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맺힌 한 시인의 눈물
2010-09-02 천성남 기자
고향을 떠나온 지 수십 년이나 훌쩍 지났건만 언제나 그의 가슴 속에 맺혀있던 가난의 씨앗은 그렇게 가슴 언저리에 박혀 있었나보다.
가난 때문에 목숨을 잃은 고향의 한 친구를 가슴에 묻고 그는 그렇게 오랫동안 고향을 잊지 않고 기억 저편에 남겨두고 있었다.
그리고 밖에서 듣는 낙후되고 어려운 고향의 현실은 떠나온 사람들의 가슴을 그렇게 힘들게 하고 있다고 했다.
‘시인이여! 꿈꾸는 사람이여’란 테마로 오장환문학제가 보은에서 오는 9월 9, 10일 이틀간 보은읍 보은예술회관 및 회인면 오장환문학관 일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오장환문학제 개최에 대한 기쁨보다는 걱정 어린 염려가 귀에 많이 들리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결국 많은 사람들이 고향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않고 고향에서 일어나는 일거수일투족을 내 일처럼 걱정하고 있다는 생각에서라는 것을 결국은 알게 됐다.
가난한 이들이 도처에 너무도 많았던 무척이도 어려웠던 시절, 그는 문학을 사랑했고 문학을 알게 됐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지나 사춘기를 맞을 즈음 그는 그렇게 홀연히 가난한 고향을 등지고 떠나왔다.
그 속에서 가난을 배웠고 가난 속에서 익힌 문학을 등에 지고 세상에 나가 악전고투하며 문학을 통해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그는 온전히 세상에 섰다. 바라는 것은 없었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은 세상을, 문학을 그리고 죽어가는 시인들을 생각하며 한없이 서러워했다.
진정한 문학성이란 가난 속에서 생기는 것이라며 그 가치를 인정하고 싶어 했다. 그 시인은 시인이란 무릇 명예만을 먹고 살아도 좋은 것이라며 문학상의 가치란 진정으로 기성과 신인의 혼합 속에서 균등하게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고 외쳤다.
배부른 시인은 가슴을 잃어버리게 되어 뜨거운 가슴을 노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의 시는 세상을 향해 부르짖었다.
오장환 문학상을 두고 예서제서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자기들만의 잔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고루 섞인 잡곡밥처럼 윤기 있는 문학의 세상이 언제나 오겠냐고 한탄하고 있다.
뜻있는 문학인들은 패권주의 문학은 이제는 지양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가난한 고향에 진정한 문학상이 제정되려면 문학은 언제나 배부르지 않고 가난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어느 한 사람만을 위한 배부른 문학상이 되어선 안 된다는 말이다.
문학을 하는 자마다 가난을 몸에 지고 오직 문학을 하는 자는 가난이 천직이어야 하며 문학에 살고 문학에 죽는 사람들은 문학을 진정으로 사랑하며 오직 명예만을 먹고살아야 한다고 했다.
이젠 닻이 올려졌다. 그러나 진정으로 시작과 과정상의 오류가 무엇인가는 다시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세상에 진리는 없다고 한 말이 갑자기 허무하게 들린다. 진정 옳고 그름을 판정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천성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