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보다는 경쟁력이 우선이다

2009-09-17     이병학 보은여중교사
많은 사람들이 보은에는 고교가 너무 많다고 한다. 인문계는 보은고와 보은여고를 합쳐 하나로, 전문계는 자영고와 정보고를 하나로 해 인문계와 전문계 각 하나씩이면 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관내 초·중학교 학생수를 감안하면 맞는 셈법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나무 하나를 키워 쓸 만한 재목감으로 만드는 데는 수 십 년의 세월 동안 정성을 드려 가꿔야 하지만 그 나무를 자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몇 십초면 된다.
지역에 학교를 하나 세워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학교로 만들기 위해서는 동문들이나 그 지역 지역민들의 사랑과 보살핌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그런 학교를 단순히 그 지역의 학생수 감소나 인구감소를 들어 없애려하는 것에는 심사숙고가 요구된다. 이런 논리를 들어 앞으로 우리 지역의 인구증가, 학생증가의 미래 청사진이 없다고 가정한다면 나중엔 ‘두개도 많다 하나면 충분하다’고 얘기하지 않겠는가? 이것은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생각이라고 보지 않는다. 보은의 인구, 학생수만 가지고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보은으로 찾아 들어오는 학교로 만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 미래 직업교육의 경쟁력이 있는 학교로 완전 탈바꿈시켜야 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충주여자상업고등학교가 지역 및 시대의 흐름에 발 맞춰 응용디자인 분야 특성화 고등학교로 되면서 학교명도 한림디자인고등학교로 바뀌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나비 축제의 고장 전남 함평군은 매년 미달 사태를 벗어나지 못하던 경쟁력 없는 함평실업고등학교를 군민들이 힘을 모아 2002년 함평골프고등학교로 바꿨고 그 결과 현재 미국 LPGA 상금 랭킹 1위인 신지애 선수를 배출했다. 현재 이 학교는 특성화 자율학교로 지정돼 전교생 177명중 서울을 비롯한 26개 지역에서 74명의 학생이 함평으로 골프유학 중이다.
전국에는 전북 장수군의 한국마사고등학교를 비롯해 경기도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 서울관광고등학교, 부산영상고등학교 등 미래의 경쟁력 있는 학교들이 너무나 많다. 이런 학교들의 학생 대부분은 지역학생들이 아닌 외부에서 명성을 듣고 찾아오는 학생들이다. 그러다 보니 경쟁률이 3대1 이상을 넘고 있고 지역의 이미지 또한 좋아 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또 미래 경쟁력 있는 학과로 개편을 통해 운영의 변화를 주는 학교도 있다. 증평공업고등학교의 경우 건축과를 건축인테리어과로, 진천생명과학고등학교는 바이오 산업분야의 기초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생물자원과를 바이오식품과 바이오동물자원과로, 충남 서산시 운산공업고는 식품공업과를 바이오 화학공업과로 학과와 운영체제를 발 빠르게 변화를 줘 외부에서 찾아오는 학교가 됐다.
밖의 세상은 이러한데 학교 없앨 생각만 하는가? 이제 보은도 어느 정도 발전의 가능성을 갖춘 소도시로의 진입에 들어 설 기틀을 마련해 가고 있고 일부는 이미 갖추어져 있지 않나. 예를 들어 보은의 대표 브랜드인 대추를 비롯한 한우 조랑우랑, 황토사과, 배, 황토고구마, 미질 좋은 쌀 등 농업분야의 성장, 동서남북의 산업단지조성, 위락시설의 한 축인 골프장건설, 속리산 케이블카 등. 그러나 열거한 이러한 모든 것들이 잘 갖추어진다 할지라도 그 지역의 교육이 경쟁력이 없다면, 명품학교가 없다면 보은에 거주하는 상주인구는 없고 인근 도시에서 출 퇴근하는 차량만 늘어나고 남는 것은 쓰레기 뿐 일 것이다.
보은의 전문계 학교를 없애려고만 하지 말고 전국에서 유일한 학교, 몇 안 되는 학교, 경쟁력이 있는 학교.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는 명품 학교를 만들어보자. 우리 보은은 지리적인 조건에서 중간지역에 위치에 있다.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서도 찾아오기가 매우 유리한 지역이다. 프랑스의 와인전문학교, 미국의 요트학교인 IYPS, 일본의 기요무라 초밥아카데미, 대한민국 보은의 김치과학고등학교는 어떨까.
/보은여자중학교 교사 이병학 010-6420-5210 < lbh9390@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