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야새야 파랑새야
유 선 요(보은읍 교사리, 청사이벤트 대표)
2002-03-09 보은신문
"새야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
이 노래는 가락이 평범하면서도 가슴에 아련하게 스며오는 것이 나이가 들어서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고 가슴속에 늘 자리하고 있다.
지난 겨울 '충북개발연구원'의 '김양식 박사'로부터 귀중한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그 책에는 충북동학농민전쟁사에 관한 귀중한 자료가 가득 실려 있었다.
그 책에 의하면 파랑새노래가 불리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2백년 전부터라고 한다. 새를 쫓는 소리로 시작되는 이 노래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지 1백여 년이 되는 갑오년에 농민들은 파랑새 노래를 부르며 혁명의 깃발을 펄럭였다. 농민들이 이 노래를 부른 것은 곡식을 쪼아 먹는 새를 쫓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패한 사회를 역사 저편으로 내쫓고 침략의 무리들을 이 땅 밖으로 내몰기 위함이었다.
이렇듯 파랑새노래가 오늘날까지 생명력을 잃지 않고 끈질기게 불리어질 수 있었던 것은 동학농민군들의 혼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참된 새 세상을 바라는 염원때문이었다. 갑오년 그 해 파랑새 노래는 충북 땅에서도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사람이 하늘이고 하늘이 사람이다'라는 구호 아래 동학은 당시 어지럽고 모순으로 가득찬 시대상황에서 한줄기 빛이요 희망이었고 급기야 동학농민전쟁으로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동학농민전쟁은 보은 장내리에서 시작해 보은 북실에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해 충북 곳곳은 핏자국으로 얼룩졌고 수천 명의 농민들이 녹두꽃이 되어 한 줌의 흙이 되었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동학농민전쟁'하면 전라도를 이야기하고 위대한 혁명가 '전봉준'을 이야기하였다. 언제나 충북과 충북 출신의 동학농민군의 존재는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 이제 동학농민전쟁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 충북지역은 동학농민전쟁의 중심이었다.
동학의 지도자로 활동한 인물의 상당수가 충북 출신이었다. 동학농민전쟁은 1880년 전후에 충북 보은 땅에서 불씨를 지핀 뒤 전라도를 비롯한 전국으로 급속도로 퍼져 나가게 되었다.
현재 충남과 전라도에는 동학농민전쟁을 기리는 기념관과 기념탑들이 많이 세워져 있다. 하지만 충북에는 이렇다할 기념비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들어 보은에 동학기념관이 세워진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앞으로 우리는 이곳을 성역화하여 꺼지지 않는 조국의 등불이 되신 그분들의 정신을 올바르게 본받고 자라나는 후세들에게 살아있는 역사의 산교육장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북실 하늘에 핀 녹두꽃이 지지 않는 한 파랑새 노래는 계속 불리어질 것이고, 파랑새 노래가 불리어지는 한 동학농민군의 숭고한 정신은 우리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숨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