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협회 보은군지부 난파 위기

조위필, 양상현, 곽종국 회장 연이어 사임
한우협회 내홍에다 경찰수사까지 겹쳐 출렁

2009-10-01     김인호 기자
보은한우협회가 신·구 집행부 갈등 및 부채해결 등 총체적 난국을 돌파하지 못하고 난파 위기에 처했다.
지난 6월 한우협회 조위필 보은군지부장 후임으로 곽종국씨를 구원투수로 내세웠으나 곽 회장도 최근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다. 조 회장 퇴진이후 양상현 현 조랑우랑 작목회장의 사임에 이어 연거푸 두 번째다.
조 회장 및 한우협회 보은군지부 전직 임원진은 협회비 및 보조금 유용 등의 혐의로 경찰 내사 중에 있으며, 협회 임원진도 곽 회장 후임을 내세우지 못하는 등 오는 10월 개최계획이었던 소싸움 대회 무산은 물론 한우협회 보은군지부 자체가 격랑에 휩쓸려 심하게 출렁이고 있다.

◇한우협회 전 임원진 줄 소환

보은경찰서는 지난 2일 한우협회 보은군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한우축제 보조금 정산 및 왕겨차량 임대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항간에 떠도는 전직 임원진의 보조금 횡령 및 협회비 유용 등의 의혹을 입증하기 위해 축제행사 정산 서류 및 컴퓨터 등 관련 자료 일체를 압수하고 임원진을 줄 소환해 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이번 주 안으로 수사를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의 수사가 길어지면 협회 차원에서도 바람직스러운 점이 없을 것”이라며 “이번 주 중으로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협회 관계자는 “사업을 추진하는데 초점을 맞춰 일을 진행하다 보니 정산부분에서 영수증 처리 등 서류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을 뿐 공금을 횡령했다거나 유용한 것은 없다”며 “왕겨차량도 계약서를 쓰고 임대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곽종국 회장 3개월 만에 중도 하차

지난 5월말 열린 임시총회에서 대의원 만장일치로 추대된 곽종국(53) 회장은 임기를 불과 3개월여 채우고 지난 14일 사임했다. 사임 이유는 명확치 않으나 이런 저런 구설수에 시달려 사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곽 회장은 취임 후 집행부 및 정관개정과 임원진을 새로 구성하는 등 한때 협회 새 출발에 강한 의욕을 보이기도 했었다.
한우협회 보은군지부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에 들어간 것이 곽 회장의 취임과 맞물려 오해를 불러일으켰던 점도 있고 회장 취임 후 협회 불협화음이 가라앉지 않는 등 온갖 루머를 견디지 못해 중도에 사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협회는 후임자 인선 등 향후 협회 일정에 관심을 접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첩보에 의한 수사를 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올 한우축제 무산, 시식회 등으로 대체

군과 한우협회는 오는 10월 대추축제 기간에 맞춰 소싸움 대회 및 한우축제를 개최할 방침이었다. 보은군은 하지만 한우협회가 내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신종플루 확산 등으로 인해 한우축제를 열지 않는 대신 시식회 등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한우협회 중심부가 없는데다 신종플루 확산을 우려해 대회 규모를 축소하는 분위기에서 군이 나서 한우축제를 열수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조랑우랑 작목회와 농업기술센터가 협력해 대추축제 시 홍보와 한우시식회 등을 확대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추축제와 분리개최한 지난해 한우축제에서는 입장료를 받는 대신 싸움소 200여두가 출전하는 소싸움 대회를 열고 먹거리 장터 및 한우판매장 등을 개설하면서 전국적인 축제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놓았었다.

◇조 회장이었기에 한우축제 가능 그러나

조위필 회장은 전국한우협회 충북지부장과 보은지부장을 동시에 맡아왔다. 나아가 올해 한국민속소싸움대회연합회장과 자조금대의원회 의장을 보면서 한우협회 보은군지부에서 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조 회장은 소싸움대회를 유치하면서 개최장소 및 시기 등을 놓고 주최측인 군과 극단적으로 대립의 길을 걷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조 회장의 강력한 추진력이 뒷받침되었기에 한우축제가 개최될 수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소싸움 대회에서 마리당 초청비와 천막 등을 설치하는 명목으로 수억원의 막대한 운영비를 들였으나 결국 적자운영으로 협회가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전·현직 임원 갈등 첩첩 산

조 회장의 넘치는 추진력으로 진행한 한우축제 여파는 조 회장 사임 이후 새 집행부에게는 굴레로 다가왔다.
한우협회는 양 회장의 후임으로 올 6월과 7월 각각 곽종국 회장의 추대와 새 임원진을 구성한 이후 내내 신구 집행부 사이 인수인계 등으로 불협화음이 노출됐다.
신·구 집행부는 전임회장 시절에 진 부채와 미수회비, 협회명의 왕겨차량 인수여부, 현재 쓰고 있는 사무실 등을 주요쟁점으로 새 집행부가 이 문제들을 이어받을지를 놓고 수차 격론을 벌여왔으나 실마리를 못 풀었다.
한 임원은 “협회의 외상 빛 2200여만원은 전임회장이 책임지기로 하고, 미수회비 3200만원은 결손처리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듯 보였지만 왕겨차량 인수여부와 사무실 인수 건 등 현안은 풀지 못해 현 집행부에겐 짐 이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임기 내 진 빛은 자신이 떠안겠다”고 표명했지만 채권자들이 협회 차원에서 부채해결을 원해 새 집행부는 신구 집행부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완전히 종식시키기 위해 지금의 한우협회 명칭을 바꾸자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로 갈등이 노골화됐다.
이러는 사이 신임 회장의 취임 기분으로 기부금(?) 쾌척을 바라는 목소리가 당사자에게까지 터져 나오고 한우협회 전 임원을 겨냥한 경찰 수사의 칼날도 미치자 더 이상 감당이 힘들어 회장자리가 공석이란 분석이다.

◇두 손 놓은 한우협회

한우협회는 대응 방안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관계자는 “대책도 추후 일정도 잡혀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우협회 보은군지부가 2002년 설립 이후 와해될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김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