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길

사 명 숙(회인초 교감)정·이·품·송

2002-02-23     보은신문
현대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므로 우리도 그 변화에 발맞춰 가기 위해선 빠른 감각, 빠른 판단, 빠른 행동을 해야 할 것이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라는 명언도 이젠 빠른 시대에 걸맞게 ‘내일 할일을 오늘 하라.’라는 말로 바뀌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대인관계나 업무에 있어서 거절해야 할 난처한 입장에 처했을 때 분명한 의사 표현을 못하고 막연히 생각해 보겠다는 말로 문제의 핵심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뒤로 미루어서 잘 해결되기 보다는 문제를 수습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단지 현재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방편 이전에 즉단 즉결로 처리하는 자세가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용단은 성인이라고 해서 누구나 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말이 증명하듯이 어렸을 때부터 습득한 사람만이 가능하리라 믿는다. 요즘 젊은 부모들 중의 일부는 꼭 해야 될 일도 자식이 하기 싫다고 하면 허용하고 만다. 학교에서 제시하는 숙제라든가 준비물 구비 등에 있어서 어린이가 미루다가 해결을 못했을 경우에는 어떠한 이유를 불문하고 어린이가 해결하도록 측면에서 지원을 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학교에 가면 내 자식이 담임 선생님께 꾸중을 듣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순간을 회피하기도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과연 내 자식을 올곧게 키우는 것일까?’ 몇 년 전 개학을 눈앞에 둔 여름 방학의 어느 날이었다. 방학 동안에 집 수리를 하느라고 방학책을 분실했으니 좀 봐 달라는 학부모님의 전화가 걸려왔다.

돼지처럼 잘 먹여 주고 좋은 옷 입혀 주며 안일한 생활을 영위케 하는 것이 자식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 아니라, 하기 싫은 것도 참고 해 낼 수 있는 습관을 길러 주는 것이 부모와 교사의 책무라고 설득을 한 다음 교사용 방학책 한 권을 보내 주어 처음부터 끝까지 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개학이 된 후 그 어린이는 현저하게 변모를 하였다. 숙제를 안 해서 방과후에 늦게까지 교실을 지켰던 어린이는 자타가 공인하는 모범생으로 탈바꿈을 한 것이다. 과제 해결은 물론이고 매사에 솔선수범하며 무슨 일을 하던지 간에 최선을 다하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뿌듯해진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순간 순간이 결단의 시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떤 일을 앞두고는 누구나 걱정과 불안에 휩싸이기 마련인데 그렇다고 주저하고 만다면 무슨 일을 이룰 수 있겠는가? 망설이거나 귀찮다고 미루고 있는 내 자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언젠가 할 일이라면 지금 하고, 이왕에 할 일 이라면 내가 하자.』라는 구호를 지금부터라도 함께 실천하여야 할 것이다.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