿌려놓은 탓인지 땅이 비옥해 채소는 무럭무럭 잘 자랐고 고추도 많이 달렸다. 그간 수확해온 채소들은 이웃들과 잘 나누어 먹었고 농장 자랑도 많이 했다. 여름 장마철에 들어 잘자라던 고추들은 물에 잠겨 김장고추까지도 욕심냈던 것이 빨갛게 익지도 못하고 하얀고추가 되어버렸다. 고추밭 한모퉁이를 갈아엎고 이번에는 토란과 대파를 심었다. 늦은 여름 이제는 김장 채소를 심어야 할때가 되었다.

무우, 배추를 심을때 특별히 친구 부부들을 불러 농장 원두막에서 직접 키운 상추와 고추 그리고 삼겹살에 소주까지 곁들여 점심대접을 한후 일꾼삼아 일을 시켰다. 올 겨울 김장채소는 내가 책임지겠다며 꾀어 억지로 일을 시킨것이다. 그런데 평생 농사를 짓고 살아보지 못한 이 친구들은 씨앗을 뿌리고 1.5배 정도 두께로 덮어야할 흙을 덩어리도 부수지 않은채 꽉꽉 덮어 버린 것이다.

결과는 우리네 속담대로 가뭄에 콩 나듯 씨가 나고 그것도 산비둘기가 내려와 거의 다 쪼아 먹어댔다. 농장 관리인이 씨가 나지 않을 것을 대비해 키워 놓았다는 배추모종을 얻어 다시 빈곳을 메꾸어 심었다. 그후 틈나는 대로 농장을 찾아 김을 메고 물을 주며 정성껏 가꾼 채소는 겨울김장을 할수 있을 만큼 잘자랐다. 이제 배추 속이 꽉차게 끈으로 묶어 주어야 한다는 관리인의 친절한 안내대로 그렇게 해주고 헤아려보니 100포기는 조금 넘는것 같았다.

잘되면 이곳 친환경 농장에서 수확한 완전 무공해 토란으로 국을 끓이고 배추로 김치를 담아 저녁이라도 나눌 수 있어 그때 친구들과의 약속도 지킬것 같았다. 그런데 잘자란 김장배추는 갑자기 닦친 첫 겨울 추위에 그만 동해를 입어 썩게 되었다. 농사를 잘 짓는다는 것이 이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새삼 체험하였고 우리 이웃 농민들의 어려움도 알게 되었으며 직접 내손으로 가꾸어 먹는 것에 대한 보람도 느꼈다.

지난해 농사경험을 살려 올해에는 더 부농의 꿈(?)을 키우며 잘해 보겠다고 지난달에 서울시와 다시 농장 임대 계약을 했다. 작년에 못다한 친구들과의 약속도 지켜야겠다고 생각하고 동호인으로 친구도 하나더 끌어들여 같이 친환경 농장 가꾸기에 참여하기로 했다. 우리 고향 보은군도 어느 타지역이나 마찬가지로 이농 현상이 심해 유휴농지가 많을 것이다. 이렇게 내가 먹고사는 이땅의 환경도 지키고 취미생활도 만족 시켜주는 혹시 이런 사업의 추진계획이 있으면 내 경험담이 조금이라도 고향발전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