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 뭉치면 보은출신 국회의원 내는 것 시간문제”
어준선 안국약품 회장
2010-03-25 천성남 기자
충북 보은출신이며 국회의원(보은·옥천·영동)을 지낸 어준선(73) 안국약품 회장이 최근 제약업계에 불어 치고 있는 최대 현안인 ‘저가구매인센티브제도’ 시행에 맞서 지난 2월 25일 제약협회장직을 사퇴한 후 일갈한 말이다.
◇저가구매인센티브제 시행에 맞서 제약협회장직 사퇴
그동안 제약업계는 고질적인 병폐이자 오랜 관행인 ‘리베이트’ 문제에 상당수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그 대안책으로 보건복지부가 시행하려는 ‘저가구매인센티브제도’에 맞서 한국제약협회 어준선 회장이 ‘회장직 사퇴’라는 강수를 씀으로써 본격 사회 이슈화되기 시작했다.
“리베이트 근절이란 명분으로 추진되는 이 제도로는 결코 효과가 없어 오히려 제약업계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것이 불 보듯 뻔한 데 그것을 눈뜨고 지켜보라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 부득이 감행한 일입니다.”
이사장 2년 역임 후 회장임기 절반을 남겨놓은 상태에서 이뤄진 이 같은 어 회장의 행보는 제약관련 업체들로부터 ‘살신성인했다’라는 신선한 반향을 주고 있어 ‘과연 보은출신답다’는 말을 듣기에 충분히 귀감을 사고 있다.
어 회장은 “리베이트 근절책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수가를 현실화하여 제약협회, 의사회, 병원협회, 약사회, 도매협회 공동 추진이 바람직하나 예산상 어렵다면 ‘처방총액절감제’로 의료계의 처방권을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인센티브제도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오는 4월 중 보건복지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그는 또한 “이 항거(?)로 말미암아 ‘제약산업발전협의회’에 대한 발족을 이끌어 낸 것에 대해서 ‘소임을 다했다’고 만족한다”고 말했다.
◇“인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만들어 내지 못할 뿐”
보은군 탄부면 사직리가 고향인 어 회장은 “현 이향래 보은군수와는 인연이 있어요. 내가 초선 국회의원 시절, 유일무이하게 신민주공화당과 한나라당이 합작된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련) 시절 사무국장을 역임했지요. 그때 군수로는 김종철씨가 있었어요.”
“그 시절 보은·옥천·영동인 남부 3군에는 말 그대로 출중한 인물들이 많았지. 옥천에는 이용희, 박준병 의원 등이 있었고 영동에는 이동호가 있었지요. 충북지사와 내무부장관을 지내기도 한 이동호와는 대전고 동기동창이기도 합니다.”
현직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며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어 회장은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나이 일흔에는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하여도 법도를 넘어서거나 어긋나지 않았다’는 성취를 표현한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 不踰矩)'에 딱 맞는 사람이다.
“보은지역에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있어도 지역민들이 한데 그들을 밀어주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내가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을 때 표심을 열어보니 67%라는 지지율이 나옵디다. 당시 96년도에 보은지역 유권자수는 4만 명이었어요. 그때 심정으로는 ‘모든 사람이 다 나를 지지할 것’이라는 생각에 꽉차있긴 했었지만….”
그에게서 나이에 걸맞지 않은 왕성한 기력을 느끼는 것은 소위말해 그의 세상에 대한 ‘소신’이자 ‘자신감’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보은에서 전국구 국회의원을 만들어 낼 비책(?)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보은군민이 똘똘 뭉치면 가능합니다. 적어도 보은지역에서 75%의 지지율을 만들어 준다면 옥천이나 영동에서도 그 여세를 몰아 당선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 지역출신이 그 지역에서조차 지지율이 낮기 때문에 어려운 겁니다.”
◇‘지역발전하려면 자기군 국회의원 뽑아야 가능’ 충격
서슴없이 지역의 세 강화를 위해 지역 국회의원이 꼭 나와야 한다는 당부를 아끼지 않는 어 회장은 “98년 의원 시절 예산확보 관련 일화를 하나 얘기하지. 그때 나는 예산결산위원회위원으로 남부3군에 1800억 원을 배정받았지. 보은에만 1200억 원 이었던가?”라고 말한다.
어 회장은 또 기억에 남는 일화로 “영동을 방문했을 때 한 주민 하나가 이렇게 말합디다. ‘속리산에서 서원계곡 쪽으로는 동네 서너 가구밖에 살지 않는데 큰 다리를 놓아주면서 추풍령 지역 한 동네에는 다리가 노후됐는데도 새로 놓아주지 않는다며 그래서 자기군 의원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합디다. 또 하나는 지난 98년 보은에 큰 수해가 났을 때 당시 김대중 대통령 전용헬리콥터를 타고 김종필 총재와 함께 보은 수해지역 상공을 날았을 때가 있었어.”
의원활동 시절에서 기억에 남는 또 하나의 일화다.
“지금은 청원~상주 간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뚫렸지만 당시 잠자고 있을 때 모든 예산을 호남고속도로에 쏟아 부을 당시였지. 건설부장관과 당정협의회를 통해 큰 것으로 작은 것을 막아선 안된다며 예산배정을 해달라고 떼를 쓰다시피 해 보은지역에 처음엔 50억, 다음으로 500억 원을 배정받게 됐어. 이 얘기는 당시 국회부의장을 지냈던 이용희 의원이 고속도로 완공식에서 내 공과를 드러내는 축사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지.”
