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도 잘할 수 있다는 것 보여주고 싶어요”
군내 두 번째 여성이장 한명옥씨(회남 신곡)
2002-01-19 곽주희
그러나 마을주민들이 적극 추천을 해 더 이상의 사양은 주민들의 호응에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 이장직을 수락했다. 여자가 이장을 어떻게 해, 도시도 아니고 농촌에서 여자가 무슨 이장을 하는냐는 등 주위의 따가운 시선도 무척 부담이 된다고 말하는 한 이장. 한 이장은 9년동안 마을 일을 보았던 남편도 처음에는 하지 말라고 만류하다 주민들의 완강한 뜻을 저버리지 못해 지금은 누구보다도 남편이 적극적인 후원자가 되어 뒷받침을 해주고 있어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한 이장과 남편 김기동씨는 대청호를 지키는 환경파수꾼으로 더욱 이름이 알려져 있다. 지난 10여년간 부부는 대청호 주변에서 아침 저녁으로 쓰레기 주어 판매한 수익금으로 경로잔치를 베풀고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하는 등 봉사활동을 전개해 왔다. 또한 마을 노인 중 거동이 불편해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있을 때는 자신의 차로 병원까지 모시고 가서 진찰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등 주민들의 손과 발이 되어 왔다.
회남면 용호리(지금은 수몰돼 지명만 남아있음)에서 태어나 회남초(35회)를 졸업하고 대전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신곡리가 고향으로 대청호 수질 감시원으로 일하는 남편 김기동를 만나 결혼,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한 이장은 남편과 함께 지난 90년부터 올해까지 12년동안 대청호 환경파수꾼으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신곡리 마을이 양중지, 뒷골 등 3개 자연마을로 분산되어 있지만 마을 주민 모두 집집마다 숟가락과 젓가락이 몇 개인지 알 정도로 친밀하고 돈독한 정을 나누며 인심좋게 살고 있다고 한 이장은 마을자랑을 한다. 지난 12일 임명장을 받은 한 이장은 “비로소 마을 심부름꾼인 이장이 된 것 같다”면서 “마을 어르신들과 주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모든 일을 추진함에 있어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남편 김기동씨와의 사이에 2남을 두고 있는 한 이장은 노인회장과 부녀회장, 개발위원들과 함께 살기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힘닿는데 까지 노력하겠다고 굳은 의지를 보였다. 신곡리 32가구 80여명의 주민들의 손과 발이 되어 여자도 훌륭히 마을 심부름꾼인 이장직을 수행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한 이장은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