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확산에 인심마저 잃을까

변해야산다<22>

2010-12-30     천성남 기자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구제역 여파로 인해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 감정이 악화되는 등 불안 초조한 심리로 인심마저 흉흉해지고 있다.

경북을 시초로 발병됐던 구제역이 최근 경기, 강원으로 확산됨에 따라 군은 추위와 야간을 불문, 확산을 막기 위해 보은IC, 회인IC 등을 비롯한 6곳에 방역초소를 설치하는 등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군은 매년 정초(1월 1일)에 시행해 왔던 삼년산성 해맞이 행사를 비롯 농업기술센터에서 개최해 왔던 새해 농업인 실용교육, 단체들의 영농교육, 정보화 교육 등이 잇따라 구제역 종료 후로 무기한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사태를 맞고 있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 읍에 살고 있는 한 단체장은 이번 구제역 여파로 사람 간 일어난 어쩔 수 없는 가슴 아픈 사연을 털어놓고 제발 서로 오해가 없도록 해달라는 말로 신신당부하기도 했다.

그 사연에 따르면 구제역이 급속도로 전파되기 시작한 이번 주부터 예방차원에서 농가나 사회단체에 모임을 가급적 자제해 달라는 협조공문을 발송한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지역 내 일부 음식업 관계자들이 늦은 밤인 10시쯤 전화를 걸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고 장사를 못하게 네가 방해 하는 거 아니냐 등등 마음을 상하게 하는 심한 말을 해왔다는 것이다.

같은 지역 사람으로 공익을 위해 한 일인데 억울한 생각이 한편으로 들기도 했지만 인지상정으로 오해가 풀리기만을 바랐던 그 단체장은 또 한편으론 ‘내가 이런 소리를 듣더라도 많은 사람이 모이는 모임을 가급적 자제해 큰일을 미리 예방하는 것이 낫지’란 마음으로 스스로 위안을 했다고 한다.

하루면 두세 통 씩 늦은 밤에 걸려오는 이런 전화 내용에 어쩔 줄을 몰라 하면서도 구제역이 철통같은 이 방역 방위 망을 뚫고 한곳이라도 퍼지기라도 한다면 당장 모든 음식업소가 문을 닫아야 할 판인데 라며 속을 달랬다는 게 그의 최근 심사다.

오해하기는 쉽지만 그러나 한번 닫힌 사람의 마음을 풀기는 매우 어렵다. 이러한 전 국가적인 비상사태가 보은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서로가 너그러이 이해하고 초기 방역에 너와 내가 없이 동참함으로써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을 것이다.

현대사회는 조금만 잘못되는 일이 있어도 이웃 간 서로 마음의 문을 닫고 살기 십상이다. 한 지역 사람끼리라도 10년, 아니 20년 동안을 마음의 문을 닫고 사는 사람들을 간간이 볼 수 있다.

가축성 질병이지만 어쨌든 사람이 매개체가 되어 전염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역민이 서로 한 마음이 되어 똘똘 뭉칠 때 이 난국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구제역으로 십 수년 기른 소와 송아지를 하루아침에 120두나 독약을 먹여 땅 속에 살 처분한 한 농부의 마음을 이해한다면 차라리 그것은 너무도 쉬운 일일 것이다.

만에 하나 방역 허점이 뚫려 구제역이 발생한다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서로 이해하고 자제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긴박한 때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천성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