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속상관과 상급부서의 지침이 어긋날 때’
2010-07-01 김인호 기자
채수정 서울강북경찰서장은 지난달 28일 과도한 실적평가 등 상부기관의 조직운영 실적평가 등 상부기관의 조직운영 방식을 비판하며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채 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양천서의 가혹행위는 담당경찰관의 잘못이 크겠지만 못지않게 실적경쟁에 매달리도록 한 지휘부의 책임이 크다”며 “그럼에도 모든 책임을 현장 경찰관에게 미루고 있는 지휘부의 무책임한 형태에 분개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실적을 강요하는 지휘부가 그 자리에 있는 한 유사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만큼 이러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낸 책임이 있는 서울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은 이와 관련 “평가에서 중위권을 유지하던 강북서가 현 서장 부임 이후 최근 4개월 연속 꼴찌를 한 것은 서장이 일에 대해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며 “성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찰은 국민에게 필요가 없다”고 채 서장을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일단 실적주의 지휘에 대한 반발로 보는 시각이 있다. 또 다른 측면은 출신과 경찰직분에 대한 인식의 차가 화를 불렀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원칙과 성과를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한 조 청장인 반면 검찰을 상대로 수사권독립과 인권보호 등 경찰의 위상정립을 강조하는 경찰대 1기 출신이라는 점이 갈등의 배경이 됐다는 해석이다.
지역의 한 경찰관은 채 서장의 행동에 대해 “문제제기 방식이 그렇지 경찰 내부에서는 호응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득 이번 사태를 접하면서 ‘직속상관과 상급부서의 지침이 어긋날 때 구성원은 누구를 더 따라야 하나’란 물음이 와 닿는다.
보은경찰서는 지난해 부임한 이동섭 경찰서장과 김진광 교통과장을 중심으로 지역특색에 부합하는 경찰행정을 펼치는데 주력했다. 원동기면허 취득 간소화, 불필요한 신호등 점멸등으로 전환, 도로변 가로수 야광지 부착, 이동파출소 운영, 농산물 팔아주기 운동 등 지역실정에 부합하는 아이디어를 고안하고 실천했다.
그 결과 다른 시군 경찰서의 벤치마킹 대상지역이 되었고 최근 230일 동안 교통사고사망자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는 성과도 냈다. 지역에서 강도나 살인 등 사건도 접하기 힘들다. 각종 실적 면으로 따지면 도내 최하위 성적이다.
물론 이 지역이 치안수요가 상대적으로 적고 지역마다 특색이 있어 단순 비교할 순 없겠지만 단속과 규제보다 자율성과 예방 위주의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주민들은 피부로 느끼고 있다. 실적이 달려 상부로부터 듣기 거북한 소리도 듣고 이로 인해 고민과 갈등도 겪는 등 어려움도 따랐지만 주민을 위한 치안서비스 제공이란 확실한 지향점이 있었기에 나아갔다.
“경찰하면 왠지 멀게 느껴지고 거리감을 갖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인지상정이었다. 하지만 거리감이 있다는 자체가 우리가 뭔가 부족함을 느끼게 한다. 정말 경찰이 필요한 곳에서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경찰의 역할에 충실한다면 극복할 수 있으리라 본다.”
“주민들이 좀더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경찰, 주민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경찰이었으면 한다. 이동경찰서(농기계 수리 및 법률상담) 운영도 이런 측면에서 도입했다.”
“늘 안타까운 것은 지역민들에게 욕먹는 경찰, 이런 부분이 안타깝다. 경찰이 많이 달라졌다는 소리를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2009년 10월 22일 이동섭 보은경찰서장과의 인터뷰에서 따옴)
지휘관의 원칙과 소신에 따라 조직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김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