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동식물의 수난 시대
2011-03-03 국립공원관리공단 속리산사무소 소장 안 시 영
특히, 2010년에는 천연기념물인 산양이 공원인근지역에서 죽은 채 발견된 적이 있다. 2010년 공원내 도로에서 조사된 로드킬은 약42건이다. 발견되지 못한 것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고, 공원내 도로에 국한되어 조사된 자료이므로 실제 로드킬로 인해 생명을 잃는 동물의 수는 가늠하기 어렵다.
또한 추운 겨울철이면 먹이를 찾아 내려오는 야생동물을 노린 밀렵과 도로개발 등으로 인한 생태축 단절로 야생 동·식물들은 점점 보금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특히 호랑이, 늑대, 여우 등 대형육식 동물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종은 약 1천400만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중 약 175만종(13%)가 발굴되었고, 우리나라의 고유생물종은 약 10만종으로 추정, 이중 약 3만7천종이 조사·발굴되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20년 내에 50만 내지 100만종의 생물이 사라 질 것이라고 한다. 생물종의 멸종은 자연적으로 진행되기도 하지만 인위적인 활동으로 인한 멸종이 자연적으로 진행되는 속도 보다 약 100~200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들어 앞으로의 시대는 ‘종자 전쟁’의 시대라는 말이 자주 언급되곤 한다. 우리가 흔히 먹고 있는 농산물을 포함하여 장미 등 관상용 식물까지 다양한 해외 생물자원 사용대가가 약 1조 5천억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또한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의약품 원료의 약75%가 생물자원에서 나온다.
이처럼 생물자원은 이미 인간 경제활동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 수치는 더욱 가속도를 높여 증가 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 인간이 생존 할 수 있는 희망이 어쩌면 종자 하나에 달려 있을 수도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멸종위기종복원센터를 두어 반달가슴곰과 산양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춘 동·식물 복원에 힘쓰고 있다. 이에 발맞춰 속리산국립공원에서는 2009년부터 멸종위기종식물원을 조성하여 멸종위기종2급 식물인 망개나무, 솔나리 등 5종, 가는잎향유 등 우선보호종 8종, 그 외 야생화 등 희귀식물 약30여종을 식재하여 관리하고 탐방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매년 실시되고 있는 공원자원모니터링과 야생서식지 지속적 발굴과 함께 더욱 많은 종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다.
속리산국립공원은 우리나라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생태축이라 불리는 백두대간 구간을 32.7km(면적 약76㎢) 포함하고 있으며, 자연자원조사 결과에 따르면 식물 1,055종, 포유류 20종, 조류87종 등을 포함하여 약3,000여종의 생물자원이 서식하고 있는 자원의 보고이다.
2009년 IUCN 카테고리 Ⅴ에서 Ⅱ로 승격되어 빼어난 자연경관 뿐 아니라 자원가치의 중요성과 관리노력 또한 국제적으로 그 위상을 인정받았다.
이렇게 국제적으로 자랑할 만한 자원을 가진 우리는 아직까지 밀렵·밀거래 방지를 위하여 정기적으로 주야간 순찰을 돌아야 하고 밀렵도구를 수거해야 하는게 현실이다. 생물자원의 중요성이 국제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지금, 우리의 현실은 아직까지 거리가 먼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산길을 다니다 우연히 발견한 동물 한 마리가, 또는 관상용으로 마음에 들어 무심코 뽑아버린 풀 한 포기가 세계적으로 보호해야할 종이고, 이 세상에 마지막 남은 종일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생물종의 중요성은 누구하나가 외쳐서 되는 일이 아닌 만큼, 국민 모두의 의식전환과 보호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야생동식물 수난시대가 마감되길 소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