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이 없고 교사들의 합의에 의한 자치로 운영되는 학교”
2009-12-17 박진수 기자
루돌프 슈타이너에 의해 설립된 대안학교인 발도르프 학교는 인간에 대한 인지학적 이해에 바탕을 두고 1919년에 설립한 학교로, 에밀몰트라는 발도르프 담배공장 소유주의 전폭적인 지원을 얻으면서 발도르프 학교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1차 대전이 끝난 직후 전 유럽 절반이 폐허가 된 상태였으며 전쟁이 끝난 이후 살아난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다가올 미래에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을 되풀이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 의해 혁신적인 교육적인 생각들이 탄생됐다.
결국 사람들이 내린 결론은 사람들이 전쟁을 더 원하지 않는다면 청소년과 어린이를 다르게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과 질문을 바탕으로 발도르프 교육이 생겨나게 됐다고 한다.
지금은 독일 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 설립되어 있다. 인간의 내적 자유를 추구하며 교육의 통합성을 중시하고, 이러한 교육이 영성회복으로 나아갈 것을 주장한다. 이러한 면에서 발도르프 교육은 지적, 신체적, 감성적, 영성적 성장을 중요시 하고 있다.
사회문제를 교육과 학교에서 해결한다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인간 발달의 세 단계로 나눠 영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로 구분하고, 대략 7년을 단위로 나타나는 특징적인 발달 단계와 그 단계에 적합한 교육을 실시한다.
8년을 학생들의 성장 단위로 보면서 한명의 교사가 8년을 계속하여 가르친다. 발도르프는 교장이 없고 교사들의 합의에 의한 자치로 운영된다. 교수-학습과정뿐만 아니라 학교전반적인 경영도 교사들이 운영된다고 한다.
1차 대전 이전까지 독일학교 시스템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재력이 있거나 신분이 보장된 사람들이었고 노동자들은 초등학교만 다니는 수준이었다. 쓰기, 계산하기 등이고 문화는 포함되지 않았었다.
그래서 전쟁이 끝난 이후 교육혁신을 하자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목적은 계급, 계층을 없애고 평등하게 교육을 하자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모든 학생, 어린이를 위한 교육이 발도르프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평등이란 개념은 설립당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빈부차이, 남녀의 불평등도 없애고, 재능있고 그렇지 못한 아이들의 차별도 없애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교육철학은 독일, 유럽에서 독보적이라고 생각으로 빈부차이를 없애고 못사는 아이가 잘 사는 아이 옆에 앉을 수 있는 남녀차이를 없애고, 빈부차이를 없애는 것은 발도르프만이 아니고 어느 학교도 가능하고 사회적인 책임 문제이라는 것이다.
학생간 점수를 매기는 것은 불합리 한 점
발도르프 학교는 1,2년이 아니라 12년, 13년을 능력에 상관없이 같은 조건으로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다. 다른 말로 하자면 똑똑한 아이를 걸러내는 교육은 아니다. 점수도 매기지 않고 유급제도도 없다. 그렇다고 재능에 상관없이 같은 조건을 둔다고 해서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학생 개개인의 관점에서, 학생 하나만을 봤을 때 그 아이의 재능을 지켜보는데 관점을 두며 상대평가에 의해 점수를 매기는 것은 어느 면에서나 불합리하다는 것을 실천하고 있는 학교다. 어떤 학급의 학생이 높은 점수를 받았을때 다른 학생에 비했을 때 높은 점수를 받은 아이지만 노벨상을 받은 사람에 비해서는 낮은 점수일 수 있다. 이 학생이 반에서는 열등했지만 옆 반에서 똑같은 소재를 배우지 않았다면 거기서는 우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간 점수를 매기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모든 학생들은 매년 증명서를 받는데 점수가 매겨있지 않고 서술형으로 설명되어 있다. 만약 어떤 학생이 똑똑하고 재능이 뛰어나다고 가정했을 때 어느 수업이든 쉽게 따라갈 수 있다. 그래서 준비도 별도로 하지 않는다. 그러면 평가에는 좀 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되어 있을 것이다. 어떤 학생이 매우 안좋은 상태이고 노력은 하는데도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고 해도 성적에는 너무 잘하고 있다, 계속 그렇게 하라고 평가가 된다고 한다.
1학년에서 13학년까지 모든 학생들이 아침 8시에 똑같이 시작한다. 몇 주에 걸쳐서 모든 클래스들은 중점을 두는 과목이 있다. 핵심과목을 1,2교시에 중점적으로 배운다. 과목마다 중요한 것이 많지만 4주 동안은 화학만 하는 등 매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4주가 지나면 또 다른 과목이 올라온다. 가능하면 전혀 상반된 과목이 오게 한다. 이번 주 화학을 배웠다면 다음 4주는 독어, 역사 등 1년 내내 그렇게 바꿔가면서 수업을 한다.
발도르프 교육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잊어버리게 교육이라고 한다. 어떤 어린이도 4주동안 1, 2학기에 화학을 배웠다면 또 다음 학기에도 화학을 배우게 되지만 그 때까지 모두 기억할 필요는 없다. 모든 학생들이 배워야 할 것은 지금 배워야 하는 소재들만이 중요하고 그 전 것을 기억할 필요는 없다. 이 과정을 통해 놀랍게도 학생들이 잊어버리지 않는다. 교육자들이 믿는 것은 강조하지 않으면 무의식 중에 잠기게 된다는 것이다.
