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하며 사는 인생 정말 행복 합니다”
조손·편부모가정 아이들에 학비 지원
매년 마을대청소·폐품 모으기에 앞장
석창희(순대전문점 김천식당)씨
2011-03-10 천성남 기자
지난 1985년 석창희·고명희 씨 부부가 고향을 떠나 타향인 보은에 와서 자리 잡은 지 어언 25년이 다 되어간다.
당시 가진 것 없이 시작했던 이 부부는 둘 다 초등 졸업 장 뿐으로 가방끈은 짧았지만 인생에 있어 맛있는 순대를 만들어 장사에 성공해 보겠다는 일념을 불태웠다.
무척이나 생활이 힘들었지만 그들이 서로 믿는 것이라곤 잘 살아보겠다는 생각밖엔 없었다고 고백한다.
“누가 그러데요. 옛말하며 살 수 있는 날이 온 다구요. 그리고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것 두요. 우리부부가 그랬어요. 형편이 너무 어려워 사글세 점포조차도 엄두를 못내 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그 파고를 넘을 때 정말 힘들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살다 보면 어려움이 있다고 들었는데...하루 4~5시간도 못자고 일에만 매달렸지요.”
◇갖은고생 끝에 얻어낸 별미의 순대
남편 석창희(57)씨는 충주가, 부인 고명희(54)씨는 강원도 화천이 고향이다. 지인 때문에 찾아온 타향인 보은에서 시작한 살림살이는 처음에 어려움 뿐 이었다고 술회한다.
“올해로 벌써 25년이 되었네요. 겨우 점포 한 칸을 빌려 순대 집을 차렸는데 아내나 나나 기술도 없고 아는 것도 없어 처음엔 만드는 방법을 알기 위해 시행착오도 하고 고생만 했지요. 어느 날은 삶아놓은 내장이 마구 뒤엉켜 있었어요. 속은 안 익고 겉은 풀어져 버리고...도무지 순대 속을 넣어야 하는데 재료가 받쳐 주지를 않는 거예요. 아내가 음식솜씨가 있는 편이었어요. 둘이 연구노력 끝에드디어 타 순대와 차별화되는 야채 순대를 개발해냈어요. 우리 집 순대의 특징은 주로 양파, 대파, 양배추 등 야채가 90%가 들어가는 야채 맛이 비결이에요. 손님들이 야채가 많아도 끝 맛이 고소해 입맛을 자꾸 당기게 한다는 칭찬을 해주십니다.”
◇타의 추종불허 맛 비결 바로 대추
타 순대와의 차별화된 맛을 내기 위해 들어가는 대추 양은 무려 1주일에 10㎏정도가 들어간다. 순대는 1주일에 한번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한 달에 4주라 치면 씨를 발라내고 과육만 잘게 썰어 약 40㎏의 양이다.
"전에는 순대 속에 수삼도 잘게 썰어 넣었는데 단골고객들이 씹히는 감각이 싫은 반응을 보이시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제 맛을 찾기 위해 지금은 인삼분말로 대체합니다.”
순대 만드는 노하우를 그대로 일러주는 주인장은 그만큼 넉넉한 마음에서 일 것이다.
그동안 그가 느껴 왔던 이웃으로 인한 많은 도움이 오늘의 김천식당을 키워 냈다는 그런 보은의 마음이다.
그는 이제 이웃들에 보답하며 사는 인생에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고 거듭 말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작은 정성을 이웃들에게 나눠주는 것이었어요. 처음에 삼산 1구 장용구 이장님이 마을이나 신문에 제 자랑을 서슴지 않고 해주시는 덕분에 제가 동네에 일려졌지요. 처음엔 어찌나 부끄럽던지 몰라요. 당시는 라면도 못 사먹을 정도의 살림살이였다면 알아보시겠죠?”
◇도 대표로 도지사상 200만원 소외계층에 전달
"차츰 형편이 나아지면서 보은새마을금고의 양준모 과장님 추천으로 결손가정, 조손가정의 아이 3명을 현재까지 지원하고 있어요. 얼마 전(지난달 11월 25일)에는 제가 한국음식업협회청주지부 추천으로 도 대표로 나가 도지사상을 수상, 상금 205만원을 받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상금 5만원은 아마 내려가는 여비차원으로 주신 것 같았어요. 전체 상금 중 한국BBS연맹보은군지부에 100만원, 마을과 한국음식업협회 군지부에 각 50만원 씩 드렸지요. 모두 소외계층 아이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압니다. 그 보람이 너무 크죠.”
◇새벽 5시 부부가 직접 시장보고 음식준비
“우리 집은 1주일에 한 번씩 월 4번 순대를 만들어요. 새벽에 기상하여 부부가 재료 손질하고 순대 만들 준비를 갖추죠. 이곳에서 주로 시장을 보지만 때론 부족한 재료나 많은 물량의 재료가 필요하면 가끔 청주, 대전 등으로 직접 트럭을 몰고 나가 시장을 봐오기도 합니다. 무, 양배추, 배추 등의 채소를 대량으로 살 때요. 전엔 잠을 4~5시간 밖에 못 잤어요. 월세 5만원을 벌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당시는 아내도 나도 외출복이 없었을 정도죠. 일복이 곧 외출복이었으니까요.”
◇13세 아들막둥이 놓고 새로운 소망 커가
“자식으론 직장인인 큰 아들 지호(27)가 있고 뒤늦게 생긴 막둥이 지민(삼산초등 6년)이가 있어요. 고생할 때는 아이를 더 갖는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어요. 아이하나가 외로워 더 가지려 했으나 형편도 안 되고 해서 못 갖다가 뒤늦게 막둥이를 낳았지요. 너무 좋지요. 아이들이 커나가는 것을 보면 그게 행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삼산1구 장용구 이장님이 말하는 이들 부부
"부인인 고명희 씨는 회원 60명으로 구성된 동네 부녀회장으로 불우이웃돕기를 통해 활성화를 시키는 것은 물론 교육비로 받은 수십만 원도 이웃돕기에 내놓고 하는 그런 사람이죠. 제가 알기론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개인적으로도 불쌍한 사람들에게 학비도 많이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성격도 확 통하고 아마도 어려웠을 때 이웃들이 도와준 정성에 보답하는 의미라고 말하더군요. 오는 23일에는 봄맞이 대청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부녀회원들과 같이 남다리 부터 골목까지 청소를 하고 하천인 보청천 까지 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세월이 많이 흘러가도 여전히 변치 않는 보은의 마음으로 살고 있는 석씨부부는 삼산1구 동네를 환하게 비추고 있는 활력소가 되고 있다.
/천성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