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도 잘할 수 있다는 것 보여주고 싶어요” 

군내 두 번째 여성이장 한명옥씨(회남 신곡)

2002-01-19     곽주희
지난해 12월 보은에서 두 번째 여성이장이 탄생했다. 내속리면 만수리 김은숙 이장의 뒤를 이어 여성이장으로 탄생한 회남면 신곡리 한명옥씨(44). 특히 한명옥씨는 남편 김기동(49)씨가 마을 심부름꾼으로 9년동안 봉사한 적이 있어 군내 처음으로 부부가 이장을 맡은 기록을 세워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2월 20일 마을동계에서 마을 주민들의 만장일치로 마을 심부름꾼인 이장으로 선출된 한명옥씨는 처음에는 극구 사양을 했다는 것.

그러나 마을주민들이 적극 추천을 해 더 이상의 사양은 주민들의 호응에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 이장직을 수락했다. 여자가 이장을 어떻게 해, 도시도 아니고 농촌에서 여자가 무슨 이장을 하는냐는 등 주위의 따가운 시선도 무척 부담이 된다고 말하는 한 이장. 한 이장은 9년동안 마을 일을 보았던 남편도 처음에는 하지 말라고 만류하다 주민들의 완강한 뜻을 저버리지 못해 지금은 누구보다도 남편이 적극적인 후원자가 되어 뒷받침을 해주고 있어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한 이장과 남편 김기동씨는 대청호를 지키는 환경파수꾼으로 더욱 이름이 알려져 있다. 지난 10여년간 부부는 대청호 주변에서 아침 저녁으로 쓰레기 주어 판매한 수익금으로 경로잔치를 베풀고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하는 등 봉사활동을 전개해 왔다. 또한 마을 노인 중 거동이 불편해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있을 때는 자신의 차로 병원까지 모시고 가서 진찰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등 주민들의 손과 발이 되어 왔다.

회남면 용호리(지금은 수몰돼 지명만 남아있음)에서 태어나 회남초(35회)를 졸업하고 대전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신곡리가 고향으로 대청호 수질 감시원으로 일하는 남편 김기동를 만나 결혼,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한 이장은 남편과 함께 지난 90년부터 올해까지 12년동안 대청호 환경파수꾼으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신곡리 마을이 양중지, 뒷골 등 3개 자연마을로 분산되어 있지만 마을 주민 모두 집집마다 숟가락과 젓가락이 몇 개인지 알 정도로 친밀하고 돈독한 정을 나누며 인심좋게 살고 있다고 한 이장은 마을자랑을 한다. 지난 12일 임명장을 받은 한 이장은 “비로소 마을 심부름꾼인 이장이 된 것 같다”면서 “마을 어르신들과 주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모든 일을 추진함에 있어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남편 김기동씨와의 사이에 2남을 두고 있는 한 이장은 노인회장과 부녀회장, 개발위원들과 함께 살기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힘닿는데 까지 노력하겠다고 굳은 의지를 보였다. 신곡리 32가구 80여명의 주민들의 손과 발이 되어 여자도 훌륭히 마을 심부름꾼인 이장직을 수행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한 이장은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