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윤 태(속리산악회 회장)

2009-03-20     보은신문
말뚝에 매여 원을 그린다
소란하게 밤나무 애채 오르내리던
까치, 소리없이 밥그릇에 내려앉았다
머리를 휘두르면 딱, 한 발자국 물러나고
앞발 치켜세우면, 부풀리며 부리를 치켜세운다
어둠의 뿌리 잡고 해찰하는 사이
지나치는 척, 한눈에 읽었을 것이다
곰팡이처럼 서서히 온 몸을 잠식했을 것이다
멈출 듯한 숨결타고 들어와 정신을 훑었을 것이다
그리고 당나무 가지에 올라 곱씹어 보았으리라
빈 그릇 소복이 채우는 그림자의 길이를
짓는 소리와 발톱이 경계를 넘을 수 없다는 것을,
개미들 줄지어 원을 가로질러 나가고
작은 회오리바람 마당을 쓸고 있다
소리, 소리쯤이야 흘려들으며
웅크려 잠든척하다 실눈 떠 보면
작고 둥근 내 밥그릇 속에 저들,
싱싱한 목이 절겅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