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야 (雪 夜)
황 귀 선
2010-01-21 보은신문
만나야 할 사람 있고 부르고 싶은 이름 있다
눈이 꽃잎처럼 나부끼는 밤은
그리움이 사무쳐 울고 싶은 밤이다
눈이 내려와 하얗게 어둠을 덮는 환희의 밤은
못 잊었던 그 사람을 찾아 나서고 싶다
정처 없이 가고 싶은 밤이 있어라
못 다 이룬 꿈에 억매여 잠 못 이루는 밤이 있어라
옛 추억에 잠겨서 새 추억을 만들고 싶은 밤이 있어라
눈이 하염없이 내리는 밤이 그러하여이다
소리 없이 내리는 밤이 그러하여이다
눈이 와서 쌓이는 밤은
만리장성의 편지를 쓰서 하늘로 띄우고 싶고
내리면서 녹아버리는 밤은
기다리다 굳어진 마음을 함께 녹여서 보내고 싶다
눈이 오락가락하는 심난한 밤은
찹쌀떡 매물 묵 군밤의 추억을 음미하며 마음 달래고
누가 올 것만 같이 가슴 뛰는 밤은
눈을 열광하는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밤을 새우고 싶소
땅에 떨어진 눈은 빗물로 흘러서 강물이 되고
옷깃에 매달린 눈은 그리움에 젖어 눈물이 된다네
오 ! 눈 눈
어디서 오는 손님이며 무엇을 전해오는 소식이냐
누구의 애달픈 가슴을 다독이며 함께 잠들어 줄 꿈이고
어이 그리 벅차게 내리는 거냐
이 한밤 저들끼리 속삭이며 오는 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