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 세이(潁水 洗耳)

2009-05-15     보은신문

5월 23일 아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으면서 너무나 안타깝고 엄청난 소식이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최고 권력의 자리에서 물러난 지 1년 3개월만의 일이다. 그러면서 영수 세이라는 고사 성어가 머리에 떠올랐다.
사람에게는 욕심이라는 성품이 있다. 그중에서도 권세욕은 많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 권력을 가진 자가 그 권력을 남용할 때에는 수많은 사람이 고통을 당하게 되고 권불 십년이라는 말이 있듯이 권력을 가졌던 자가 그 권력을 잃었을 때에는 자신이 불행하게 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권력을 얻으려고 끊임없이 달려간다. 권력은 마치 마약과 같아서 한 번 맛을 보면 거기서 헤어나지를 못한다.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거기에는 도덕도 윤리도 양심도 없기 마련이다. 특히 제왕의 권력은 무소불능 하여서 그 나라 모든 국민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게 한다. 우리나라 조선조의 역사를 살펴보아도 태종 이방원은 동생들을 죽이고 왕이 되었고 수양대군이었던 세조는 왕위를 찬탈한 후 조카 단종을 죽였으며 연산군은 어머니에 대한 효라는 명분으로 수많은 신하들을 죽였다.
광해군은 어린 동생 영창을 대군이라는 두려움에 죽였고 영조는 아들 사도 세자가 자기의 자리를 탐한다하여 뒤주에 가두어 죽였다.
조선말기 왕권이 약해져 권세를 잡은 안동김씨 일가는 자신들의 세도를 지키기 위해 강화 도령(철종)을 임금으로 추대하여 허수아비 왕을 삼았다가 대원군에 의해 모든 것을 잃었고 대원군은 며느리 명성 황후와 평생 권력 다툼을 하였다.
권력이 이처럼 사람을 추악하게 만든다면 결코 이것을 잡으려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 정치권력이라는 것이 국가를 통치하는데 꼭 필요한 것이지만 이로 인해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이 명예롭지 못하고 불행을 안고 있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권력을 잘못 사용하였거나 잘못된 권력에 의한 희생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영수 세이(潁水 洗耳)라는 고사 성어가 있다. 태평성대의 시조인 고대 중국의 요(堯)임금이 후계자를 찾기에 고심하다가 기산(箕散)과 영수(潁水)라는 시내가 있는 산골에 살고 있는 허유(許由)라는 현자를 찾아가 왕이 되어 세상을 다스려 달라는 청을 하였다.
이 말을 들은 허유는 한마디로 요 임금의 청을 거절하고 들어서는 안 될 더러운 말을 들었다.
허유가 귀를 씻는 것을 보고 그 까닭을 물으니 허유는 사실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자 소부는 더러운 말을 들은 귀 씻은 물을 소에게 먹일 수 없다하여 위로 올라가 소에게 물을 먹였다는 이야기인데 이 고사성어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번 주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례 기간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김정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