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선거의 닮은꼴

2010-07-01     김인호 기자
한국이 8강 문턱에서 멈춰 전 국민을 열광하게 만들었던 월드컵의 열기도 가라앉았다.
한국축구는 이번 월드컵에서 원정 첫 16강 진출이란 쾌거를 일구며 세계와 격차를 좁히고 세계정상의 수준에 다가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특히 최후의 일전을 치른 우루과이 전에서 경기를 지배하고도 패해 아쉬움이 더 진하게 베였다.
되돌아보니 얼마 전 끝난 지방선거와 스포츠는 유사점이 적지 않다. 스포츠에 선수와 감독, 관중이 있듯 선거도 출마자, 공천권자, 유권자가 있어 비슷한 역할을 담당한다. 감독이 베스트 선수를 선발해 경기에 내보내듯이 선거도 공천권자가 정당의 이념을 실현할 최적의 후보를 내세워 유권자에게 심판을 받는다.
선수가 질이 떨어지는 경기를 펼치거나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관중은 경기장을 찾지 않거나 외면한다. 선거도 마찬가지로 유권자가 후보자에게 관심이 없으면 투표율이 떨이지고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하게 된다. 프로세계에서 관중이 없으면 유지가 힘들 듯 후보도 지지율이 저조하면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승패가 갈리는 점도 비슷하다. 상대가 있어 시합이나 선거에 일단 출전하면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지만 일등과 이등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한명을 뽑는 선거라면 이등은 아무리 선전했더라도 곧 패배다. 스포츠에서 한 명의 대표를 선발하는 평가전에서 이등의 의미는 가치가 없다.
선거에 선거법이 있듯 스포츠에도 규칙이 있다. 이 규칙을 어겼을 경우 심하면 퇴장당하거나 당선이 무효된다. 스포츠는 주심과 부심이 이를 보고 선거는 중앙선관위와 법원이 대신한다. 선거법을 어기면 경고를 받거나 차기 선거출마에 제약이 따르고 스포츠도 규칙을 위반하면 몰수게임이 되거나 경기 출장 자체가 어려워지는 등 합당한 제재가 가해진다.
스포츠나 선거 모두 출전선수들의 노력이 따르는 점도 유사하다. 선수가 자기관리를 게을리 해 경쟁력이 떨어지면 뻔한 경기결과가 나오듯 선거도 출마자가 부지런히 표밭을 갈고닦지 않으면 승리를 보장받을 수 없다.
학연과 지연 사연 등이 미치는 영향도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이다. 대체적으로 스포츠에서 원경경기보다 안방경기에서 성적이 더 좋듯 선거에서도 차이가 난다. 기초의원이 자기 출신 지역구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는다거나 영남에서 한나라당, 호남에서 민주당 의원이 많은 것이 한 예다.
이밖에 미 프로야구에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가 있듯이 총선, 대선, 지자체장, 기초의원 선출 등 선거에도 수준차가 있다. 라이벌 또한 존재하고 스포츠나 선거 모두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도 닮은꼴이다. 연승 연패 행진도 있을 수 있다. 다만 스포츠는 감동과 환희를 주로 선사하지만 선거는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김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