쉽게 비유할 수 있는 것이 농부가 처음에 수확을 하기 위해 씨를 깊게 묻는 것과 같다. 그냥 단순히 배운 것을 깊이 보관하라고 말하는 것보다 농부의 씨를 예를 든 것이 쉬운 것과 마찬가지다.
모든 교육은 머리와 가슴, 손으로 표현하며 감성을 깨운다
음악으로 언어영역의 감성을 좀 더 섬세하게 만들 수 있다. 학생들이 혼자 개개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이 과목만은 모든 학생이 같이 하기 때문에 학생들간 사회적 교류도 기를 수 있다. 그 외에도 실용적인 교과목도 있는데, 나무, 금속을 이용한 공방, 바느질을 통해 수공예 등이 있다. 전에는 학교에서 나무를 가지고 나무를 다루는 수업을 받는다면 장차 그 직업을 가지려는 아이들에게만 제공됐다. 인문계 고등학교는 그런 과목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발도르프는 처음부터 이런 경계를 허물었다. 머리와 가슴, 손을 이용해서 배운다. 항상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이용한 전체적인 것. 특별한 경우는 학급의 아이들이 연극을 하기도 한다. 연극공연은 소모임으로 할 수도, 부모님과 할 수도 큰 홀에서 하기도 한다. 모든 학생들은 악기를 하나씩 다룰 수 있다. 그 악기들은 학교가 구비하고 있기 때문 빌릴 수도 있다. 이태리, 그리스 등 문화도 보고 자연도 보고 답사도 많이 다닌다. 12학년이 끝나고 학교를 떠난다면 특정분야에서 특출한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은 아니지만 모든 전 분야에 두루두루 조금씩은 다룰 줄 아는 학생이 되어 있을 것이다. 오늘날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이런 기술이 필요하지만 20년 이후에는 모른다.
그렇지만 언어라는 것은 컴퓨터로 혹은 글로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유명한 시인의 시를 외운다거나 시를 직접 쓴다는 것은 사람이 죽을 때까지 필요한 것이다. 기술적인 것들은 닥쳐서 필요에 의해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이다.
배움의 동기, 진짜 배우고 싶어하는 교육
936명의 학생이 있고 각 반마다 36명이 있다. 36명이 많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1, 2교시 끝나면 쉬는 시간과 함께 과목에 따라 분반이 되며 적당한 수로 나뉘어 진다. 적응 잘하고 오히려 더욱 두각을 나타낸다고 한다. 이 학교에서는 배움의 동기를 강조하고 있다. 대상이 두려울 때 배우게 된다. 부모님, 상사에 대해 공포, 가난에 대한 공포 등 한 인간이 이런 상황을 얼마나 이겨낼 수 있을까에 주안점을 두고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이 야망이 있고 포부가 크다면 학습의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이 반의 최고가 될 것이냐, 친한 친구보다 낫고 싶어, 옆 아이보다 잘 하고 싶어, 더 큰 집, 더 큰 자동차 등 우리중 대부분 평생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런 논리는 불쌍한 사람들이 하는 생각이다. 뭔가 진짜 배우고 싶어 하고 선생님을 좋아할 때 동기 부여가 된다. 작은 어린이들의 경우 선생님을 좋아하기 때문에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발도르프교육 목적은 사람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공부하도록 만드는 것이 학교의 목표이다.
‘리베’ 선생님들이 수업을 구성하는 것도 어떻게 하면 내용을 사랑하게 될까를 주안점을 두고 수업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것이 성공하게 되는 것은 학생들이 눈이 빛나며 환희로 바뀌는 것을 볼 수 있고 이런 것은 한 번 성공하면 평생 이어진다.
예술학교가 아니라 교육을 예술로 본다
발도르프 학교는 예술학교가 아니고, 영재 교육기관은 더더욱 아니다. 물론 학생들이 그림을 그리고 음악 활동을 하는 시간은 일반학교보다 많다. 그렇지만 우리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으로 예술활동 과정을 통해서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것은 단순한 예술적 능력만이 아니다.
발도르프 학교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창의력, 인간성 등 여러 잠재 능력들이 고루 발휘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예술만 따로 말하는 것보다 학교는 학생들의 지적 능력, 창의력, 예술적 능력, 실천 능력, 사교적 능력 등을 골고루 발전시키고 있다. 1학년 부터 4학년까지 학생들은 반드시 그림 그리기를 매주 하고 있다. 그림 그리기가 산수 만큼 중요하다며 5학년부터 8학년 시절에는 나무 공작, 뜨개질, 재봉 등 어떤 소재를 다루는 작업을 합니다. 9학년부터 12학년까지는 매년 꽤 난이도 높은 연극을 해야 합니다. 원예, 오이리트미 등도 꼭 배우는 과목이다. 오이리트미는 발도르프 학교에서 매 학년 배우게 되는 동작예술입니다. 자유롭게 안무될 수 있는 체조나 무용, 마임과는 구별됩니다. 크게 두 종류로 나누는데, 하나는 음성 오이리트미고, 다른 하나는 음향 오이리트미이다. 음성 오이리트미는 어떤 시에서 하나 하나의 운안에 살아있는 리듬을 파악하여 동작으로 표현하는 것이고, 음향 오이리트미는 음악의 음향 고저, 장단 속에 살아있는 리듬을 표현하는 것이다.
/박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