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초哀歌
김 건 식(전 군 농정과장)
2002-01-12 보은신문
처음 대해 보는 술과 담배는 평소 생각처럼 멋과 낭만보다는 거리가 멀었으니 맛은 쓰고 머리가 띵해지고 정신이 몽롱한 가운데 아찔하고 묘한 기분이었다. 그래도 우리들은 유쾌하였고 이제야 성인이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 날 이후 나는 물대접을 옆에 놓고 순하다는 박하담배인 양담배 셀렘을 사서 한 모금 빨고 물 한 모금 마시며 본격적으로 담배를 배웠으니 연력(煙歷 ?)이 40년이 넘어 요사이도 하루에 보통 30개피 이상 태우는 당당한 골초가 되었다.
담배는 참으로 묘한 물건이다 무료할 때는 심심초가 되어주고 긴장 되었을 때는 완화제가 되어주고 괴롭고 속 상할 때 한 모금 빨면 진정제가 되고 글을쓰다 막힐 때 한 개피 피우면 활력소가 되며 무엇보다 "인심은 담배 인심이 제일 이다"는 말이 있드시 생면 부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스스럼없이 주고 받을 수 있으니 사교촉진제도 된다.
그런 담배갑에는 "흡연은 당신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습니다"라는 애교있고 점잖은 경구가 등장하더니 "흡연은 폐암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며 특히 임산부와 청소년의 건강에 해롭습니다"라는 협박성(?) 경구로 변해버렸다. 어디 그뿐인가? 보도 매체들은 다투워 하루가 멀다하고 담배의 유해성을 해설까지 붙여가며 보도하며 TV는 보기에도 민망한 화면을 반복하고 있으니 골초들은 죽을 맛이다.
끽연(喫煙)자는 자신의 건강은 물론 타인의 건강도 위협하고 청정한 공기와 깨끗한 환경을 오염하는 주범으로 일방적으로 몰아붙여 대중교통 수단에서부터 시작된 금연구역은 확대일로더니 금년부터는 일부공간에서 허용 되었던 정부청사, 학교, 병원이 완전 금연구역으로 변하고 앞으로 경기장 관람석과 30인이상 수용할 수 있는 음식점까지 확대하려는 심상치 않은 조짐은 골초들을 불안케 한다.
본래 화장실은 끽연 장소이니 어른들 몰래 담배를 피우던 곳이요 누구나 사용할 때는 으레 담배를 입에 몰고 가던 곳인데 여행 중 휴게소에 당도하여 차속에서 참았던 담배를 무심히 피어 물고 화장실에 갔다가는 망신 당하기 십중 팔구니 웃기는 세상이다. 손자녀를 수탁(受託?) 양육하자 내집의 거실과 안방이 안식구가 일방적으로 금연구역을 지정하여 베란다나 서재가 끽연실이며 어쩌다가 일탈하다가는 불호령을 당하니 집안에서나 밖에서나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으니 한심하다.
툭하면 담배값 인상으로 얄팍한 골초들의 주머니를 위협하고 한술 더떠 값을 4,5천원으로 대폭 인상하면 끽연자를 줄일 수 있다고 책임질 수 없는 망언을 떠벌리는 분들이며 습관이 되어 생각없이 담배를 권했다가는 "지금까지 담배를 피우십니까?" 핀잔받기 일수이니 모두가 골초들을 슬프게 한다.
그러나 천하에 골초들이여! 용기를 잃지말자 아직도 주위에는 적지않은 애연가가 있고 뜻있는 분들이 소비자 연맹을 결성하고 금연을 주장하는 사람들로부터 자유와 권리를 되찾기 위하여 열띤 논쟁을 벌리고 있지 않는가? 담배값의 70%가 세금이라니 모범 납세자가 않인가?
금년에는 제발 꽁초를 함부로 버리는 애연가를 욕하기 전에 담배소비세를 조금 지출하여 거리에 드문 드문 휴지와 꽁초를 버릴 수 있는 시설을 하여 휴지와 꽁초로 몸살을 앓고 있는 거리를 구할 생각이 없는지 당국에 묻고 싶다.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