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나는 세상
이 준 표(보은 장속, 재경보은군민회 사무총장)
2002-01-26 보은신문
그럴자격이 없다고 몇번사양을 해보았지만 할 수 없이 승락하고 그냥 평소의 내멋대로 내지나간 살아온날 현재 살면서 또 앞으로 살아가면서 보고 느낀점을 진솔하게 적어 볼까 합나다. 내인생의 내용중 잘못된 점은 따라하지 말 것이며 좋았다는 점은 취사선택하여 나보다 후배로 살아오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세밑 얼마전 일입니다. 재경군민회 사무실이 있는 서울 마포 전철역 지하도에서 보고 느낀일입니다. 70이 조금은 넘은듯한 남루한 차림의 할머니 한분이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구걸하듯 껌을 팔고 있었습니다. 그때 스물댓살쯤 된 한 아가씨가 지나가다가 그 할머니에게 천원짜리인지 지폐 한장을 놓고 그냥 지나가려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돈을 주었으면 껌을 가져가라고 소리치며 뒤따라 가는 것이 었습니다. 할머니에게 붙잡힌 그 아가씨는 죄를 지은듯 사정을 하고 할머니는 그렇다면 껌을 한통이라도 가져가라고 한사코 그 아가씨 손에 껌을 쥐어주는 것이었습니다.
계면쩍어하며 껌을 받은 그 아가씨는 때마침 연말 비상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지하철 입구의 전경에게 또다시 던져주듯 껌을 건네고 빠른 걸음으로 달아나는 것이었습니다. 고맙다고 웃으며 껌을 받은 그 전경아저씨는 붉어진 얼굴로 자기는 근무중 껌을 씹을수 없다며 지나가는 여학생들에게 다시 건네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어리둥절하며 그 광경을 쳐다보던 나에게는 잠시나마 큰 감동이었습니다. 또 한가지, 내주위에 아주 고지식하고 양심바른 내 한 친구의 이야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12월31일이면 직장을 그만둔다는 친구를 그 이전에 만나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아직도 정년은 몇년 더 남았지만 아이들 둘은 대학을 마쳤고 한 아이는 전문대학 재학중이라 금년 한해만 등록금을 치루면 어떻게든 마칠수 있다며 명예퇴직을 신청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욕심대로하면 1년더 버틸 수 있겠지만 그러다보면 욕심은 끝이없고 자기보다 더어려운 사람이 대신 나가야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 친구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아직도 그 나이에 변변한 집한채를 마련하지 못하고 남의 집 전세를 살다가 몇달전에 또 이사를 하였던 모양입니다.
그가 무슨일로 오래전에 살던 셋집을 방문하였더니 보은신문이 문앞에 잔뜻 쌓여 있어 깜짝놀랐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간 바쁜 일상생활을 깜박잊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구독료도 안내고 있었으니 얼마나 욕먹을 짖을 하고 있었는지 신문사에 미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구독료는 직접 보지않았으니 신문사에 연락해 면제를 받아보라는 내말에 그 친구는 그간 못낸 구독료에 이자는 못쳐 주드라도 그럴수는 없다는 그 이야기에 나만 얼굴이 화끈했습니다. 이제 별사고 없이 직장생활도 마감하는 마당인데 그간의 신문대금도 청산하고 신문사에 사과전화도 걸어 모든 마무리를 잘하여야 겠다는 것이 그의 뜻이었습니다. 이와같이 우리사회에는 아직도 이사람들 처럼 착하고 바르게 사는 사람들이 많구나 생각하니 내자신을 반성하며 가슴이 흐뭇해옴을 느꼈습니다.
착하고 바른일은 적은 돈 작은물건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에 따라 크게 다르다는 것을 새삼 알게되었습니다. 가난하지만 그냥 얻어먹고 살지는 않겠다는 그 할머니의 자립심과 꽂꽂한 자존심, 그리고 적은 돈이지만 베풀줄아는 아가씨의 따뜻한 마음씨, 또 전경아저씨의 바른행동과 내친구의 옳은 양심들은 아직도 우리사회의 잘보이지 않는 큰 버팀목이 되는것 같습니다.
우리모두 새해부터는 작으나마 자기 몫을 다하여 서로돕고 옳게 살아 정말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가지 않겠습니까?
※ 관기초, 보은중, 명지대졸업, 연세대 경영대학원 수료. 한양유통 감사실장 역임. 현재 한양 안경점 등 2개 점포 운영살맛나는 세상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