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 무패행진 어디까지…

민주당과의 공조, 정 당선자의 행보 관심
힘 빠진 한나라당, 잇단 패배에 자성 움직임

2010-06-10     김인호 기자
◇이용희는 못 넘을 산(?)
6.2지방선거가 자유선진당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선진당은 선출직 10명을 선출하는 보은지역 선거에서 군수와 도의원 원·투 펀치를 모두 석권하고 군의원도 절반 이상의 의석을 건지는 등 기염을 토했다. 궁극적으로 2004년 총선이후 불패신화를 이어가게 된 이용희 의원의 파워를 다시 느끼게 해준 선거가 됐다.
반면 한나라당은 조직력의 부재를 드러내며 기초의원 2명만을 배출하는 초라한 성적으로 차기 총선 및 대선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한나라당 남부3군 에이스인 심규철 위원장은 선거 완패로 정치적 권위에 큰 상처를 입었다. 경우에 따라 차기 공천조차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2008년 총선에 이어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서나가다가 막판 뒤집혀 입은 데이지는 더 커 보인다. 더욱이 자당 소속이었던 정상혁 후보가 지역구 경쟁정당인 선진당으로 옮겨 당선된 데다 도의원,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완패해 책임론까지 거론될 전망이다.
당장 선거패배는 막 바로 지지자 및 당원들의 사기를 바닥으로 내몰고 있다. 당조직의 대대적인 수술과 총체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반전의 기회도 엿보인다. 이 의원이 고령인데다 이 의원 또는 이 의원의 3남 이재한씨 외에는 아직 경쟁카드가 부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한나라당 측으로선 해볼만하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오랫동안 텃밭을 관리하지 않으면 선출직에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은 지역구 특성도 발걸음을 멈출 수 없게 하고 있다.
선진당도 지방선거에서 승리는 쟁취했지만 적지 않은 출혈을 감수했다. 이 의원이 내심 아들로까지 여겼던 이향래 군수와 옥천군 한용택 군수가 비리혐의로 낙마한데다 이 의원 자신에 대한 경찰 내사설까지 나돌아 도덕성과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아울러 선진당 도당위원장으로 남부3군을 제외한 충북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못낸 점도 부담이다. 민주당과의 선거공조 이후의 행보와 선거를 불과 일개월여 앞두고 급하게 동반자 관계를 설정한 정상혁 당선자 측과의 향후 관계정립 등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부메랑 돼 한나라당 격침
자유선진당 정상혁 후보가 1만512표(48.3%)를 얻어 당선됐다. 한나라당 김수백 후보는 940표가 뒤진 9572표(44%)를 획득하는데 그쳤다. 결과적으로 한나라당 공천 탈락 후 ‘살아서 돌아오겠다’고 공언한 정 후보는 역으로 부메랑이 돼 한나라당에 수모를 돌려준 셈이 됐다.
고른 지지를 얻은 정 당선자는 보은읍과 속리산을 제외한 외곽지역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승리했다. 특히 회인(922표)과 내북(754표)에서 한나라당 후보보다 1011표나 앞서 일찌감치 승세를 굳혔다. 개표 시작과 동시에 단 한번의 역전도 허용치 않을 정도로 개표는 싱겁게 끝났다.
한나라당은 보은읍과 수한면에서 표를 만회할 수 있다며 내심 역전승을 기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선진당은 도의원과 군의원 선거에서도 완승을 거둬 거침없는 군정을 펼칠 발판도 마련했다.

◇유동성 커진 6.2지방선거
역대 어느 선거보다 격랑을 겪은 이번 선거는 자유선진당 정상혁과 한나라당 김수백의 격돌이었다기보다 실상 ‘이용희 의원 대 김수백 후보’ 간 대리 전 양상으로 전개된 측면이 적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이 의원에 대한 패권주의를 견제하는 한편 군수의 비리 연루가 선거에서 알파요인으로 작용해 승리를 내심 기대했으나 선진당 벽을 넘지 못했다. 깨끗한 이미지를 의식, 정치신인 김수백이란 인물을 내세워 반 이용희 정서를 유도하고 부족한 조직력을 경제활성화와 인물론으로 맞서는 전략을 구사했지만 결국 이 의원의 건재를 재확인시켜준 지역민심에 고개를 떨구웠다.
선진당의 이번 선거 승리요인은 한마디로 이용희 의원의 조직력과 이향래 군수 지지자들의 지원, 정상혁 후보가 10년간 다져놓은 산악회가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상의 야권 연합후보와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이용희 의원의 전폭적인 지원, 정 후보에 대한 기대감, 이 군수에 대한 동정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반면 완패한 한나라당은 무엇보다 조직력 부재를 거듭 노출했다. 선거일 불과 며칠 전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설 정도로 선거가 긍정적 흐름이었음에도 11개 읍면 중 무려 9개면에서 극심한 표차가 난 것이 체계적이 못한 조직력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였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외곽에서의 김 후보에 대한 인지도 부족과 보은읍에서의 격차 미미, 주민의 절대다수인 농민층의 지지부족, 기초의원 공천의 미숙,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 그리고 북풍의 역풍과 노풍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총선을 겨냥한 교두보 마련에도 실패했다.
총선의 가늠자로 평가할 수 있는 지방선거 결과 한나라당은 조직력 부재를 다시 드러내면서 힘이 빠졌다. 자유선진당도 남부 3군을 싹쓸이 했지만 도덕성에 큰 흠집을 남겼다. 제1야당인 민주당도 공천을 포기함으로써 지역정가의 유동성이 커졌다.
/김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