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행복만들기`(5)

- 필리핀에서 시집 온 마르샤와 비벌리씨

2009-06-04     보은신문
하연이가 빨리 커서 한국과 필리핀을 누비는 ‘한류스타’가 되었으면”(마르샤)
필리핀에서 영어 전공했으니 한국다문화 위해 영어강사로 활동 희망”(비벌리)

필리핀에서 보은군으로 시집 온 다문화가정 여성은 4일 현재 14가구다. 국가별로 보면 베트남, 중국, 일본에 이어 4번째로 많다.
이들 중 선배격인 마르샤씨(25)는 6년 전 인 지난 2003년 8월 한국에 왔다. 현재 보은읍 주공아파트에서 남편 이정선씨(44)와 사이에 딸 하연이(생후 14개월)를 낳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다.
비벌리씨(30)는 지난 1월 입국하여 난생 처음 눈을 보고 만져보았다며 신기해하는 4개월 된 다문화가정 신출내기 새댁이다. 직장에 다니는 김영주씨(39)와 단둘이 보은읍 삼산리에 신방을 꾸미고 알콩달콩 살고 있다.
이들을 보은군다문화가정지원센터(센터장 박달한)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대화는 한국어, 영어, 따갈로그어가 혼용 사용됐다. 통역은 3개 국어를 할 줄 아는 마르샤씨가 주로 맡았다.
마르샤씨는 자신보다 5살 많은 비벌리씨에게 ‘언니’라고 깍듯이 예우했다. 그리고 다문화가정 6년차 선배로서 한국어는 물론 보은군에서의 생활 전반에 대해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있다.

고향에 대해 설명해 달라
마르샤 : 필리핀의 수도인 마닐라다. 마닐라는 7개의 소도시가 모여 대도시를 이룬 전형적인 메트로폴리탄이다.
※메트로폴리탄(metropolitan) =어떤 대도시가 중·소도시와 그 밖의 지역에 지배적인 영향을 끼쳐 통합의 중심을 이루었을 때, 그 대도시와 주변 지역 전체를 이르는 말
비벌리 : 마닐라에서 자동차로 12시간 거리의 북쪽에 위치한 아브라(Abra)다. 필리핀의 관광지이자 피서지로 꼽히는 바기오와 같이 가을~초겨울(11월~2월) 날씨이며, 11월~4월까지의 건기가 끝나면 약 4개월간의 우기가 온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보은군과 비슷한 산악 농촌도시다.

한국생활 중 특히 힘들었을 때는 언제였었나
비벌리 : 지난겨울 추위였다. 처음으로 겪는 추위여서 덜덜 떨었다. 하지만 눈을 처음 보고 신랑과 함께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했다. 신랑과 아직 언어소통이 잘 안 된다. 술에 취해 큰소리를 하면 무섭다.
마르샤 : 하연이를 낳았을 때 가장 힘들었다. 외롭고 서러웠다. 필리핀도 첫 애는 친정에서 낳고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는다. 가끔 남편이 세상살이에 지쳐 술주정할 때 힘들다.
황화연 보은군다문화가정 사무국장 :마르샤가 센터에서 교육을 받던 중 진통이 시작되었어요. 남편에게 전화연락하고 병원으로 후송되어 하연이를 낳았는데, 아마 첫 애여서인지 산통이 몹시 심했고, 그래서 힘들었나 봅니다.

한국에서의 생활에서 가장 큰 보람과 행복을 느낄 때는
마르샤 : 이웃 주민들이 매우 친절하게 대해 준다.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남편과의 의사소통도 좋아져 서로를 이해하는 정도가 깊어만 가는 것 같다. 아직까지 한국에 시집온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
전남 순천 시댁을 방문하면 시부모를 비롯한 시댁 식구들도 여러모로 신경을 써주신다. 남편과 함께 배드민턴 운동을 할 때 정말 행복하다.
비벌리 : 작년 8월 신랑이 필리핀 아브라 내 고향에 처음 왔을 때, 첫 눈에 맘에 들었다. 아직은 말도 잘 안통하고 한국음식이 서투르지만 맛있게 먹어준다. 회사가 쉬는 휴일에는 청주로 같이 쇼핑하러 가고 속리산 등으로 나들이를 가곤 한다.

하루 일과는
마르샤 : 집과 센터에서 한국어를 공부한다. 이제 곧 하연이도 말을 배우게 되기 때문에 한국어에 열중하고 있다. 하연이는 곧 한국어, 영어, 따갈로그어등 3개 국어를 동시에 배우고 익힐 것이다.
비벌리 : 보은군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 1주일에 2회 나온다. 한국어, 컴퓨터, 운전면허 공부를 한다. 한국생활 적응을 위해 한국어 공부에 치중하고 있다.

필리핀 친정과는 자주 연락하나
마르샤 : 한국은 인터넷이 잘되어 있어 집에 설치된 컴퓨터로 필리핀 부모와 화상채팅을 한다. 6년 동안 아직 필리핀에 가보지 못했다. 돈이 없어 못 간다(웃음). 2~4월쯤에는 비행기 왕복티켓이 가장 저렴한 시기여서 40만 원 정도이고 5월부터는 약 70만 원 정도다.
비벌리 : 필리핀에는 57살 아버지, 52살 어머니 그리고 언니와 남동생, 여동생이 있다.
한국에 오기 전 싱가포르에서 약 2년6개월 정도 직장생활을 한 경험이 있어 외국생활 적응에 어려운 점은 없다. 인터넷 전화로 부모형제와 통화한다.

한국음식 중 가장 잘하는 요리는
마르샤 :김치찌개, 닭볶음, 붕어매운탕이다. 특히 미나리, 무, 바지락 등을 넣어 끓이는 붕어 매운탕은 자신 있는 메뉴다.
비벌리 : 김치, 된장찌개를 끓일 줄 안다. 신랑이 필리핀 음식 아도보, 실리강을 잘 먹는다.
※ 아도보는 조미료 혹은 간장, 식초, 포도주, 향신료 등의 소스를 넣고 볶은 음식을 나타내는 스페인어다. 필리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요리인 아도보는 닭고기나 돼지고기, 또는 오징어를 식초에 담갔다가 마늘, 후추, 간장, 설탕에 재운 후 오랫동안 끓인 스튜요리다.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실리강은 우리의 찌개와 같다. 다만 고춧가루 대신 새콤한 타마린드 향신료를 넣어 색이 묽고 시큼하다.

앞으로 인생의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마르샤 : 하연이가 건강하고 열심히 공부하여 연예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어, 영어, 따갈로그어를 잘하여 한국과 필리핀에서 동시에 유명한 한류스타가 되길 바란다. 그렇게 되기 위해 뒷바라지를 열심히 할 생각이다.
비벌리 : 필리핀 4년제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했다. 한국에서 회사도 다니고 싶고 영어강사도 하고 싶다.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릴 때부터의 꿈인 가수도 되고 싶다. 한국노래는 아직 잘 모르지만 팝송과 일본노래는 자신 있다.
글/사진 최동철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