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사고와 자신감이 성공비결

현대양계농장 황 재 남 대표

2009-02-13     박상범 기자

보은군의 주요 소득작물로 사과, 대추, 배, 벼와 한우를 꼽는다.
하지만 보은에서 양계업에 종사하는 농가가 200여 농가에 이르고 소득도 많이 올리고 있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은 것 같다.
긍정적인 사고와 자신감으로 육계를 시작한 지 10년만에 보은군에서 몇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성공한 양계농민이 된 현대양계농장 황재남(60, 보은읍 용암리)대표와 부인 정기모(58)씨를 만났다.

#극심한 가뭄에 닭 먹일 물부족
황재남 대표는 인터뷰를 몇 번이고 사양을 했었다.
닭에게 먹일 물을 구하러 다니느라 시간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는데, 막상 농장을 찾고 보니 이해가 됐다.
황대표는 500ℓ 프라스틱통을 3개를 트럭에 싣고 하루에 5회나 인근 사과과수원에서 물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양계를 시작한 지 10년만에 처음 겪는 일에 어이없는 황대표는 “가뭄이 지속되다보니 지하수량이 떨어지면서 7만 마리의 닭에게 먹일 물이 부족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오늘 출하를 하게 되어 당분간은 여유를 갖게 됐다”고 하소연을 한다.
하지만 가뭄이 이렇게 지속되면 계사에 입추를 하게 되는 20일 후면 다시 물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노후대책으로 양계시작
속리산면 북암리가 고향인 황재남 대표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려운 가정형편에 농사일을 거들기 시작했다.

결혼한 후에도 북암리를 떠나지 못했던 그는 1980년 있었던 대홍수를 계기로 보은읍으로 분가를 해 남의 논 100마지를 얻어 벼농사를 졌다.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열심히 농사를 져 돈을 모은 황대표는 보은읍 시장에서 식품업도 했고 방앗간도 운영을 했다.

빚보증을 잘못서서 번 돈을 떼이기도 했지만, 황대표만의 긍정적인 사고와 자신감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다.

그러던 중 부인과 함께 노후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한 끝에 양계를 시작하기로 결정을 하고 2000년 그간 벌어서 모은 돈으로 축사 5동을 짓고 5만마리로 육계에 손을 댔다.

한참 기반을 잡아가던 육계사업이 2004년 3월 폭설로 큰 타격을 받았다.
그동안 벌었던 돈을 시설자금을 다 쓴 상태라 돈이 없었던 황대표로서는 막막하기만 했다.

그러나 희망은 있었다. 5명의 지인들이 2천만원씩 걷어 1억원을 만들어 주면서 다시 재기할 수 있었지만, 당시 무너진 축사에 대한 보상을 해주지 않은 정부에 대한 원망은 컸다.

이렇게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어온 육계사업이 지금은 7만마리까지 키울 정도로 커졌고 (주)마니커와 계약을 맺고 연간 50만마리의 닭을 납품하고 있다.

“지금까지 벼농사를 오래 지은 것 말고는 한 업종을 4∼5년이상 한 적이 없다. 보다 나은 일이 있다면 그때그때 생업을 바꾸어 왔다”

지금까지 여러 업종을 전전했지만 결코 실패하여 업종을 바꾼 것은 아니다.
손댔던 업종에서는 모두 돈을 잘 벌고 성공을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노후대책으로 양계를 시작한 이상 양계만을 고집하기로 했다.
“다른 업종으로 바꾸지도 않겠지만, 여기서 규모를 더 키울 뜻도 없다. 다만 더 좋은 고품질의 육계생산과 친환경 육계를 위한 노력은 계속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황대표는 계사의 환경을 구성하는 온도, 습도, 공기의 질, 광선 등을 적절한 범위에서 유지하고 각종 스트레스 요인을 없애려 노력하고 있다.

특히 온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데, 초생추 34℃, 중생추 27℃, 출하전에는 24℃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기온차가 많이 변하는 새벽 3∼4시에는 반드시 일어나 온도를 체크하고 있다.
겨울인 지금은 온도조절을 위해 출입문 겉과 안에 천막을 쳐 3중으로 보온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확대 필요
성공한 양계농민이 되었지만 극복해야 할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해마다 사육수수료가 줄고 있는 것.

대부분의 육계농가처럼 황재남 대표도 (주)마니커 육계회사로부터 병아리를 받아 이를 30∼35일간 1,500∼1,800g 중량으로 사육해 납품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조류독감이 발생해 소비수요가 줄면서 5∼6회에 이르던 회전율이 줄고 있고 WTO로 양계분야도 완전개방 되었으며, 사료값도 인상되는 등 닭을 사육하는데 소요되는 자재비가 인상되는 것이 그 원인이다.

더불어 지난해부터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난방용 기름값이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런 양계농가들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4년전부터 군에서 백신을 지원해주고 선풍기설치 등 계사 시설비용을 지원해주어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당장 급한 것이 농업용 면세유로 매년 지원이 줄어들고 있어 생산비를 감당하기가 어렵다”며 “또한 날로 노령화되어가고 있는 농촌 현실을 감안해 계분을 치우는 스키로더 보급지원을 확대해 주기를 바란다”면서 어려운 여건을 언급했다.

하지만 황대표는 정부와 군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긍정적인 사고와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어렵다고 포기하거나 주저앉아 지원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다고 힘주어 말한다. 친환경 고품질 육계를 생산하기 위해 시설투자를 계획도 하고 있다.

대화를 마친 부부는 벗었던 장갑을 다시 끼고 저녁에 있을 트럭 10대분 분량의 닭 7만마리 출하준비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죽을 때까지의 직업으로 선택했다는 양계사업이 번창하여 부부의 주름살이 활짝 펴지기를 기대해 본다.