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를 얻기 위해 열 마디를 묻는 노력

속리산버섯농장 황 헌 대표

2009-02-20     박상범 기자

한때 보은에서 버섯재배로 큰돈을 만지던 버섯재배농가들이 제법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보은에서 버섯재배는 맥이 끊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되어버렸다.
힘든 여건에서도 버섯재배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속리산버섯농장 황헌(59, 속리산면 중판리)대표를 북암리에 위치한 농장 버섯재배사에서 만났다. 황대표는 주말에 납품할 버섯을 포장하느라 부인 우정수(53)씨와 정신없이 바빴다.


#기술 하나 얻기 위해 열 마디 물어
속리산면 북암리가 고향인 황헌 대표는 북암초(6회), 속리중(1회)을 졸업하고 젊은 시절 대전에서 직장생활을 하였다. 그러던 그가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 1985년.

고향 북암리 인근마을인 하판리에 자리잡고 고추농사, 담배농사, 벼농사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고 부인과 함께 정미소 운영도 했다.

“아이 셋을 점점 커가지, 벌어놓은 돈은 없지... 이래서는 안 되겠다싶어 닥치는 대로 이것저것 많이 했다. 콤바인을 구입해 남의 논 추수도 하고”라며 고향으로 돌아왔던 당시를 설명했다.

그렇게 고향에서 자리를 잡은 황대표는 현재 살고 있는 중판리 문화마을로 이사를 하면서 다시 고심에 빠졌다. 방앗간을 대신할 일에 대한 고민이었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버섯재배를 결심한 황대표는 기술습득과 시장조사를 위해 여러 곳을 찾아다녔다.
버섯종균회사가 있는 원주, 조치원, 옥천, 김제 등을 찾아다녔으며, 농업기술센터와 당시 버섯재배를 하고 있던 농가를 수시로 드나들었다.

“열마디를 물어 하나만 얻어 와도 다행이다는 생각으로 많은 곳을 찾아 다녔다. 농업기술센터에 근무하는 최병욱 지도사의 도움도 컸다”

이렇게 많은 준비와 노력으로 2000년 3천만원을 투자하여 60평짜리 버섯재배사를 2동짓고 균상재배로 느타리버섯재배를 시작했으며, 2년마다 2동씩 늘려 현재는 6동 300평에서 재배하고 있다.

#비싼 기름값에 나무 구하러 산으로
농장 버섯재배사 앞에 부서진 씽크대와 나무들이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해 했다.
황대표는 “한때 28,000ℓ에 달했던 면세유가 지난해 20,000ℓ, 올해는 13,000ℓ로 줄었다. 기름값은 지난해부터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나무를 구해 난방을 하고 있다”라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트럭을 끌고 다니며 부서진 씽크대를 모으고 버려진 폐목을 모으고 심지어 인근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가기도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화력조절이 어려운 나무로 난방을 하다 보니 일정온도를 맞추어 주어야 하는 버섯이 망가지는 일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버섯재배는 연료비가 많이 들어간다. 배지를 98℃에서 3시간 살균을 해야 하고 배양실은 23∼25℃를 유지해 20일, 생육실은 15∼18℃를 유지해 10일이 지나야 재배가 끝난다. 이 모든 과정이 난방 혹은 냉방으로 온도를 맞추어야 하다보니, 생산비중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또한 버섯을 소비하는 수요량이 많이 줄어들어 납품단가가 예전 같지 않는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버섯을 건강식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서인지,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으로 생각들을 하는 것 같다. 거기에 경기는 어렵지 하니, 수요가 줄어 납품단가가 많이 줄었다”

지난 16일 대전 노은시장에 납품한 느타리버섯 특품 2㎏이 5천500원이다. 설 명절에 반짝 7천원대로 올랐던 것이 유지는 되어야 소득이 된다는 설명을 하며 아쉬움을 전한다.

“이런 어려운 여건으로 인해 많았던 버섯재배농가들이 버섯재배를 포기하고 전업을 많이 했다. 이제는 보은에서 버섯에 대해 함께 기술교류를 하고 논의할 농가도 없다”

#힘들어도 참고 기다린다
10년전만 해도 수입이 좋았던 버섯재배가 해마다 이윤이 줄어들어 지금은 10년전에 비해 30%까지 줄어들었다. 버섯만 재배해서는 먹고살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하지만 황대표는 참고 기다리기로 했다. 벼농사 대추농사를 지으면서 과거처럼 버섯으로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저런 농사를 많이 지었지만, 버섯농사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두고 싶다. 반드시 버섯재배가 빛을 볼 날이 다시 올 것이다”라며 황대표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황대표는 2000년 균상재배로 버섯재배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3년전부터 봉지재배로 전환을 했다. 기존의 균상재배가 과다한 노동력과 병해충발생에 의한 실패위험, 계획생산의 불리함과 연간 재배횟수의 제한 등 여러 가지 단점들을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이제 황대표는 기존 봉지재배법보다 생산효율이 높고 자동화가 가능하며, 고품질의 버섯생산을 위해 다시 병재배로 전환할 계획이며, 재배품종도 다양화할 방침이다.

병재배는 프라스틱용기에 배지(톱밥, 쌀겨 등)를 넣어, 살균, 접종, 배양, 생육 등 수확을 제외한 재배의 전 과정의 기계화가 가능해 단위 면적당 버섯생산량이 기존방법에 비해 1.56배 향상된다.

“재배과정이 자동화돼 있어 품질이 균일하고, 생산조절도 가능해 유통에 유리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다른 지방에서는 병재배를 많이 하고 있는데, 자비로만 전환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면서 병재배 전환에 따른 군의 지원이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버섯재배하는 농가가 거의 없고 특정작물에만 투자하고 있는 보은군의 현실을 감안하면 군의 지원을 이끌어 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부디 황대표가 바라는 대로 병재배로 전환이 되고 희망하는 납품가격인 7천원대가 유지되어 성공이라는 단맛을 보고 얼굴에 웃음꽃이 피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