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1반 경로당 부업열기 활활

농한기 이용, 볏짚 쌀가마니 만들어

2002-01-26     송진선
“농한기라고 경로당에 모여 앉아 비싼 기름 때가면서 화투나 치고 장기나 두고 술을 마시고 싸움질 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정말 국가적으로 큰 낭비지유. 나라에는 무슨 돈이 있나요 앉아서 놀지만 말고 전통도 이어가고 경로당 운영비라도 벌어볼려고 시작한 것인데 도시 아주머니들이 참 좋다네요.”

회남면 남대문리 1반 노인들이 요즘 경로당에 모여 볏짚으로 쌀가마니를 만드느라 매우 분주하다. 밥만 먹으면 경로당에 달려나온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니일, 내일 가르지않고 경로당에만 들어서면 아무나 손금이 없어 침을 묻혀가며 새끼를 꼬는 할머니, 가마니 치는 할아버지, 가마니 두 장의 양끝을 실매듭으로 묵는 할아버지, 매듭으로 묶어놓은 가마니를 가위질 할 것은 해서 마무리를 하는 할머니 등 시키지 않아도 제 할 일을 찾아서 아무나 한다.

솜씨가 다 좋아 김씨 할아버지가 가마니를 치다가 잠깐 자리를 비우면 양씨 할아버지가 바통을 이어받아도 그 모양, 그 간격의 가마니가 쳐진다. 노인회(회장 양택용, 80)가 주축이 된 볏짚 쌀가마니 만들기는 지난해 부터 시작해 올해로 2년째다.

기계로 벼를 수확하면 볏짚 크기가 작아지기 때문에 일부러 손으로 벼를 수확했을 정도로 준비도 철저하다. 판로도 생각하지 않고 만들었는데 일이 잘 풀리려니까 남대문리에서 보릿겨 고추장을 생산하는 전통식품 업체에 고추장과 된장을 사러 오는 사람들에게 팔아보니까 의외로 반응이 좋아 입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또 대전 갤러리아 백화점에 다니는 자녀들이 한 번 가져가 팔아보겠다고 한 것이 호응이 좋아 짜 놓기가 무섭게 팔려나갔고 주문량을 대줄 수 없을 정도까지 이르렀다. 크기는 쌀 2말이 들어갈 정도이며 가격은 장당 1만원. 도시 주부들이 주방에 놓고 먹기에는 딱 좋은 크기였던 것이다.

더욱이 아파트 같은 곳에는 더욱 좋은데 볏짚 쌀가마니는 벌레가 생기지도 않고 처음 쌀을 도정한 정도의 수분을 유지해 밥맛이 좋다는 것. 지난해에만 40개를 판매해 경로당에서 사용할 큰 압력밥솥과 장례 등 큰 일에 사용할 가스 기계와 그릇도 샀다는 노인들이 매우 뿌듯해 했다.

올해는 100개를 만들어 경로당 기금으로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는 노인들은 더 많이 만들 수도 있지만 기계가 한 대 뿐이고 가마니 치는 기술이 있는 할아버지들이 장에 볼일이 있는 등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아 생각보다는 적게 만들지만 앞으로는 가마니 치는 기계를 하나 더 확보해 더 많이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난방비도 아낄겸 남녀 노인들이 한방을 쓰는 남대문리 1반 노인회에서 비싼 기름 때가며 앉아서 놀면 얼마나 낭비겠냐며 시작한 것이 이제는 기존의 쌀통을 대체할 상품으로 그 가치를 발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