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보다 안전을 원한다면

2010-12-23     김인호 기자
보은군이 자랑으로 내놓았던 전 구간 점멸등 신호체계가 시행 100여일 만에 돌아섰다. 경찰은 지난 7월부터 실시한 전 구간 점멸등 운영을 신이평교 사거리는 교량공사 관계로 신호등으로 환원했다. 이로써 보은군 34개 신호구간 중 사고위험이 높은 신이평교 사거리를 제외한 33곳이 점멸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교사사거리는 보행자 신호등을 운영 중이다.
그동안 신호등으로 전환됐음에도 군 전역에 나붙었던 ‘전 구간 점멸등 운영’이란 플랜카드를 떼지 않은 점은 눈에 가시였었다. 하지만 경찰은 최근 이 현수막도 거뒀다. 현수막은 신호체계를 보다 가벼이 보아도 된다는 착각을 부르기 때문에 브레이크 없는 차량질주를 부축일 수 있는 요인이었고 그 무엇보다도 사람들은 편리함보다는 안전을 우선으로 여긴다는 점에서 비록 단 한 곳을 정주기체계로 돌아섰지만 경찰이 사고위험구역에 대해 한발 물러선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경찰은 전 구간 점멸등 시행에 앞서 지난해부터 사람과 차량 소통이 적은 지역에 대해 우선적으로 점멸등으로 운영해왔다. 사실 통행량이 적은 지역에 점멸등보다 몇 배 예산이 소요되는 4색, 3색 신호등을 설치하는 것은 물론 안전장치 등 여러 긍정적 요인도 따르지만 재고해볼 여지가 있었다. 돌이켜보면 점멸등이면 되었을 지역에도 신호등을 설치하였거나 점멸등으로 전환이 오히려 주변상황과 부합함에도 신호등이 설치된 구간이기 때문에 정주기 신호를 고집했다거나 이에 따른 교통법규 준수나 신호등 관리가 쉽지 않는 등 허물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일부 구간의 점멸등 운영은 지역실정에 맞는 앞선 발상의 전환이었고 지역의 호응도 얻어 냈다. 주변 지역에도 모범 사례로 전파되면서 경찰이 고무됨은 인지상정인지라 이해할 수 있고 자부심도 가질만하다.
그러나 군이 전국 최초로 실시한 전 구간 점멸등 운영은 적지 않은 홍역을 동반했다. 무엇보다 시행 이후 교통사고가 시행 이전보다 부쩍 증가했다는 통계는 이를 뒷받침한다. 달리 보면 교통사고는 언제 어디서 불시에 일어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이 점에서는 점멸등으로의 전환이 교통사고 증가의 원인이었다고 딱 짚어 단정할 수도 없겠다 싶기도 하다. 경찰의 말처럼 사고원인이 안전부주의가 다반사니 말이다. 그러나 여러 사정을 들어 신이평교 사거리와 교사사거리 등 일부 구간은 점멸등보다는 신호등 체계가 바람직하다는 게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이 구간에서 사고가 집중됐다는 사고통계가 이를 방증하고 있으니 지역의 우려가 틀린 것만은 아님이 증명된 셈이다.
경찰의 지휘계통상 후임자가 전임자의 치적을 뒤엎기는 싶지 않다. 물론 전임자도 지역 주민입장에서 민생치안을 펼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이런 점에서 다른 지역보다 앞서 빠른 면허제 추진 등을 도입해 보은경찰이 전국 경찰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 것은 후한 평점을 받아야 하고 인정돼야 한다. 그러나 취지가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실제 피해가 발생되면 안 된다는 경찰 고위간부의 말처럼 지역주민이 원하지 않고 문제점이 발생한다면 과감히 탈피하거나 시정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말이 아닌 행동이어야 한다. 전 구역 점멸등 시행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구간은 눈치 보지 말고 고쳐야 진정 주민을 위한 경찰이다.
/김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