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禮)의 가장 기본이 ‘절하기’이다

김홍목 보은읍 금굴리 /서울관악예절원 강사

2009-02-13     보은신문

객지에 나가 살면서 가끔 시골 형님 댁에 가면 부모님은 오래전에 돌아가셨고 연로하신 형님 내외분께 절부터 한다.

밖에서 어른을 만나면 먼저 경례를 하고 절 할 수 있는 장소에 들어와서는 절을 한다. 명절이나 제사, 생신 등 집안에 행사가 있을 때 큰 집에 가면 여러명으로부터 절을 받는다. 조카네 식구들, 조카딸네 식구들, 손아래 당내간 등이다.

절하는 자세와 방법을 전에 몇 번이나 일러 주었건만 대체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집안 어르신을 만나 뵐 때도 인사를 바르게 할 줄 모른다.  그냥 고개만 꾸벅 하고 “안녕 하세요” 하고 만다. 바르고 정중하지 못하다.
큰 경례는 몸을 45도로 구부리고 1박자 있다가 몸을 세우는 것이다. 특히 절을 하는데 인색하다. 그러니까 “버릇없다. 무례하다”는 말을 듣는다.

절은 상대방에게 공경을 나타내 보이는 기초적인 행동예절이다. 거기에는 일정한 격식이 있다.
절을 할 때는 공수(拱手)자세 그대로 공경하는 마음으로 공손하게 해야 한다. 공수방법은 평상시(길사)에는 남자는 왼손이 위로 가게 두 손을 마주 잡고,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가게 두 손을 마주 잡는다. 흉사(상가조문, 장례식, 삼우제까지는 흉사 )에는 그 반대로 하면 된다.

우리나라는 절에 대해서 지금부터 약 400여년 전에 사계 김장생 선생이 지은 예서(禮書) ‘가례집람’에 그림까지 곁들여 제시되어 있어서 그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산 사람은 남자에게는 한번 절하고, 여자에게는 두 번 절하는 것이다. 남자는 양이기 때문에 최소 양수인 한번이고, 여자는 음이기 때문에 최소 음수인 두 번이 기본회수인 것이다.

그리고 남녀 공히 직계존속 어른이나 8촌 이내의 연장 존속, 죽은 사람이나 의식행사(각종 제사, 수연행사, 추도식, 상가조문, 장례식…)에는 큰절로 겹절(남자는 2번, 여자는 4번)을 해야 한다.

새해 세배도 의식행사에 속한다. 오늘날에는 여자도 남자와 같은 회수로 하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큰절을 할 때는 공수한 자세 그대로 두 손 끝이 남자는 왼손이 위쪽으로, 여자는 오른손이 위쪽으로 포개고 이마가 손등에 닿아야 한다. 남녀 공히 큰절은 자기가 절을 해도 답배를 하지 않아도 되는 높은 어른에게와 의식행사에서 한다. 평절은 자기가 절을 하면 답배 또는 평절로 맞절을 해야 하는 웃어른이나 같은 또래 끼리 사이에 한다.

반절은 웃어른이 아랫사람의 절에 대해 답배할 때 하는 절이다. 즉 제자, 친구의 자녀, 자녀의 친구, 남녀 동생 등이다. 절은 받는 사람이 시키는 대로 하면 편하다. “ 한번만 해라. 몸이 불편한데 그만 두어라”라고 말씀을 하면 그대로 하면 된다. 절을 할 때 “ 앉으세요” “절 받으세요”라고 말 하는 것은 절을 받으실 어른에게 수고를 시키거나 명령하는 것이라 실례이다. “절 올리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부부간에도 절을 한다. 율곡 이이 선생은 “부부간에 1년에 3번 절할 일이 있다”고 했다.
새해에 세배하고, 남편과 부인의 생일에 맞절을 한다. 우암 송시열 선생도 부인에게 절을 하고 어른 모시듯 했다고 한다.

부부가 혼인예식에서 맞절을 하고, 배우자의 제사에 절을 하고 있는데, 세배나, 부부의 생일에도 공경하는 마음으로 맞절을 하는 것이 얼마나 예스러운가
절을 하는 것도 예절이지만 절을 받는 예절도 중요하다.

절을 받는 어른이 절을 받을 자세가 안 되었다거나 절을 하는 사람에게 상응할 답배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무례하다. 절을 할 아랫사람을 만나면 편안한 마음으로 절 할 수 있도록 절 받을 자세를 취해야 한다. 누워 있었으면 일어나고, 음식을 먹던 중이면 상을 한 쪽으로 비켜놓고, 불안정한 위치면 편리한 장소로 좌정한다.
사람 노릇해서 사람대접 제대로 받고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려면 예절을 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