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과 아이들

2009-12-17     송원자 편집위원
유아기부터 초등학교에 다니는 성장기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내 유년시절과 내 아이들을 키우면서 겪었던 경험, 그리고 현재 초등생들의 생활을 보면, 애완동물로부터 생명력이 있어서 움직이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고, 그런 것들을 한 번씩은 키워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유년시절, 읍에서 떨어져 살았던 난 가끔씩 보은 읍내를 나오게 되면 평소에 보지 못했던 것을 많이 접하게 되어 경이로움을 느끼곤 했었다. 그 중 하나로, 보은 중학교 입구와 동다리 사이에 있는 양어장은 나의 눈길을 끌었고 오래도록 시간을 머물게 했다. 내가 살고 있는 주변에, 냇가가 있어서 물고기를 직접 잡거나 물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그것은 작은 송사리부터 커봐야 손바닥보다도 훨씬 작은 것들이다. 그런데 양식을 하고 있는 물고기들은 이름은 모르지만 무척 컸고, 무척 많은 양의 검은 빛 물고기들이 첨벙거리는 모습은 내게 신비감과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그래서 난 읍내에 갈 때마다 그곳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고기들을 지켜보았고, 이튿날 학교에 가면 친구들에게 물고기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하면서 자랑을 늘어놓곤 했었다. 지금도 양어장을 볼 때면 철망을 잡고 내려다보았던 내 작은 모습과 그 물고기들이 겹쳐지곤 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아이를 위해 새를 길러 보았다. 아침 일찍 우리의 잠을 깨우는 맑고 고운 새소리는 하루의 시작을 밝게 만들어 주었고, 내 아이는 말을 못할 때지만, 그 새에 대한 움직임에 대해 비슷하게 흉내를 내며 말로도 표현을 하려고 했었다. 어느 때는 새집을 내려 달라고 하여 내려 주었는데, 새집 문을 열어 새가 푸드득 거리며 집안을 날아 다녀 아이가 놀라 운적도 있었다.
그리고 수족관을 장만하여 예쁜 금붕어도 길러보았다. 그 금붕어를 바라보는 아이는 하나, 둘, 셋 금붕어를 헤아리며 숫자를 배우기도 했고, 큰 것 작은 것 하며 크고 작은 개념도 깨우쳐 갔다. 큰 아이가 네 살 정도였을 때, 퇴근을 한 내게 아이는 “엄마! 금붕어 두 마리가 이렇게 삐딱하게 죽었어.” 하면서 자기의 머리를 옆으로 돌리는 것이었다. 아이의 행동이 너무도 귀여워 우리부부는 한참을 웃은 적이 있었다.
유치원에 다니던 작은애는 어느 날 부턴가 한동안 하루에도 몇 번씩 말을 사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엄마! 말 사줘!” “왜~”하고 내가 물으면 “말 타고 싶어서.. 키우고 싶어서”그러면 난 “그래, 사줄게” 그 대화를 듣던 큰애가 “그 큰 말을 어디에다 키우려고? 말도 안된다.” 하면 “엄마! 그래도 말 사줄 거지? 언제 사줄 거야?” 나 역시 “그럼 사주고 말고, 네가 좀 더 크면 사줄게” 우리의 대화는 그렇게 오고 갔지만 아이도 말을 키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봄이면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를 몇 마리씩 사오곤 했다. 내가 보기에도 노란 솜털의 귀여운 병아리를 보면 정말 키워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병아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죽곤 했다. 그래서 사오지 말라고 했지만 몇 번인가 반복이 되었다. 작은애가 2학년 때, 사무실로 아이가 찾아와 병아리를 사야겠다며 돈을 달라고 했다. 퇴근 후, 집에 가보니 병아리 세 마리를 안고 있었다. 아이는 먹이를 주고 거실에서 병아리를 손에서 놓지 않고 저녁밥을 짓는 나를 와보라고 하며 “엄마! 병아리가 텔레비전을 보는 것 같아.”라고 했다. 사람들이 누워있을 정도의 아기를 키우면서 아기가 텔레비전을 향해 눈길을 두면 그걸 보는 것 같다고 했던 것처럼 내 아이도 병아리를 아기 키우듯이 했다. 그리고는 병아리를 보고 “아빠가 너 잘 키울게. 잘 먹고 잘 자라야 돼”그런 말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병아리를 품에 안고는 나를 보고 “삐약아! 할머니 저기 있다. 할머니!하고 불러봐.”낄낄 거리며 나를 졸지에 할머니로 전락하게 한 적도 있다. 그런데 그 병아리는 낮에는 아이의 품과 손에서 놀았고 밤에는 포근하게 수건을 깔은 종이상자에 놓았는데, 밤새 삐약거렸고, 한 마리씩 죽어갔다. 아이는 아파트 뜰에 병아리의 무덤을 만들어 주었고 아이의 표정으로 보아 잠시 아이에게 다가와 사라져간 상실감을 맛보아야 했다. 그래도 이듬해가 되면 마음이 아팠던 기억은 사라지는지 또 병아리를 키우고 싶어서 안달이나 병아리를 사오곤 했다. 그 외에 냄새가 지독했던 햄스터와 올챙이, 귀뚜라미 등을 키우기도 했었다.
아이들은 작은 동물이나 곤충 새 등에 관심이 많고, 키워보고 싶어 한다. 어른들이 좀 불편하드라도 아이들에게 동물을 접하거나 사육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아이들은 생명력에 대한 소중함과 애정을 배우고 정서적으로나 성장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날 수 없는 참새를 바라보는 예쁜 동심이 묻어나는 4학년의 수민이의 글을 소개해 본다.<제목: 날 수 없는 참새
내가 2학년 때 놀이터에서 날 수 없는 참새를 발견했다. 오빠와 나는 참새를 보고 참 불쌍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홍재가 “누나! 형! 우리 이 참새를 집에서 키웠다가 날려주자”하고 말하였다. 나는 “언니한테 혼날 텐데..”하며 참새를 안고 집으로 데리고 갔다. 언니한테 물어 보았는데 언니는 무조건 “안돼”라는 말만 하였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밖에서 키우게 되었다. 먹이도 주고 물도 주고 정성껏 키웠다. 아빠가 오셨다. 우리는 상자 뚜껑으로 덮어 놓고 방으로 들어갔다. 다음 날 상자뚜껑은 열려 있었고 날 수 없는 참새는 사라졌다. 나는 곧장 오빠를 불렀다. 오빠는 고양이가 잡아먹었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날 수 있게 되어서 참새는 날아갔다고 생각한다.>
/송원자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