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는 자만이 앞서갈 수 있다

2009-09-10     김인호 기자
행정안전부가 최근 전국 지자체에 신종플루 확산 방지를 위해 가을축제 및 행사 자제를 권고했다. 당장 임박해 있는 축제와 행사는 당분간 연기할 것도 주문했다. 만일 이 같은 지침을 어기고 축제나 행사를 강행, 신종플루가 발생한 지자체에는 재정적 패널티와 행사 관련 책임자나 관계 공무원에게 인사 책임을 묻겠다는 경고도 곁들였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 달여 남은 대추축제 행사개최 여부를 놓고 군이 깊은 시름에 빠졌다. 강행할 경우 신종플루 확산 문제가 우려되고 취소하면 대추판매 부진으로 지역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은 일단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군은 지난 7일 군수와 간부 공무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추축제 추진상황 보고회'를 열고 노약자를 위한 행사를 취소하고 예정대로 제3회 대추축제(10월 16~18일)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어쩔 수 없다면 행사의 취소 또는 연기, 부분취소도 조심스레 검토하고 있다.
군은 대추가 여러 여건상 보은군을 대표할 농산물로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지목하고 지난 2007년부터 대추명품화 사업을 본격 추진했다. 대추홍보 및 판매를 위해 대추축제도 개최해 오고 있다. 주민들의 호응이 따라 대추식재면적 및 생산량과 농가가 부쩍 늘었고 재배면적도 2006년 불과 175㏊이던 것이 올해는 570㏊, 내년까지는 1000㏊로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민선 4기 3년이 지난 현재 대추식재 면적만 무려 450㏊나 증가했다. 대추재배로 연 1억원 이상 소득을 올리는 농민도 20명이 넘는다는 통계도 나왔다. 지금까지 전후 상황만으로는 군의 대추육성사업은 농민에게 대추를 통해 희망을 갖게 하기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그런데 올해 신플이란 복병을 만나 한 순간에 희망이 낙담으로 변질될까 걱정이 태산이다. 신종플루로 인해 축제를 열지 못하면 650여 농가에서 510톤의 대추를 생산해 60억의 소득을 창출했던 지난해보다 올해는 1126농가 생산량 1000~1200톤으로 두 배 이상 대추생산량이 껑충 늘었으니 말이다.
더욱이 대추는 타 작목과 달리 생대추 보존기간이 보름 남짓해 저온저장 기술이 없는 한 거의 동시에 수확하는 생대추를 판매할 길이 막연해진다. 대추축제의 본질을 대추홍보와 농민소득에 두었으니 여간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속리산유통이 올해 출범했지만 극히 초보수준이고 대추 판매망 또한 걸음마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대추축제가 열려야 하는 이유면서 속리산유통과 대추농가에게는 이번 위기가 교훈을 주고 과제를 안겨주는 대목이다.
군은 이번 축제를 위해 무려 3년간 공을 들였다. 축제를 준비하면서 들인 예산도 만만치 않다. 또 강행한 축제로 만일 신플이 확산된다면, 신플 우려로 방문객이 현격히 줄어들지 않을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신플을 방심해서도 안 되겠지만 확산이란 공포심에 질려 사태추이도 보지 않은 채 타 지자체가 축제를 취소한다고 덩달아 대추축제를 사전에 취소한다면 신규로 진출한 농민의 기대는 어떻게 되며 그동안 축제성공을 위해 땀방울을 흘린 사람들 또한 심정이 어땠을까. 물론 축제 참가자들의 건강이 중시되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래도 이번 군의 결정은 고뇌에 찬 힘든 결정으로 심정을 이해하고 싶다. 대추축제는 대추 성격상 시기를 미룰 수 없는 행사이기에 강행 시와 취소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금부터 대추를 판매할 철저한 준비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김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