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에게 시간을 주자
2010-07-29 김인호 기자
대전시는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시장 참석 행사가 이전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논산시도 시장이 참석하는 행사 범위 기준을 마련하고 곧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자치제 이후 각종 단체의 행사 참석 요청이 끊이질 않고 단체장들도 선거 등을 의식해 이를 적극 활용하거나 한편으론 거절하기도 어려웠던 점 등을 감안할 때 매우 의미 있는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보은에서도 이와 성격은 다르지만 이전과 차별화된 구상이 나오고 있다. 정상혁 군수는 주민과 대화의 날을 별도로 정해 시행키로 했다. 주민과의 소통은 이르면 8월부터 매월 둘째 주, 넷째 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이 시간에는 군민이면 누구나 신청해 각종 건의사항이나 현안사업에 대한 의견제시 등 군수와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정 군수는 특혜성, 청탁성, 예산을 수반하는 사업성 등의 민원은 제외한다고 사전 못을 박았다. 대신 화급을 다투는 민원이나 긴요한 민원 등은 평일에도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결과는 두고 봐야 알 일이겠지만 일단은 잘한 일로 평가된다. 쉬는 주말을 이용해 민원인을 만나고 평일에는 공적업무에 충실하거나 각종 시책 발굴이나 연구에 골몰하겠다는 정 군수의 발상은 생산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로 여겨진다.
지방화 시대 개막 후 민원이 부쩍 많아졌다. 민선군수는 싫든 좋든 민원인 상대에 많은 시간을 빼앗겼다. 간혹 군수실을 지나칠 때면 민원인들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을 목격하기는 그리 낯설지 않았다. 주민의 목소리에 귀를 열어둔다는 것은 환영받을 일이지 시비 걸 사항은 못되지만 본질을 벗어난 청탁 또는 각종 사적인 지원을 요청하는 민원은 지역발전에 저해요소다.
특히 지방자치제가 시작되면서 응당 거쳐야 할 과정과 절차를 생략한 채 힘 있는 군수나 국회의원을 막 바로 직접 상대하는 일이 빈번해졌고 힘이 줄어들까봐 이들의 이러한 요구를 거절하기도 실상 어렵다. 그렇지만 모든 기력을 민원인 상대에 소진해 정작 해야 할 소중한 일들이 소홀히 취급되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지방자치제도 시행 이후 단체장의 권한과 역할은 점차 커졌다. 정당공천 제도의 도입으로 정치적 의미도 지니다보니 행정의 책무보다 정치인으로서 행보에 더 큰 비중이 실리기도 한다. 그러나 군수는 주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이기도 하지만 이전에 살림살이를 맡아 이끄는 행정가로서 역할이 더 막중한 책무다. 지역민이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궁핍한 살림살이도 이렇게 할 때 내실을 기할 수 있다. 또 선거기간 내건 공약을 성실히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금쪽같은 시간을 유효적절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 우선 당장 시간을 낼 수 있는 손쉬운 해법은 행사참여를 줄이는 일일 것이다.
취임 한달을 보내는 정 군수가 “내적인 일은 부군수에 맡기고 밖으로 나가 세일즈하는 군수가 되겠다”고 공언했으니 앞으로 4년 여러모로 기대가 간다.
/김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