◇15대의원시절 ‘태권도 공원유치 실패’가 가장 아쉬움 커
어 회장이 의원시절 중 가장 아쉬움으로 기억하는 것은 바로 ‘태권도 공원유치’ 실패였다고 회고했다.
“국회에서 5분 스피치 발언 때였지. 속리산법주사 옆 상단 지역에 태권도 종주국답게 태권도 공원설치하는 것을 발의했어. 중국 소림사도 바로 이와 같은 맥락이었거든. 그러나 내가 15대 의원을 끝으로 16대 의원도전에 실패하는 바람에 성사여부가 물 건너 간 거지. 아무 상관없는 무주로 결정이 난 거지”
어 회장은 의원시절 그래도 잘했다는 생각이 든 일은 “당시 재정경제위원으로 법통과에 지지를 해준 자민련의원 3명과 한국당의 이명박(현 대통령)의원이 있었지. 타당인데도 입법발의에 동의를 해주었던 특별한 인연이었지. 이것은 당시 어준선 발의입법이라 불릴 만큼 평가받았던 바로 ‘자산제 평가법’으로 97~98년 한국의 IMF 때 외국인 한국기업합병이 심각할 때 토지자산을 인정해줘 한국기업의 자산을 높여 ‘대외신용도’를 높이는데 많은 기여를 했지. 당시 초선의원으로 큰 법을 개정했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 ‘큰 법을 개정하면 다음 선거에는 낙선한다’는 ‘농담’이 ‘진담’이 되었던 실례가 됐지.”
◇고향보은 후학양성위해 ‘일심회’ 통해 7년째 장학회 운영
대개 성공한 출향인들은 고향에 대한 보은(報恩)의 마음을 지니며 산다. 그것을 바탕으로 어 회장은 7년 째 보은의 어린후배들 40명에게 교육청을 통하여 선발, 장학금을 수여해오고 있다.
“국회의원 시절 나를 도왔던 각 읍면 대표 20여명으로 구성된 ‘일심회’ 동지들이 관리하며 교육청을 통해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지. 내 생각에는 공부만 잘하는 학생보다는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품행이 바르고 무엇이든 배우려는 학생들에게 주는 것이 조건이고 일반계뿐이 아닌 실업계도 모두 포함하지.”
매년 교사, 학생, 학부모 등 100여명이 모여 장학금을 수여하는 곳에는 그도 빠짐없이 참석해 후학의 열정을 보이고 있다.
◇모교인 중앙대에 ‘어준선 장학회’ 제정해 30억 출연 진행
또한 중앙대 경제학과를 나와 명예경제학 박사를 받기도 한 어 회장은 중앙대(총장 박범훈) 후학 사랑을 위해 현재 14억 원에 이어 매년 2억원 씩 30억 원을 출연, ‘어준선 장학회’ 기금조성을 하고 있다.
◇2세 경영실현에도 성공 안국약품 사장에 장남 어진씨 등
누구 못잖게 2세 경영실현에도 성공한 어 회장이다. 현재 안국약품 사장으로 있는 장남 어진(46)씨와 계열사로 안국건강 대표인 둘째아들 어광(42)씨가 있다.
◇차세대 바이오관련 안국메디칼·안국환경사업 계열사 확장
안국약품은 최근 차세대 바이오 관련사업 2가지를 계열사로 확장했다. 하나는 (주)안국 메디칼 회사와 다른 하나는 (주)안국환경(AG GREEN)이다.
안국 메디칼은 바이오산업체로 2009년부터 여성자궁경부암 진단기구인 HPVDNA(이뉴두종바이러스 유전자형검출용 진단키트)칩을 생산 시판하고 있다.
안국환경사업은 2010년부터 시판되고 있는 것으로 한국의 절대 오염원이 되고 있는 음식쓰레기를 미생물을 이용해 물(H2O)로 녹이는 기술로 대학, 병원, 공공기관 등 대규모 시설에서 사용 된다.
◇말년엔 고향 보은에서 보은의 마음으로 함께 살 생각 가져
가족으로는 2남 외에 미국에서 결혼해 살고 있는 연진(52)과 명진(45), 미시건대를 졸업한 막내딸 예진(25)씨가 있다.
그리고 언제나 내조를 위해 어 회장의 뒤를 그림자처럼 지키고 있는 부인 임영균(58)씨가 있다.
“국회의원 시절, 보은문화원 강당에서 지금의 아내와 결혼식을 올렸지. 그때 그 이벤트가 내게는 인생에서 매우 특별한 기억을 갖게 하지. 나는 한 번 상처를 하고 한 재혼으로 아내가 한국담배인삼공사 의료실장으로 있다가 나를 만난 거야. 무척 고맙지. 그 사람에게. 평생 잘해주어야 할 사람이지.”
생물학적 나이보다 10년은 더 젊어 보이는 어 회장은 나이차는 15살차 이지만 늘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는 아내와 정치의 추억을 더듬으며 인생의 말년은 꼭 고향 보은에서 하겠다는 보은의 마음도 잊지 않고 꺼내 놓는다.
/천성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