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 보

2009-06-04     보은신문

옛날 중학교 영어교과서에 ‘노인이 하는 일은 항상 옳다’ 라는 제목의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어느 노 부부가 기르던 말을 팔려고 가다가 젖소를 팔려는 사람을 만나 젖소가 있으면 우유를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말을 소와 바꾸었다.
얼마 후, 양을 파는 사람을 만나 버터와 치즈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소를 양과 바꾸었다.
이번에는 닭 장수를 만나 매일 계란을 얻을 수 있다 하여 양을 닭과 바꾸었다.
그러다가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에 갔다가 거기서 썩은 사과자루를 보고 지난 날 이웃 사람이 사과 하나를 준 일이 있는데, 할멈과 서로 먹으라고 권하다가 먹지 못하고 썩어서 버린 일이 생각 나, 닭과 썩은 사과자루와 바꾸었다.
결국 말 한 마리가 썩은 사과 한 자루가 된 셈이다. 이를 본 신사가 집에 가면 야단맞지 않겠느냐 하니 노인은 말하기를 할멈은 언제나 내가 하는 일은 옳다 한다고 하였다.
사실을 확인하려 노인의 집에 간 신사는 노인의 말대로여서 감동 되어 많은 돈을 주고 갔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가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노인이 한 일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바보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인간의 순수성과 정직을 배울 수 있다.
손해를 조금도 보지 않으려고 또는 내가 이익을 얻기 위해 남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들에 비한다면 얼마나 자랑스러운 바보인가!
만일 노인을 정말 바보라고만 생각한다면 노인보다도 더 바보인지도 모른다. 지난 5월 29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치러지던 날 봉하마을 영결식장부터 수원 화장장까지 수만 수십만 인파가 ‘바보 노무현 당신을 사랑 합니다’ 라는 피킷을 들고 애도하였다.
뿐만 아니라 5백만 명이 넘는 국민이 조문을 하였다한다. 가히 노무현 신드롬이다.
한편에서는 그가 안중근 의사나 윤봉길 의사처럼 나라를 위해 죽은 것도 아니고, 가족과 측근들 때문에 자살한 것인데 뭐 그리 야단이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애도하는 까닭은 왜 일까?
아마도 그가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자기를 바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기에 사람은 누구나 조금은 바보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은 조금은 바보스러운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현명한 바보는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가슴으로 생각한다.
/김정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