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지역, 신호등이 사라진다

2010-06-17     이동섭 보은경찰서장
바야흐로 신록의 계절이다. 어느덧 산과 들은 찐한 녹색 옷으로 갈아입고 논에는 벼 포기가 튼실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야릇한 밤꽃 향기가 진동을 하고 보청천 제방길에는 벚이 흐드러지게 열렸다.
뜨거웠던 선거 열기도 잦아들고 이제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 조용한 보은만의 분위기를 되찾고 있다.
이번 선거가 그 어느 지역보다도 과열양상을 띠며 반목과 질시, 비방과 음해가 난무하여 선거 후유증이 클 것으로 예상했으나 의외로 예전의 평온을 빠르게 회복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과정이야 어쨌든 이제 다같이 결과에 승복하고 승자는 넓은 포용력으로 지역의 화합을 도모하고 패자는 승자를 축하해주며 함께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좋겠다.

우리 보은은 오늘로 220일째 교통사고 무사망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무려 8개월여 동안 단 한건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충북도내는 물론 전국에서도 달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대단한 기록이다.
우리 경찰의 노력과 군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이루어 낸 결과라 생각하니 뿌듯하기 이를 데 없다. 그동안 경찰에서는 주민들의 안전을 위하여 교통시설을 대폭 개선하고 어두운 도로에 160여개의 가로등을 설치하였고 도로변 가로수마다 또 경운기, 오토바이, 자전거 등에 야광반사지를 부착하는 한편 원동기 면허를 쉽게 딸 수 있게 하여 400여명에게 면허를 내 주었고 헬멧을 제작하여 노인과 다문화가정 등에 나누어 주었다.
또한 경로당, 각급 기관, 학교, 회사,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끊임없이 교통안전에 대한 계도를 펼쳐왔다. 그리하여 이제 우리 보은 지역은 교통의식 수준이 전국 어디다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향상 되었다고 본다.
그리하여 우리 보은경찰서에서는 이런 현실을 적극 감안하여 오는 7월 1일부터 보은지역 전체 신호등의 작동을 멈추고 점멸로 운영하기로 결정하였다. 그야말로 전국 최초로 신호등 없는 지역이 되는 것이다.
그동안 점진적으로 교통량이 많지 않은 곳부터 신호등을 없애고 점멸로 운영해 본 결과 차량통행이 훨씬 원활해졌고 사고도 발생하지 않는 등 주민들의 반응도 좋아 내친김에 아예 신호등을 100% 없애기로 한 것이다.
물론 우려 섞인 걱정을 하는 분들도 있으나 7월 1일 전면 시행에 앞서 면밀하게 안전 진단을 하여 시설 보강을 하고 충분한 홍보와 계도를 통하여 전혀 문제가 없도록 조치해 나갈 것이다. 또한 교통요원을 지원 받아 복잡한 교차로 등에 배치하여 차량과 보행자가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유도 할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무분별하게 너무 많은 신호등을 설치해 온 것이 사실이다. 신호등이 절대 안전이라도 보장해 주는 듯이 너도나도 앞 다투어 신호등을 설치하는 바람에 오히려 교통 흐름을 방해하고 사고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신호등은 교통의식 수준이 낮을 때 기계에 의존하는 타율적 운전문화의 산물로써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신호등을 없애고 자율적으로 스스로 안전을 생각하며 운전할 때도 되었다고 본다.
이러한 시도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우리 보은이 시작하는 만큼 주민들은 이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자부심을 갖고 자랑으로 여김은 물론 더욱 교통안전 의식을 함양하여 교통사고 없는 보은 만들기에 적극 동참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